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조선일보가 ‘장자연 리스트’ 관련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해 “침묵의 카르텔을 깬 국회의원과 언론을 본보기로 삼아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라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정희 의원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이번 고소에 대해 “국민 각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회의원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역시 저에게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행사했을 뿐이다. 입 다물라는 으름장에 오그라들지 않았을 뿐”이라며 “저는 명예훼손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정희 의원은 조선의 고소장에 대해선 “고소장 내용이 궁금하다. 피해자라면서 여전히 ‘특정 임원’입니까. 언제까지 베일 속의 제왕으로 모실 것입니까. 왜 당사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고 엄연히 별도의 법인격을 지닌 조선일보가 나서는 것입니까”라고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지난 MBC <100분 토론>에서 조선의 실명을 거론한 것에 대해선 “이종걸 의원의 질의는 명백히 면책특권의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원은 이미 ‘허위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면책특권의 범위 안에 있다’고 판단한 일이 있을 정도로 면책특권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있다”며 “국회의원에게 단 하나 부여된 면책특권인 회의에서 말할 자유마저 부인된다면,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의무인 국민을 대변할 책임을 이행하지 못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모두 침묵을 강요당하는 것은 조선일보가 살아있는 권력이기 때문임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들은 ‘유력일간지’, ‘00일보 0사장’이라며 입을 닫았다. 죽은 권력,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박연차 리스트 수사는 실시간 중계되는데 살아있는 권력, 조선일보를 겨냥하는 장자연 리스트 수사는 짙은 안개 속에 싸여있다”며 언론과 경찰의 ‘침묵’을 꼬집었다. 

특히 이정희 의원은 경찰의 지지부진한 수사를 꼬집으며 “무책임한 경찰의 태도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성상납의 추악한 관행, 성매매처벌법 위반혐의에 대해 경찰은 당연히 수사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지지부진하다”며 “경찰이 살아있는 권력 아래 엎드리지 않고 제대로 수사했으면 이럴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의원은 “지난 10여 년, 대통령의 명예훼손 소송으로도, 탈세 세무조사로도, 무가지 단속하는 신문고시로도 거대 언론권력의 횡포를 바로잡지 못했다”며 “마지막 희망은 국민 여러분이다. 제 몫을 다하면 여러분께서 지켜주시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11일자 1면 기사<본사(本社), 이종걸·이정희 의원 등 고소>에서 "조선일보사는 조선일보의 특정 임원이 '장자연씨 사건'에 관련된 것처럼 공표해 조선일보와 특정 임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인터넷 매체인 '서프라이즈'의 신상철 대표이사를 10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조선은 기사에서 "이정희 민노당 의원은 10일 새벽 1시쯤 MBC '100분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사회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 특정 임원이 장씨 사건에 관련돼 있는 것처럼 수차례 실명을 거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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