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안산상록갑 공천을 받은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의 과거 막말이 논란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나온 거친 표현만이 아니라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당내 반대파를 향해서도 ‘수박’ ‘쓰레기’ ‘바퀴벌레’ ‘똥파리’ 등의 표현을 쏟아내온 것. 이런 표현은 페이스북이나 X(트위터), 유튜브방송 같은 SNS뿐 아니라 라디오방송에서도 이어졌다. 이를 두고 혐오와 조롱, 경멸의 표현을 쓰는 이가 공직을 맡을 수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문석 전 위원은 지난해 3월1일 유튜브 ‘김성수TV 성수대로’ 공개방송(3월6일 유튜브 공개)에서 “배신한 새끼들은요 끝까지 배신한다”며 “고쳐 쓸 놈들이 아니다. 윤석열이 그랬고, 한동훈이 그랬고, 그 다음에 수박들이 그랬다. 마지막까지 대통령 선거 2개월 남겨놓고도 김종민이나 이원욱이 나와서 후보 교체론을 이야기했던 그 부분에 대해서 여러분들이 기억하고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양 전 위원은 같은해 4월20일 MBC경남 라디오 ‘좋은 아침’에 출연해서도 “더불어민주당 내에 그 수박들을 척결하지 않으면 다음 총선에서도 승리하기 힘들고, 그 다음 대선에서 현재 윤석열 정권을 대체할 수 있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승리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양 전 위원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는 “이재명이 나의 아이돌이고 나는 그냥 팬”이라고 낯뜨거운 아첨성 표현까지 했다.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당내 비판인사들을 배신자 XX, 수박이라 표현하며 거칠게 비난하고 있다. 사진=김성수TV 영상 갈무리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당내 비판인사들을 배신자 XX, 수박이라 표현하며 거칠게 비난하고 있다. 사진=김성수TV 영상 갈무리

양 전 위원은 자신이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패한 직후에도 당내 비판 세력에 거친 표현을 썼다. 그는 지난 2022년 6월10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전화연결에서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후보들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남탓 공방을 하는 이낙연, 홍영표, 김종민 이런 분들의 발언들을 보면서 나는 그 시점에서 제 페이스북에 그렇게 썼다”며 “민주당의 쓰레기들이라고” 말했다. 양 전 위원은 민주당 쇄신에 한 말씀 해달라는 요청에도 “여러 표현을 썼다. 쓰레기, 바퀴벌레, 빈대 이런 표현들을 썼다. 이 표현들이 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양 전 위원은 지난해 6월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산 상록 갑 수박의 뿌리요 줄이요 수박 그 자체인 경기도 안산 상록갑 국회의원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며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민주당에 치명적인 반개혁세력의 뿌리요 줄기요 그 자체가 수박일 뿐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양 전 위원은 “그 수박의 뿌리를 뽑아버리겠다. 그 수박의 줄기를 쳐내겠다. 그 수박 자체를 깨뜨려버리겠다”고 표현했다.

양 전 위원은 이 표현으로 민주당 윤리심판원에서 당직 정지 3개월을 받았다. 이후 양 전 위원은 지난해 12월16일 X(트위터)에 쓴 글에서 “보통명사 ‘수박’을 갖고, 이렇게 없어 보이게 시비를 걸면, 당신과 당신들 주변이 너무 초라하잖느냐”며 “당직정지 3개월로, 윤리심판원에서 징계 받을 때, 윤리심판원 위원님들께 분명히 말씀드렸다”며 “‘수박’이라는 단어는 이제 일반적인 정치적 표현으로, 더 이상 멸칭이 아니라, ‘겉과 속이 다른, 뻔뻔하게 위선적 정치 행위를 하는 무리’를 일컫는 보통명사라고”라고 주장했다.

▲양문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이 지난해 6월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 현재는 계정이 삭제된 상태. 사진=양문석 페이스북 메트로 재인용
▲양문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이 지난해 6월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 현재는 계정이 삭제된 상태. 사진=양문석 페이스북 메트로 재인용

양 전 위원은 2023년 7월 12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민주당 홈페이지에 만든 당원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블루웨이브’가 개딸과 낙딸(이낙연의 딸)의 전쟁터로 변했다는 지적에 “개딸과 똥파리의 전쟁터다 이건데, 개딸도 멸칭이고, 낙딸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똥파리라고 표현을 한다”고 말했다.

앞서 양문석 전 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실패한 불량품” “역겹다” “매국노”라고 표현해 노무현재단과 친노, 친문 의원들의 분노를 샀다. 이런 표현은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친문의 중심으로 지목되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양문석 후보의 막말은 실수가 아니다”라며 “세상을 보는 시각이자 인식의 표출”이라고 진단했다. 전 의원은 “저를 포함하여,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수박, 바퀴벌레, 고름이라 멸칭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해 왔다”며 “지지하는 정당이 다른 국민을 ‘2찍’이라 폄훼하는 것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본인이 출마하겠다고 온 안산갑에 대해 ‘지저분하고 장난질 잘하는 동네’라고 규정하였다. 민주당의 후보로서 이런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이러한 막말과 경선에서의 불이익을 감내하면서도 민주당의 총선승리와 당의 단합을 위해 경선 결과에 승복하였다”면서도 “그러나 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발언들에는 분노와 깊은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양문석 후보의 대통령 비난의 발언은 그 빈도와 말의 수위, 내용의 문제에서 용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노무현 정신은 당의 뿌리이자 정체성의 근간이며, 지켜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양문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의 과거 막말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CBS 뉴스쇼 영상 갈무리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양문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의 과거 막말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CBS 뉴스쇼 영상 갈무리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해서 분노하고 비판하는 건 된다. 그러나 조롱하고 경멸하는 건 안 된다”며 “그런 건 공직 자격이 없는 거 아니냐. 아마 김부겸 위원장도 그런 걸 묻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부겸 전 총리도 전날 같은 방송에 출연해 “도를 넘었다”며 “극단적 언어를 써가면서 조롱하고 비아냥대고 모멸감을 줄 그런 정도의 표현을 하는 게 정상적이지 않다…재검증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은 19일 페이스북에 “‘민주당 내 바퀴벌레들이 잊을 만하니까 다시 튀어나오고’, ‘개쓰레기는 그냥 치우면 되는 것’ 등으로 비명계를 갈라치고 비하하고 공격하는 편가르기 정치의 선봉에 그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팬덤에 기반한 적대 정치를 온몸으로 실천한다”며 “잘못이라는 인식조차 없다. 봉하마을 가서 참배했다고 뭐가 달라지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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