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0일 10·29 이태원참사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는 언론 보도 횟수가 윤석열 정부 들어 대폭 늘어났다.

대통령 재의요구권은 헌법 제53조에 따라 입법 심의 및 의결을 담당하는 조직에 다시 의결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헌법53조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회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는 권한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이 지방의회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는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보통 언론은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라고 기술(記述)해왔다. 국회에서 넘어온 법률안을 대통령이 거부한 행위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대중의 이해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인데 윤석열 정부 들어 재의요구권 행사라는 말을 쓰는 보도가 증가한 것이다.

뉴스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2005년 1월부터 현재까지 제목과 본문에 ‘대통령 거부권’이 키워드로 들어간 보도는 1만6961건으로 나왔다. 반면 ‘대통령 재의요구권’ 키워드가 들어간 보도는 427건으로 2023년 3월 이후로 통계가 잡힌다. 2023년 3월은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가 주목받은 시점이었다.

두 통계를 비교하면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 거부권 행사 관련 보도에 재의요구권이라는 말을 언론이 본격 쓰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9개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역대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관련 보도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재의요구권’이라는 말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 1월25일 의정부제일시장 상인들과 오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 1월25일 의정부제일시장 상인들과 오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재의요구권 행사는 법률에 규정된 권한을 기술한 말이지만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 행위를 명확히 나타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언론도 주로 거부권 행사로 써왔다. 재의요구는 국회 통과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는 법적처리 절차를 설명할 때 관련된 것이고 권한 행사 측면으로 보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고 말로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은 1일 통화에서 “재의요구권이라는 용어를 사람들이 잘 모르지 않나. 보통 흔하게 듣는 말이 아니다”며 “공영방송 KBS에서 이번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이태원 특별법을 거부하는 것이 정서적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 언론도 이를 희석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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