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비명계 좌장격인 5선의 설훈 의원까지 의원평가 하위 10%에 포함시켰다고 통보해 ‘공천 학살’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김영주, 박용진, 윤영찬, 송갑석, 박영순, 김한정 의원에 이어 5선의 설훈 의원까지 하위 10~20% 명단에 들어갔다. 이에 반해 친명 인사들과 지도부였던 의원들은 대부분 단수 추천돼 안전하게 공천장을 받았다.

설 의원은 당내에서 가장 앞장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쓴소리와 비판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를 보복성 조치로 규정했다. 설 의원은 탈당할지도 상의해보겠다고 했다.

설 의원은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오늘, 당의 공관위로부터 제가 하위 10%에 들어갔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참으로 납득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든 결과”라고 밝혔다. 설 의원은 통보를 받은 뒤 그동안 자신을 되돌아 보았지만 민주당을 위해 희생해왔고, 부끄러운 일을 저지른 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대신 그는 “단순히 민주당이 아닌 이재명 대표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재명 대표가 아닌 국민을 위한 민주당을 지키고자 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의 본연의 가치를 다잡고 정신을 지키고자 앞장섰다는 이유로 하위 10%에 밀어 넣었다”며 “이것이 비명횡사, 사천 아니냐”고 반문했다.

설 의원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제가 하위 10%에 들었는지 공관위는 명명백백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57건의 법안 대표 발의, 100%에 가까운 상임위와 본회의 출석률, 국정감사 우수의원 선정, 대정부질문 참여 등 객관적인 정량적 평가에서 다른 의원들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설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 “지난 2년 동안 어떤 의정활동을 했느냐”며 “같은 상임위원으로서 이 대표의 얼굴을 상임위장에 본 것이 손에 꼽는다. 질의와 법안 발의는 얼마나 했느냐. 본회의는 제대로 출석했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설 의원은 “자신과 측근의 범죄를 비호하기 위해 민주당을 이용한 것 이외에 민주당의 국회의원으로서 국민과 민주당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느냐”고 비판했다.

▲5선의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오후 자신도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하위 10%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설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치졸한 복수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5선의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오후 자신도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하위 10%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설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치졸한 복수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설 의원은 이 대표가 비리의혹을 받은 의원들을 공천배제한 것을 두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검찰에 의한 무고한 정치 수사이며, 다른 의원들의 사법리스크는 모두 범죄냐”며 “그분들과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차이는 무엇이냐”고 따졌다. 그는 “이 대표의 영역은 신의 영역이냐”며 “그렇다면 내로남불 윤석열 대통령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 의원은 이 대표를 두고 “자신을 비판했던 의원들을 모두 하위 20% 안에 포함하고 개인적인 복수를 자행하고 있다”며 “개인의 방탄과 치졸한 복수만을 바라보며 칼을 휘두르고 있다”고 했다.

설 의원은 기자회견 후 백브리핑에서 “탈당여부도 상의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조만간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통보받은 직후 홍영표 의원과도 의견을 나눴고 향후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와도 상의해보겠다고 했다. 재심신청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설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정상적인 정치활동을 하기 바랐다”며 “당내에 입장 달리하는 많은 사람과 대화를 통해 서로 존중하고 안고 갈 줄 알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참고 참고 참으면서 몇 달을 속앓이했다. 결코 참고 있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

설 의원은 ‘이 대표가 자신에게 쓴소리해서 이런 불이익을 줬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당연하다”며 “당이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해 그동안에 나름대로 생각한 것을 얘기해왔으나 그게 다 안받아들여졌고, 그래서 이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에 반해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친명계와 지도부 인사들에게는 줄줄이 단수공천을 했고, 하위 10~20% 굴레가 씌워진 비명계 인사들은 경선하게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국회 본관 당대표 회의실 앞에서 연 현안 백브리핑에서 하위 20% 받은 의원과 관련해 의원 평가가 0점인 의원도 있다고 말하면서 웃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국회 본관 당대표 회의실 앞에서 연 현안 백브리핑에서 하위 20% 받은 의원과 관련해 의원 평가가 0점인 의원도 있다고 말하면서 웃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23일까지 모두 6차례 공관위 심사결과 내용을 보면 △서울 서초을에 홍익표 원내대표 △서울 동대문구갑에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 △서울 동대문구을에 장경태 최고위원 △서울 중랑구을에 박홍근 의원 겸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장 △서울 강북구갑에 천준호 이재명 당 대표 비서실장 △서울 강서구갑에 강선우 당 대변인 △서울 강서구을에 진성준 현 의원 △서울 영등포구을에 김민석 의원 겸 총선 상황실장 △서울 은평구갑에 박주민 국회 원내수석부대표 △인천 연수구갑 박찬대 최고위원 겸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등 현역 친명계 인사나 현 지도부를 모두 단수 공천했다.

공관위는 7인회 멤버인 김병욱 의원과 문진석 의원을 각각 경기 성남시분당을과 충남 천안시갑 지역구에 단수 공천했다. 이밖에도 인천 동구미추홀구을에 단수 공천된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충남 논산시계룡시금산군에 공천된 황명선 전 논산시장은 대표적 원외 친명인사다.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내고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을 맡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관리 역할을 한 박범계 의원도 대전 서을에서 단수 공천됐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이해식 의원도 서울 강동을에서 단수 공천장을 받아 본선에 직행하게 됐다.

다만 비명계 인사들 가운데서도 단수공천을 받은 의원들이 있다. 고민정(광진구을), 박재호(부산 남구을), 전재수(부산 북구강서구갑), 이소영(의왕시과천시), 최인호(부산 사하갑) 등 다소 계파색이 옅지만 비명계로 분류되는 현역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하게 됐다.

이에 원로들도 연일 목소리를 낸다. 권노갑(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정대철(대한민국헌정회 회장) 이강철(노무현정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강창일(전 국회의원, 전 주일대사)은 22일 성명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해 “지금껏 벌어진 행태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는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모르쇠’로 가다가 어떤 결말을 보고싶은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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