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비명계 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쓴소리를 해온 의원들을 하위 10%, 20%라고 통보하면서 공천의 불공정성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자 당 원로들까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김부겸 정세균 두 전직 국무총리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 “이 대표가 이 상황을 바로잡으라”며 “작은 이익을 내려놓으라”고 촉구했다. 오영식 전 총리 비서실장은 “공천 관리 책임자에 대해 당내 전반적으로 불신이 크다”고 전했다.

국회부의장인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하위 20%)에 이어 박용진, 윤영찬, 박영순, 김한정 의원까지 하위 10% 명단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전 최고위원 출신인 송갑석 의원은 하위 20%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40년 가까이 민주당을 지킨 김한정 의원까지 하위 10%에 올려놓자 비명, 친문에 이어 이제는 친DJ 인사까지 몰아내려느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2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영주, 박용진, 윤영찬, 김한정 이런 사람들은 다 의정활동을 지역구 활동을 잘하신 분”이라며 “김한정 의원의 경우 서울대 나와서 25살 때 경상도 청년이 김대중 암울한 시대에 비서로 들어가서 38년을 민주당을 지킨 사람”이라고 했다. 박 전 원장은 “박용진, 윤영찬 의원 뿐 아니라 김한정 의원도 상위 1%에 들어가야지 왜 하위 10%에 들어갔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자료화면. 사진=SBS 뉴스 영상 갈무리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자료화면. 사진=SBS 뉴스 영상 갈무리

박 전 원장은 “평가 기준을 모르기 때문에 이해할 수가 없지만 이의 신청을 해서 그 내용을 공개하고 이의 신청을 합법적으로 검토해서 받을 사람은 받고 안 될 사람은 안 되는 그런 시스템으로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매끄럽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당 원로인 김부겸 정세균 두 전 총리는 21일 공동명의로 ‘이재명 대표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라는 입장문을 내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의 공천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며 “이재명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부겸 정세균 두 전 총리는 “지금처럼 공천 과정에서 당이 사분오열되고 서로의 신뢰를 잃게 되면, 국민의 마음도 잃게 된다”며 “입법부까지 넘겨주면 민주당은 국민께 죄인이 될 것”이라고 썼다. 두 전 총리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작은 이익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당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천을 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가 어렵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하위 10% 명단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김한정 의원 등을 두고 상위 1%에 있어야 할 분들이라며 민주당 공천 과정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CBS 뉴스쇼 영상 갈무리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하위 10% 명단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김한정 의원 등을 두고 상위 1%에 있어야 할 분들이라며 민주당 공천 과정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CBS 뉴스쇼 영상 갈무리

이 두 전 총리는 입장문을 내기 전에 임채정, 김원기, 문희상 고문 등 원로들과 오찬을 갖고 공천과정의 우려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겸 전 총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오영식 전 의원은 2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원로들과 오찬 미팅한 것과 두 전 총리의 입장을 낸 것은 별개”라며 “어른들과 만난 것은 당의 공천 과정이나 당 상황에서 걱정이 많아서 식사하면서 이야기하자고 해서 자리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 전 의원은 다만 두 전 총리가 입장문을 별도로 낸 배경을 두고 “현재 당의 진행되는 과정이 심각한 상황이다 싶어서 공천 과정의 공정성 시비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세워서 수습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심정에서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전 의원은 이 같은 우려가 비명계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당 전반에서 나타나는 기류라고 전했다. 오 전 의원은 “공천이 진행되면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지금 진행되는 공천 문제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공정성이나 투명성과 관련해 객관성에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라고 밝혔다.

오 전 의원은 “의원평가 과정이 됐든 여론조사 관련이 됐든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제기”라며 “공천과정의 책임자분들에 대한 불신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도부가 납득할 수 있게 해명하고, 필요하면 상응하는 조치 취하면서 논란의 시비 해소하고 공천을 진행해야지,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고 외치면서 가면 이 상황이 수습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재명 대표는 혁신에는 가죽을 벗기는 고통이 따른다면서 공천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했으나 정작 21일 지도부 성토장이 됐던 의원총회에는 불참했다. 원외 친명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는 22일 논평에서 “지금의 공천 투정은 ‘내가 받으면 공정, 못 받으면 불공정’이라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며 “그들의 불만 제기는 실재하지 않는 당내 갈등을 조장하여 총선승리와 정권심판에 악영향을 주는 명백한 해당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윤영찬 의원은 페이스북과 여러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자기 가죽과 살을 베내야하기 때문에 혁신이 어렵고 고통스러운 것”이라며 이 대표를 향해 “칼자루 쥔 분이 이참에 정치적 비판 세력과 잠재적 라이벌을 마구 베면서 ‘고통’ 운운 하시면 안되죠”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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