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의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0년을 지켜온 민주당에서 탈당한다고 밝혔다. 다양성을 존중했던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전체주의 사당으로 변질돼 더 이상 남아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설 의원은 전날 이재명 대표에 마지막으로 사퇴하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설 의원은 28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저는 40여년 동안 몸담고 일궈왔던 민주당을 떠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밤낮을 바꿔가며 고군분투했던 4년이라는 시간이 단순히 이재명 대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아무 의정활동도 하지 않는 하위 10% 의원이라고 평가절하되며 조롱당했다”고 털어놨다. 설 의원은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고 민주당을 세우고 민주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지금까지 살아온 지난 40여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아른거린다고 했다.

그는 국민이 민주당을 신뢰했던 이유가 ‘민주당의 민주화’가 제대로 작동되었기 때문이라면서 “이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지배를 받는 전체주의적 사당으로 변모되었다”고 주장했다. 설 의원은 “이재명 대표는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과 측근과만 결정하고,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들을 모두 쳐내며, 이재명 대표에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있다”며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어떻게 아부해야 이재명 대표에게 인정받고 공천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만 고민하는 정당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이어 “국민을 향한 다양한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이재명 대표를 향한 찬양의 목소리만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설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 “이 대표에게 정치는, 민주당은 자기 자신의 방탄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윤석열 정권에 고통받는 국민은 눈에 보이지 않고, 그저 자신이 교도소를 어떻게 해야 가지 않을까만을 생각하며 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국민이 아닌 이재명을, 민생이 아닌 개인의 방탄만을 생각하는 변화된 민주당에 저는 더 이상 남아 있을 수 없다”며 “김대중의 가치, 노무현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싸웠지만, 돌아오는 것은 동료 의원들의 비난과 조롱, 그리고 하위 10%의 통보였다”고 털어놨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탈당 발표를 한뒤 백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탈당 발표를 한뒤 백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설 의원은 당을 나가 다시 당선되어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몰락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설 의원은 기자회견 뒤 백브리핑에서 탈당계를 이날 오후 내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향후 거취를 두고 설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할지, 새로운미래에 입당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안에서 당을 바꾸고 싸울 수도 있을텐데, 탈당을 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었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설 의원은 “저로서는 탈당을 안하면 경선을 받아야 하는데, 제가 이길 수가 없다. 30% 감산하고도 이겨내지 못한다”며 “출마를 포기하는 건 방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의 변화를 위해 불출마할 수는 없다고 보느냐’는 이어진 질의에 설 의원은 “그건 승복하고 받아들이는 결과가 되는데, 저로서는 용납할 수 없다”며 “불의라고 외치고 싸워야 하는 게 제가 살아온 인생의 길”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과 이재명 심판론 가운데 어떤 게 세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설 의원은 “둘다 외치고 있고, 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선 때 제가 이재명 대표를 지지한 이유는 윤석열 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지금와서 보니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견이 솟구치고 있으나 이재명 대표 비판도 센 상태다. 지금 어디가 더 낫고 덜 나쁘다 얘기하기 쉽지 않다”고 답했다.

전날(27일)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에 사퇴하라고 요구했느냐고 묻자 설 의원은 “했다”고 인정했다. 설 의원은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대선에 지고 난 뒤에 했어야 한다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그랬다. 대표 사퇴가 끝난 게 아니다라면서 이재명 대표 앞에서 쳐다 보면서 요구했으나 안 받아들여졌다. 대표직을 내려놓고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표나 친이재명계 중에서 탈당을 만류한 사람이 있었는지에 대해 설 의원은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왜 이런 공천과 당 운영을 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설 의원은 “자신의 방탄 때문”이라며 “오판이다. 이 대표는 성정 자체가 자신 외에 남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위에 누가 있는 것을 못 견딘다. 임종석 의원 (공천을) 간곡한 부탁도 듣지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체제를 두고 “독선과 오만의 정치를 하고 있다”며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할 때 지시하는 스타일이 몸에 배었다. 타협은 추호도 없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연산군이라는 표현은 과하지 않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설 의원은 “과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그런 형태가 가장 리얼하게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지금 심경을 묻자 설 의원은 “울고 싶은 심정”이라면서도 “울고 있을 때가 아니다. 결연히 일어나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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