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25일 의정부제일시장 상인들과 오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1월25일 의정부제일시장 상인들과 오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31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 31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이후 법안 수 기준 9번째 거부권 행사로 역대 대통령 최다다. 주요 아침신문 9개 중 8개 신문이 이를 1면에 보도했지만 조선일보는 8면에 보도했다. 다수 신문이 여야 모두의 책임을 묻는 양비론을 편 가운데 동아일보는 “서울경찰청장 등 23명이 기소됐지만 포괄적 책임을 진 정부 고위직 인사는 없었다”며 “야당 역시 총선 후로 특조위 구성을 미루는 등 ‘정쟁 요소’를 막판에 뺐다지만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0일 국무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및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특별법(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의결하며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재적 위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법안을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112석을 가지고 있어 법안 폐기가 유력하다.

‘독단적 정부’ 지적한 신문과 ‘극단적 갈등’ 양비론 편 신문

▲ 31일자 국민일보 1면 사진기사.
▲ 31일자 국민일보 1면 사진기사.

대다수 신문이 1면에 거부권 행사 소식을 전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거세게 항의하는 유족들의 항의 사진도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말고도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50억 클럽 특검법 총 8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거부권을 반복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 경향신문은 31일자 1면에 <끝내 거부권… 위로도 없이 돈 내밀었다>고 했고 한겨레는 <이태원 진상규명 끝내 거부>라고 했다.

▲ 31일자 조선일보 8면 기사.
▲ 31일자 조선일보 8면 기사.

다수 신문은 단순 여야 갈등 구조로 사안을 봤다. <尹, 이태원법 거부권 총선정국 대치 격화>(국민일보), <尹,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희생자 유가족-야당 반발>(동아일보), <입법폭주·거부권 악순환 민생 발목 잡는 ‘대결 정치’>(세계일보) 등의 제목을 1면에 달았다. 중앙일보와 서울신문은 윤 대통령의 추모시설 건립 대안 발표를 1면 제목에 포함시켰다. 조선일보는 이를 8면에 다뤘다.

사설 논조도 엇갈린다. 경향신문은 31일자 사설 <맹탕 수사하고 이태원법도 거부한 국가의 불통과 독단>에서 정부 책임론을 폈다. 경향신문은 “매번 참사 책임을 물어야 할 윗선·실세 앞에서 수사는 길을 잃었다. 그러고도 참사 유족·피해자들의 진상 규명 요구를 받아 만들어진 특별법까지 다시 거부한 윤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이 개탄스럽다”며 “헌법이 입법부 견제를 위해 엄격한 요건으로 제한한 재의요구권을 마치 조자룡 헌 칼 쓰듯 마구 휘두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사설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 막겠다고 거부권 쓴 윤 대통령>에서 “검찰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처벌을 미루고 뭉개다 기소심의위원회의 공개 권고를 받고 나서야 마지못해 기소했다. 이런데 누가 수사 결과를 믿겠나”라며 “다수 국민의 참사 원인을 밝히자는 특별법안에 거부권을 들이댄 것은 참담한 일이다. 정쟁을 핑계대지만, 진상규명 요구를 정쟁으로 몰고 간 것은 정부·여당 책임이 절대적”이라고 했다.

▲ 31일자 동아일보 8면 사설.
▲ 31일자 동아일보 8면 사설.

반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서울경찰청장 등 23명이 기소됐지만 포괄적 책임을 진 정부 고위직 인사는 없었다. 정부 차원에서 참사의 원인과 과정을 속시원하게 정식 설명한 적도 없다”면서도 “야당 역시 총선 후로 특조위 구성을 미루는 등 ‘정쟁 요소’를 막판에 뺐다지만 설명이 더 필요하다. 세월호 사건 등 참사 때 위원회를 반복 구성했지만 소득이 별로 없었던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누구까지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하냐는 문제는 결론짓기가 애매할 수 있다. 하지만 사법적 책임 이전에 관련 당국자가 정치적·도의적 책임이라도 지면서 국민 감정을 누그러뜨렸어야 했는데 전혀 그런 조치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정부의 무신경한 모습에 불만 여론이 팽배하면서 민주당의 ‘특별법 공세’가 가능해진 것이다. 앞으로 이태원특별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여야는 이제라도 다시 협의를 시작해 특별법의 위헌적 하자를 제거하고 합의 처리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통령 사과 촉구 중앙 “대통령 원래 그런 자리”

▲ 31일자 중앙일보 칼럼.
▲ 31일자 중앙일보 칼럼.

중앙일보가 윤석열 대통령 사과를 촉구하는 데스크 칼럼을 냈다.

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대리는 31일자 칼럼 ‘시시각각’(윤 대통령 사과할 수밖에 없다)에서 “대통령의 사과에도 일종의 법칙이 있다. 자신들이 하지 않은 일엔 기꺼이 사과하려고 한다”며 “대통령하고 가까운 사람과 관련될수록 더욱 그렇다. 마냥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숙여야 한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고정애 편집국장대리는 “사례는 많다”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문제 등을 거론한 뒤 “지난해 11월 말 첫 보도 이후 대통령실의 침묵(내지 방치) 속에서 퍼지던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논란이 임계점을 넘어 대통령과 여권 2인자가 충돌하는 사안으로 커졌다. 윤 대통령이 주저하는 사이 김 여사의 처신 문제였던 게 대통령의 국정수행 방식(또는 판단력)에 대한 문제가 됐다. 국민을 가장 앞세워야 할 대통령이 가족을 앞세우느라 국민과 맞서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고 대리는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공보처 장관을 지냈던 오인환을 인용해 “아들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YS는 가족들과도 편치 않은 입장이 됐다. (중략) 고뇌 속에 YS는 별건 수사 시비에 상관없이 아들을 구속해 법정에 세우는 결단을 내렸다. 냉소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정치 9단의 YS가 자신이 살기 위해 아들까지 희생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 뒤 고 대리는 “대통령은 원래 그런 자리고, 그래야 하는 자리다. 모두 윤 대통령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전장연 기자 강제 퇴거 사태에 경향 “헌법 위배 소지, 언론 자유 침해”

▲ 31일자 한겨레 12면 기사.
▲ 31일자 한겨레 12면 기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집회 현장에서 비마이너·레디앙·경향신문 기자 등이 서울교통공사 보안관에 의해 강제 퇴거된 가운데 경향신문이 “언론 자유 침해”라는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기자들에 강경 대응한 서울교통공사를 놓고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라 시의 기조가 즉각 반영되는 구조”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31일자 사설 <취재기자 강제 퇴거한 서울교통공사, 언론 자유 침해다>에서 “지난 2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 23주기’ 집회를 취재하던 경향신문 기자 등이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에 의해 강제 퇴거당했다. 해당 기자들이 신분을 증명했지만 막무가내로 역사 밖으로 끌려나갔다”며 “이틀 뒤 서울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환승 통로에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 해고 철회와 복직 투쟁’ 기자회견을 취재하던 비마이너 기자 등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시민의 집회권을 제약하는 것도 모자라 언론 자유까지 침해한 서울교통공사를 비판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언론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가 불가분의 관계이며, 이를 제약할 때는 분명한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의 강제력 집행은 자의적이며, 헌법과 법률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헌법과 법률이 왜 있는지 인식을 찾기 어렵다. 승객 편의를 명분으로 역사 내 집회 강경 대응을 주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시를 최우선한 것은 아닌가”라고 했다.

한겨레도 31일자 12면에서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되는 9호선 집회와 기자 강제 퇴거 등이 발생한 4호선 집회를 비교했다. 한겨레는 “메트로9호선 쪽의 대응은 정반대다. 전장연은 지난해 11월 출퇴근길 지하철 시위 장소를 혜화역으로 바꾸기 전까지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같은 시위를 17차례 진행했는데, 이곳에서 강제 퇴거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대합실에서 이뤄진 침묵시위조차 위법이라며 강제 퇴거시킨 교통공사 쪽과 대비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전장연 시위에 대한 상반된 태도는 두 회사의 지배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메트로9호선은 부산은행이 지분 100%를 소유한 민간기업이고, 교통공사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라 시의 기조가 즉각 반영되는 구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장연 시위를 ‘사회적 테러’라고 비난하는 등 수위를 높이면, 교통공사 쪽도 시위 대응 수준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30일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 측의 시위 진압 등 행위가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등 위법성이 있다는 의견서를 교통공사에 제출하려 했지만 공사 측은 수령을 거부했다. 공사 측은 사전에 교감된 부분이 아니라 (수령에)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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