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장자연 리스트’에 자사 대표인 방상훈 사장의 이름이 들어있다고 공개한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11일자 신문에 밝혔지만, 경향신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은 모두 익명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경향은 13일자 사설 <신문사의 의원 고소로 번진 장자연 사건>에서 “조선일보가 지난 10일 ‘조선일보의 특정 임원이 장자연씨 사건에 관련된 것처럼 공표해 신문과 특정 임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며 “앞서 이종걸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고 거명했고 이정희 의원도 MBC ‘100분 토론’에서 실명을 거론한 바 있다”고 실명을 보도했다.

경향은 이어 “조선일보의 고소는 특히 이종걸 의원의 경우 국회 내 면책특권을 부정하는 것이란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면서도 “그러나 역지사지해서 만약 사주가 애매한 누명을 썼다고 가정한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이 문제의 시비는 법정에서 가려질 수 있으리라 본다”라고 덧붙였다.

경향은 이날 <조선일보, 의원 2명 고소…‘장자연’관련 자사 임원 실명거론> 기사에서는 “조선일보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자사 고위 임원이 있다며 실명을 거론한 민주당 이종걸·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며 조선일보 외에 방 사장의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다. 

경향을 제외한 종합일간신문들은 13일자 지면에서 방 사장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조선일보 고위 임원’ ‘조선일보 특정 임원’ 등으로 표기했다.

한편,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이날 칼럼 <조선일보의 명예와 도덕성의 문제>에서 조선의 억울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 고문은 “어느 분야에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위치에 있는 인사가 그 직책과 영향력을 이용해 그 영향력 앞에 무력한 사람을 농락했다면 그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엄중한 벌을 받거나 사안의 정도에 따라 그 사회로부터 매장당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며 “그러나 그 반대로 그런 위치에 있다는 것을 기화로 전혀 근거없는 모략과 모함을 당해야 한다면 그것 또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 고문은 이어 장씨 문건에 “아무런 정황이나 구체성 없이 조선일보의 한 고위인사가 온당치 않은 일에 연루된 것처럼 기술돼 있다”고 개탄하며 “그것은 단지 그 특정인사의 문제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와 더불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조선일보 전체 기자와 직원들의 도덕성과 명예에 관한 문제이고 더 나아가 조선일보라는 신문 그 자체의 존재가치에 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이종걸・이정희 의원이 장씨 문건에 언급된 언론사 대표 가운데 한 명이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는 것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경찰의 지지부진한 수사를)참다 못했는지 야당의원들이 하나 둘씩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확인도 안된, 근거없는 말들을 뱉어내고 매체들은 이들의 발언을 기다렸다는 듯이 지면과 방송에 옮기는, 짜고 치는 듯한 게임이 연출되기 시작했다”며 “조선일보 입장에서 보면 경찰도, 어느 의미에서는 정권도 이 '장자연 사건'의 진행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당국의 무능과 무력, 또는 관음증(?)이 사태의 '주연' 같고, 일부 '안티 조선'의 조바심이 '조연'처럼 보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러는 동안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와 '조선일보 인사'에 관한 루머는 퍼질 대로 퍼졌다”며 “심지어 미국의 교포 방송이 불어 대서 미국으로부터 ‘정말이냐?’고 문의전화가 왔다. 조선일보 기자들끼리도 계면쩍어하고, 친구 친척들까지 물어온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 고문은 “조선일보의 누구든 장자연 사건에 연루된 것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조선일보 차원에서도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고 그 상황에서는 조선일보 측의 결백을 믿어온 임직원부터도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것이 터무니없는 모함과 모략, 그리고 그에 편승한 권력적 게임의 소산으로 밝혀지면 그것을 주도하거나 옮기거나 음해한 측 역시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고문은 마지막으로 “언론은 이 사건을 겪으면서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그것은 근거없는 '리스트'로 인해, 입증되지 않는 어느 '주장'만으로 많은 사람을 괴롭히지는 않았는지 언론 종사자 스스로 반성하고 더는 그런 추정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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