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천 갈등의 가장 상징적 인물이었던 박용진 의원이 경선 최종 결선에서 정봉주 전 의원에게 패해 ‘비명횡사’ 공천의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다. 특히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이른바 ‘조금박해’(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 쓴소리 4인방의 한명이었다. 이번 공천 결과로 민주당에 조금박해 현역의원은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1일 밤 국회의원 선거 6차 선거구 결선투표 결과 강북구을 선거구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박용진 의원에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청년전략선거구였던 서대문구갑 선거구에서는 막판에 교체 후보로 들어온 김동아 변호사가 권지웅 김규현 후보를 제치고 1위로 역전해 공천을 받았다.

이재명 대표에 쓴소리를 많이했던 박 의원은 의원평가에서 하위 10%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불공정 공천 논란의 불을 지핀 상징적 인물이어서 이번 공천 탈락 결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0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이 의원평가 하위 10%에 포함됐다고 폭로하고 있다. 사진=박용진 페이스북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0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이 의원평가 하위 10%에 포함됐다고 폭로하고 있다. 사진=박용진 페이스북

이른바 조금박해 가운데 한 명이었던 조응천 개혁신당 의원과 금태섭 최고위원은 이번 결정에 공개적으로 성토했다. 조 의원은 12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서대문갑, 용인정(이언주 승리, 박성민 패배) 등 경선 결과까지 보태어보면 역시 민주당이 자랑하는 ‘시스템 공천’은 ‘비명 홀로코스트’라는게 확실해졌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자신과 금 전 의원, 박용진 의원 김해영 전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조금박해’로 불리던 시절을 떠올리며 “민주당에 당내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증표였고, 이성적 토론과 수용의 과정도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민주당에 ‘조금박해’는 없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의 승리를 갈망한 박용진 의원에게 훈장을 주지는 못할망정 온갖 재갈을 물리고 손발을 묶은 상태로 ‘시스템 경선’을 통해 링 밖으로 던져버림으로써 ‘조금박해’도 사라지고 당내 민주주의도 사망했다”며 “한번이라도 이재명 대표를 추앙하지 않은 의원 중 당권에 도전한 전력이 있거나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면 삼족을 멸하듯 반드시 경선탈락을 시키고 말았다. 민주당 당권은 이재명 대표의 전유물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금태섭 전 의원도 이날 회견에서 자신이 조국청문회에서 쓴소리하고 공수처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쫓겨난 경험을 들어 “박용진은 방탄국회에 협조하지 않고 검수완박하겠다고 위장탈당하는 행태에 반대하다가 찍혔다”며 “어떻게 박용진 같이 바른 정치인을 내치고 온갖 논란과 막말 시비로 점철된 정봉주를 선택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개혁신당의 금태섭 전 의원과 조응천 의원이 12일 국회 소통관 백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개혁신당의 금태섭 전 의원과 조응천 의원이 12일 국회 소통관 백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금 전 의원은 “소신과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들은 저격당하고 천박하고 권력에 맹종하는 정치인들이 득세한다”며 “한국 정치권에서 여당 후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폭주나 김건희 여사 문제에 한마디도 못하고, 민주당 후보들은 앞다투어 이재명 대표에게 충성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마저 ‘이재명을 중심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입장을 낸 것을 두고 “언제까지 국민들은 이재명, 윤석열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정치를 참아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조금박해라는 민주당을 상징했던 모든 분들이 다 떨어져 나간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가운데로 가는 게 제약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내다봤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같은 방송에서 김동아 후보가 서대문갑 선거구에서 다른 두 후보를 꺾고 공천을 받은 점을 두고 “친명 공천의 끝판왕이라는 평가가 있다”며 “청년 공천에서 원래 세 명을 중간에 오디션을 선정을 했는데 한 명을 빼고 두 명으로 갈 수도 있는데 탈락했던 김동아 변호사가 들어와서 결국에는 역전을 해 버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중구성동갑에 전략공천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와 인터뷰에서 “박용진 의원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고 위로를 드리고 싶은데,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은 이재명 대표가 공천 내용에 개입하거나 여러 가지 의원들 평가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며 “당원과 의원들이 시스템과 절차에 의해서 평가한 그 결과를 대입하고 최종적으로는 국민들의 여론조사 등으로 반영해서 나온 결과”라고 밝혔다. 전 전 위원장은 “개혁 공천, 물갈이 공천에 있어서 배제된 의원님들도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당과 함께해달라”고 밝혔다.

한편, 박용진 의원은 지난 11일 밤 입장문을 내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알려드리게 되어 죄송하다”면서도 자신을 선택한 권리당원이 1696명(51.79%), 정봉주 지지 권리 당원이 1578명(48.21%)이고, 박용진 지지 강북주민이 1508명(51.62%), 정봉주 지지 강북주민이 1413(48.38%)명이었다며 데이터를 공개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강북구 발전을 위해 작은 역할이나마 계속해 가겠다”며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말씀드리게 되어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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