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쪽이 11일 조선일보가 '장자연 리스트' 관련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양측은 위법성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 '장자연 리스트' 관련 법정 공방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이번 고소에 대해 "한 사람이 목숨 버리면서 유서로서 알려야 했던 것이 감춰져 왔다. 그러한 것이 일부 언급된 것 가지고 명예훼손 고소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명예훼손은 무리이고 우리는 무죄이다. 이런 것들이 재판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철 대표는 또 조선이 문제 삼은 게시물에 대해선 "그 (게시) 내용은 기자가 쓴 것이 아니고 네티즌이 글을 올린 것"이라며 "다음(DAUM)의 경우 조선일보가 (게시물의)삭제 요청을 했다고 하는데 (우리는)조선일보로부터 삭제 요구를 받은바 없었다. (구체적 내용은)고소장 내용을 받아봐야 알 것 같다. 지금으로선 황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이종걸 의원도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밝힌 성명에서 "조선일보가 국민의 알권리라는 공익이 아니라 자사의 사익을 보호하기 위해 언론권력을 함부로 행사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넘어 측은하기까지 하다"며 "평소에는 국민의 알권리를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며 실명거론에 개의치 않았던 언론사가 이제는 자사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운운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은폐하는 행태에서 대다수 국민들은 어처구니 없어 한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4월11일자 1면.  
 
이종걸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언론사 실명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 적법한 '면책특권'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에게는 면책특권이라는 헌법상 권한이 있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면책특권을 규정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헌법은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함으로써 권력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폭로·비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고, 독재정권하에서도 국회의원의 발언에 대해 함부로 탄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번 고소에 대해 "조선일보는 대한민국 헌법마저도 조롱하고 협박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헌법 위에, 국민 위에 군림하는 불! 가침의 성역입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또 "조선일보의 작금의 행태는 국민의 귀와 눈을 가리고 타사 언론사들에게 보도금지 협박을 하고 급기야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까지 고소하는 비이성적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이 진실을 은폐하고 국민을 협박하고 자기를 방어하는데 악용된다면 그것은 '진실을 위한 펜'이 아니라 '거짓을 위한 총칼'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은 두 눈과 두 귀로 조선일보의 뻔뻔하고 무모한 행태를 똑똑히 바라보고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희 의원실 관계자도 전화통화에서 이번 고소에 대해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미 그 사람들의 실명이 일반인 누구나 확인 가능한 국회 회의록에도 나오는데 굳이 실명을 언급하지 않은 게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소는)'100분 토론'에서 (실명을)언급했기 때문인데, 당시 맥락을 보면 이종걸 의원이 면책 특권에 해당되는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또 해당 언론사가 익명으로 처리되는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도 말씀하는 상황이었다"며 "이종걸 의원의 (실명)언급을 그대로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의원은 내일(12일) 오전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조선일보는 11일자 1면 기사<본사(本社), 이종걸·이정희 의원 등 고소>에서 밝힌 고소장에서 "본사 임원은 장씨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이종걸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 '장자연 리스트' 내용을 언급하면서 본사 특정 임원이 장씨 사건에 관련된 것처럼 이야기해 본사와 본사 특정 임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는 "이 의원은 자신의 발언 내용이 국회방송 생중계 및 국회방송 홈페이지 동영상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알려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악의적인 발언을 했다"며 "이는 면책특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행위"라며 고소장 내용을 전했다.

기사는 또 "이정희 민노당 의원은 10일 새벽 1시쯤 MBC '100분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사회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 특정 임원이 장씨 사건에 관련돼 있는 것처럼 수차례 실명을 거론했다"고 전했다. 또 "친노(親盧) 인터넷매체인 서프라이즈는 장씨 자살 직후부터 게시판에 조선일보의 특정 임원이 장씨 사건에 관련돼 있다고 단정적으로 적은 게시글을 장기간 방치해 네티즌들이 열람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조선은 이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곧 제기할 방침이다.

다음은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와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이다.

- 조선일보의 고소에 대한 입장은?

"박연차 리스트 중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것은 확인조차 안 되는 것을 언론이 생중계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장자연 리스트는 가녀린 여성이 목숨을 잃은 것인데, 수사 진행이 안되고 있고, 리스트에 거론된 인물이 누구인지도 브로킹 되고 있다. 언론사에서도 유력 언론사와 관련된 사람이 조사조차 안 되고 있고, 방문 조사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박연차 리스트 수사와) 형평성이 맞지 않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하는데 조선의 명예가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거론된 것만으로도 국민에게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종걸 이정희 의원 등을 고소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법원에서 가려지겠지만 진실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조선이 서프라이즈의 게시물을 문제 삼았다. 구체적 내용은?

"장자연 리스트가 사실상 유출되지 않았나. 그 (게시) 내용은 기자가 쓴 것이 아니고 네티즌이 글을 올린 것이다. 다음(DAUM)의 경우 조선일보가 (게시물의)삭제 요청을 했다고 하는데 (우리는)조선일보로부터 삭제 요구를 받은바 없었다. (구체적 내용은)고소장 내용을 받아봐야 알 것 같다. 지금으로선 황당하다."

-다른 언론 매체에서도 ‘장자연 리스트’ 관련 언론사를 언급했다. 왜 서프라이즈만 고소했다고 생각하나. 

"언론(의 문제)를 실랄하게 지적하는 것이 저희 사이트이다. 못마땅한 것이 있어 이번 계기로 (고소)한 게 아닌가. 조선일보의 왜곡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이런 것에 대한)재갈 물리기다."

-조선일보가 11일자 기사에서 서프라이즈를 ‘친노매체’라고 소개했는데, ‘박연차 리스트’와의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것 아닌가.

"조중동에서 (우리)사이트를 거론할 때 접두사로 꼭 친노매체라고 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의 가치관과 정치 담론을 가장 많이 형성해왔고 그 이후 친노 매체라고 딱지 붙였다." 

-향후 법적 대응은?
"장자연 씨가 알리고자 했던 것을 (알리려는데) 일체 노력이 없고 궁금해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막으려고 하고 전달하려는 사람을 막으려는 경찰의 문제다. (조선의)명예훼손 이전에 목숨까지 버린 (장자연씨의)명예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한 사람이 목숨 버리면서 유서로서 알려야 했던 것이 감춰져 왔다. 그러한 것이 일부 언급된 것 가지고 명예훼손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명예훼손은 무리이고 우리는 무죄이다. 이런 것들이 재판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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