지난 6일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탤런트 고 장자연씨의 문건에 등장하는 신문사와 그 대표의 성을 공개한 데 이어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의원의 질의를 인용해 실명을 공개하고 나섰다. 시민사회단체는 일부 인터넷언론을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이 신문사와 대표를 익명으로 보도한 데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으로 구성된 '고 장자연씨 죽음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여성, 언론, 인권단체'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수사와 언론의 눈치보기 보도 태도를 규탄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에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이야기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힘입어 성씨로 거론됐다"며 "국회 동영상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4월6일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대정부질의에서 행안부 장관에게 장자연 문건에 따르면 당시 @@일보 @사장을 술자리에 만들어 모셨고 그 후로 며칠 뒤에 스포츠@@ @사장이 방문했습니다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보고 받으셨어요?'라고 물었다"고 해당 신문사 이름과 대표의 성을 실명으로 적시했다.

이들은 "경찰은 언론사의 눈치를 보면서 조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의혹을 엄중한 책임감으로 느끽 어떤 외압에도 굴복하지 않는 성역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며 실명을 공개한 신문사를 향해서도 "'장자연 리스트'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국민들에게 밝"히고 "장씨 죽음의 진실이 밝혀지도록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는 "신문의날이었던 어제 (신문사 이름을 익명으로 보도한)기사를 보고 '한국 언론은 죽었다'고 생각했다"며 "(실명을 공개한) 민중의소리 앞에 한겨레와 경향, MBC와 KBS는 석고대죄하고, 언론인들은 분발하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장씨 문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 언론이 '장자연 리스트'라고 보도하는 것과 관련해 "장씨는 피해자이기 때문에 '박연차 리스트'처럼 리스트 앞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언련은 앞서 7일 논평에서 "연예계의 비리를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사의 대표가 성접대, 성상납 사건에 언급된 것 자체가 충격적인 일이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법적 처벌은 물론 언론계에서 퇴출시켜야 할 만큼 중대한 문제"임에도 "6일과 7일 이종걸 의원이 공개한 언론사 대표 또는 언론사의 이름을 실명으로 보도한 곳은 소수의 인터넷신문들 밖에 없다"고 비판하며 해당 신문사의 실명을 공개했다.

민언련은 이어 "그동안 정치인, 고위공직자 등을 비롯해 사회적으로 ‘공인’의 위치에 있는 인물들"은 물론 "진위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폭로’나 ‘의혹제기’에 대해서도 언론들은 거리낌 없이 당사자들의 실명을 거론하기 일쑤였"고 "비위 의혹이 아닌 경우에도 공직자의 실명과 얼굴을 거리낌 없이 공개하면서 비난 기사를 쓰는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각종 의혹 보도에서 ‘실명 보도’를 주저하지 않았던 언론사들이 이종걸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만 이토록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해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며 "언론들이 적어도 ‘장자연 리스트’를 다루는 보도의 원칙이 무엇인지, 명백하게 ‘공인’인 언론사 대표의 실명 보도에 대해 왜 이토록 몸을 사리는 것인지 합리적인 이유를 밝혀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