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 현역의원을 꺾고 더불어민주당 안산상록갑 후보로 공천된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의 막말이 큰 논란이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한미FTA와 언론대응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이명박과 유사 불량품” “역겹다”와 같은 혐오와 조롱섞인 막말을 써 당내 반발을 산다.

양 전 위원은 자신이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시절인 지난 2008년 5월13일 미디어스에 기고한 <이명박과 노무현은 유사불량품>이라는 글에서 노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두고 “언론사 고소·고발하는 것도 유사하고, 하는 행태는 전형적인 불량 유사품”이라며 “이명박씨는 노무현씨와 유사품 취급을 당하면 당할 수록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도 함께 떨어질 것”이라고 비하했다.

양 전 위원은 이틀 뒤엔 같은 매체에 <‘미친 미국소 수입’의 원죄는 노무현>에서 노 전 대통령의 씻을 수 없는 국가적 과오의 알파와 오메가가 바로 한미FTA 추진이라며 “이명박씨가 '미친 미국소 수입'의 결과이면 노무현씨는 '미친 미국 소 수입'의 움직일 수 없는 원인”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새만금 사업 추진 등을 두고 “환경의 구조적인 측면은 ‘작살’을 내 놓고, 환경운동을 쓰레기 치우는 일로 등치시켜, 낙향한 대통령으로서의 우아함을 즐기는 노무현씨에 대해서 참으로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거친 비난을 퍼부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노무현 비하' 논란에 휩싸인 양문석 경기 안산갑 예비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노무현 비하' 논란에 휩싸인 양문석 경기 안산갑 예비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 전 위원 이력의 또 다른 문제는 지난 2011년 9월20일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최종원 의원과 함께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에서 조아무개 KT 전무와 함께 술자리를 했고, 수백만원의 술 접대를 받은 사실이다. 양 전 위원은 이 당시 사죄의 글을 올렸으나 자신이 몸담았던 언론개혁시민연대한테서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남에게는 거칠게 몰아붙이면서 고위공직자로서 접대를 받은 행태는 이중적 행태라는 지적이었다.

특히 그의 거친 발언 습관은 많은 세월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민주당에 가서도 비주류이자 비명계를 향해 “수박을 뿌리뽑겠다” “바퀴벌레”와 같은 표현을 써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표현의 자유라며 양 전 위원을 두둔했다. 이 대표는 16일 경기도 하남시 신장시장 앞에서 ‘양문석 후보가 과거에 했던 언행에 언급이 많은데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 질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욕하는 게 국민의 권리 아니냐’고 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했다고 그 정치인들을 비판하거나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저에 대해서도 온갖 험악한 얘기들로 비판하는 당내 인사들 많다. 제지하면 끝이 있겠느냐. 표현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선을 넘느냐 안 넘느냐”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주권자인 국민을 폄훼하거나 소수자 약자들을 비하하거나 이런 데 대해서 책임 져야 하나 대리인인 정치인들끼리 서로 비판하고 비난하고, 누가 더 잘하나 하는 경쟁에서 ‘저 사람은 좀 문제가 있어’라고 하는 그런 것 갖고 제지하면 어디 살겠느냐”며 “안 그래도 입이 틀어막혀서 못 살겠는데, 우리 표현에 대해서 가급적 관대해지자. 무서워 살겠느냐. 말한마디 해서 어떻게 살겠느냐. 저 욕 많이 하라”고 비호했다. 그 정도는 표현의 자유이자 관대할 수 있는 범위라는 주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하남 신장시장 앞에서 양문석 안산상록갑 후보의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막말 논란을 두고 표현의 자유라며 관대해지자고 해명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하남 신장시장 앞에서 양문석 안산상록갑 후보의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막말 논란을 두고 표현의 자유라며 관대해지자고 해명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이에 당내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이 쏟아졌다.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 16일 입장문 ‘당이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 가장 큰 위기에 처했습니다’에서 막말을 용납하지 않는 단호함이 선거의 관건인데, 정봉주 후보 공천철회 결정은 잘한 일이라면서도 “양문석, 김우영 등 막말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후보들이 있다. 국민의힘은 도태우, 정우택 후보 등에 공천을 철회했는데, 우리당이 이런 부분에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치인이 경멸과 조롱의 언어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인격과 정치적 자질이 저열함을 나타내는 것일 뿐”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양문석 후보가 쓴 글의 내용과 같이 ‘조롱의 대상’이 되거나 ‘폄훼의 대상’이 될 이유가 없는 분”이라고 반박했다. 곽 변호사는 “양문석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을 ‘유사불량품’으로 묘사한 사실에 대해 깊이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같은날 입장문에서 “노무현의 동지로서 양문석 후보의 노무현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묵과할 수 없다”며 “민주당에 몸담고 국민을 대표하겠다는 정치인이 김대중 노무현을 부정한다면 이는 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양문석 후보에 대한 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효은 새로운미래 선임대변인도 논평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불량품’ 이라며, 저급하게 비하했던 사람을 기어이 국회의원 후보로 내세웠다”며 “어쩌다 민주당이 이렇게 됐느냐”고 되물었다. 주이삭 개혁신당 부대변인도 “더불어민주당은 노무현 정신, 김대중 정신은 다 어디 팔아먹고는 ‘손가락 혁명군’ 같은 자들만 남았는가”라며 “정봉주에 이어서 양문석까지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은 자들의 수준이 다들 ‘이재명’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양문석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저의 글들에 실망하고 상처받은 유가족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썼다. 그는 이제는 “정치인으로서 정치 현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좌절의 순간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으로부터 위로받아 왔다”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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