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일 막말과 폭행 이력이 폭로된 정봉주 전 의원의 강북을 공천을 취소하면서 당 심사과정과 공천관리 시스템이 사전에 최소한의 인사검증도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그런데도 정 전 의원 공천 취소 결정을 하자마자 민주당 관계자들이 차점자인 박용진 의원 대신 전략공천설을 공공연하게 언급하자 박 의원이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심사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데도 책임은 지지 않은채 특정인 배제부터 하려는 데 대한 반발이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연결에서 차기 후보가 누가 되느냐는 질의에 “경선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박용진 후보도 대상이 될 수가 있겠는데, 경선 자체가 절차적 과정에 문제가 없고 결론이 난 거 아니겠느냐”며 “그 이후에 정봉주 후보 발언 문제여서 재추천 의결로 가는 거고 그렇다면 해석의 여지 없이 전략공천으로 간다, 이렇게 보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천갑의 경우 2인 경선 중 한 후보가 불법 홍보물 문제로 낙마해 현역 의원인 황희 의원이 단수 공천이 됐고, 서울 서대문갑에서도 3인 후보가 통과가 돼서 뛰다가 성치훈 후보가 중도 탈락하자 차점자인 4위 후보를 올려 4위 후보가 최종 공천되지 않았느냐는 반론이 나왔다. 이에 박 대변인은 “그건 좀 다르다”며 “그건 경선 과정에서 있었던 문제고, 이것은 공천 자체의 경선이 매듭지어진 상황”이라고 답했다.

안규백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의원, 동대문갑 후보)도 이미 지난 14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 인터뷰에서 “제3의 인물이 원칙”이라며 “전략공천 가능한 지역이다. 제3의 인물이 가는 게 원칙인데 여러 가지 정무적 판단을 고려해 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실상 제3의 인물로 전략공천 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당사자인 박용진 의원은 이 같은 논리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박용진 의원실은 15일 아침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성준 대변인과 안규백 의원 주장을 두고 사실과 다르다면서 특히 당헌 제104조 제1항의 재추천은 ‘공직선거 후보자로 확정된 자의 입후보등록이 불가능하거나, 당규로 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때에 당규로 정한 절차에 따라 추천을 무효로 하고 재추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고 제시했다. 박 의원은 현재 재심을 신청해 재심위가 15일 저녁 9시에 열릴 예정으로 안다며 재심절차도 경선 절차의 일부이므로 강북을 경선 절차는 끝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용진 페이스북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용진 페이스북

무엇보다 정봉주 전 의원의 막말은 경선 전에 있었던 일이고, 이미 상당부분 공개돼 있던 언행이라는 점에서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민주당 검증시스템의 책임이 1차적으로 나온다. 박용진 의원은 “정봉주 후보의 막말은 이전에 있었던 일로 당의 적격심사과정, 공천관리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하는 일임에도 이제서야 문제가 드러나서 경선 도중에 후보자격을 박탈당한 것”이라며 “애초에 후보자선정과 경선절차에 굉장히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봉주 전 의원의 ‘가정폭력’ 사안을 두고 박 의원은 당규상 ‘예외없는 부적격 심사기준’에 있는 사유라며 “모두 당 후보자 적격심사과정에서 제출되었어야 하는데 제출되지 않았고, 의무적으로 제출해야할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사례만으로도 후보 자격이 상실되는 사례가 있어왔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정봉주 후보의 그와 같은 행위는 사실상 당을 기망한 것이었고, 공천확정자가 아니라 애초에 원천 무자격자였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구나 박 의원은 법 절차적으로도 정 전 의원이 최고위원회의 정식인준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므로 공직선거 후보자로 확정된 자가 아니라고 반론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2021년 10월 유튜브 당당하숙에서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 친문계 인사들의 목소리를 두고 삶은 멸치대가리라고 비난하고 있다. 사진=TV조선 뉴스9 영상 갈무리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2021년 10월 유튜브 당당하숙에서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 친문계 인사들의 목소리를 두고 삶은 멸치대가리라고 비난하고 있다. 사진=TV조선 뉴스9 영상 갈무리

당규 제10호 전략선거구 선정심사기준에 따르면, 강북을은 제1호부터 제6호 그 어느 기준에도 부합되지 않아 전략선거구 지정요건에 해당되는지 자체가 의문스러운 일이며, 4년 전 총선에서는 부산 금정구에서 개인 신상 문제와 관련한 문제가 불거지자 후보자를 차점자로 교체한 선례도 있다는 게 박 의원 설명이다. 

이밖에 박 의원은 서대문갑 경선절차에서 성치훈 후보의 자격이 박탈되고 애초에 탈락됐던 차점자인 김동아 변호사가 부활된 사례, 양천갑의 경선 도중 불거진 이나영 후보의 자격상실로 인한 황희 후보의 공천확정 사례 등에 비추어 형평에 맞아야 한다고도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