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경험한 당사자’를 어느 선까지 규정할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의 가족부터 재난피해자권리센터장, 미디어몽구, 노란 리본을 가방에 달고 다니는 거리의 시민까지. 시사인이 지난 7일부터 각자의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 있는 이들을 날마다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팀 신선영, 박미소, 이명익, 조남진 기자는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 기획을 통해 오는 4월16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기사를 내놓는다.

기사를 클릭하다 보면 세월호 참사는 진상 규명 대상을 넘어 다른 사회적 재난 속에서 현재형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희생자 진윤희 학생 엄마 김순길씨는 “거리에서 경찰들에게 가로막히고 엄마들이 끌려 나오는 걸 보면서 충격을 받았죠. 정부와 공권력은 참사 피해자들을 지켜주지 않는구나”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의 절규와 겹친다. 문지성 학생 아빠 문종택씨는 ‘기억해달라’는 말 뒤엔 “잊지 마시라는 말보다 피켓을 좀 들어주시라는 말이 사실 제 속마음”이라고 털어놓는다.

▲시사인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 기획보도 일부. 시사인 홈페이지
▲시사인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 기획보도 일부. 시사인 홈페이지

참사를 다루는 언론에 대한 가감 없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동수 학생 아버지 정성욱씨는 이태원 참사 보도를 가리켜 “바뀐 것이 없다고 느꼈다”며 “진도 팽목항에서 아이들이 바다에서 한 명씩 올라올 때 한 방송국 기자가 얼굴을 덮은 흰 천을 벗기더라. 정말 충격이었다. 정말로 무엇이 문제인지 언론에서 다루지 않으면, 정부 부처도 움직이지 않고 결국 묻혀버리는 것 같다”고 했다. 미디어몽구는 “언론이 관심을 가질 땐 저는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다. 그거 끝나면 언론이 또 확 돌아서지 않나. 그러면 그때 다시 가족들 곁에 다가간다”고 말한다.

참사 10주기를 맞는 해 매일 현장을 찾는 인터뷰 기사를 내놓는 일은 주간지로는 이례적인 결단이다. 조회수 수익을 지상 목표로 하는 언론사에선 찾을 수 없는 보도이기도 하다. 지난 18일 신선영, 박미소 시사인 사진팀 기자와 통화 및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시사인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 기획 첫 기사 갈무리.
▲ 시사인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 기획 첫 기사 갈무리.

-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올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기획 보도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오는 4월10일 총선을 앞두고 지면 여력이 없는 상황임을 알게 됐고, 총선 이슈에 묻힐까 아쉽기도 했다. 꾸준한 장기 보도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1월2일 결정해 7일 첫 기사가 나갔다.”

- 왜 100명을 인터뷰하기로 했는지.

“세월호 참사 하면 주로 인터뷰하는 분들이 정해져 있는데 이를 넘어서고자 했다. 이를 테면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시민들까지 넓혀서 말이다.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의 가족, 소아정신과 상담사, 지역 활동가, 목사, 가수, 언론인까지 다양하게 섭외하고 있다. 현장에서 릴레이 추천도 받는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와 연대를 의미하는 노란 리본. 사진=시사인 신선영 기자 제공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와 연대를 의미하는 노란 리본. 사진=시사인 신선영 기자 제공

- 인터뷰이 섭외 요청을 비롯해 일정이 빠듯할 것 같다.

“목요일이 주간 지면 마감일이니 목~금요일에 사진팀 기자 3명이 주로 섭외와 인터뷰 일정을 조율해 움직인다. 그렇게 인터뷰를 쌓아두고 기사 작성은 주말에도 하고 있다.”

- 기사 본문을 기자의 서술 없이 직접인용으로 채운 형식이 눈에 띈다. 이유는 무엇인지.

“‘휴먼즈 오브 뉴욕’ 형식을 기본 틀로 정했다. 인터뷰이가 꼭 남기고 싶은 말을 포트레이트 사진과 함께 따옴표로 남기는 형식이다. 여기에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뷰이 소개를 2~3줄 추가한 정도다. 날마다 심층 인터뷰를 내놓을 여유가 되지 않는 상황을 고려했다. 인터뷰를 책으로 엮거나 홈페이지를 따로 내는 프로젝트도 고민 중이라 지금과 같은 형식이 적합하다.”

▲2학년7반 곽수인 학생 엄마 김명임씨의 뒷모습. 장소는 안산 (사)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실. 사진=시사인 신선영 기자 제공
▲2학년7반 곽수인 학생 엄마 김명임씨의 뒷모습. 장소는 안산 (사)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실. 사진=시사인 신선영 기자 제공

-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의 말은 무엇인가.

“참사 직후 단원고 스쿨닥터로 생존학생을 상담해온 김은지 선생님은 10년 가까이 그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상담자로서 어떤 믿음 같은 게 생겼다고 한다. 살아있기만 해도 무엇인가 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생존 학생들이 성인이 돼 대학에 가고, 취업하고, 연애하고, 결혼해 애를 낳는 걸 보면서 ‘어쩌면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을 텐데 그 시간을 다 지나온 너희들이 희망’이라고 상담할 때 말해주었단다. 이들이 희망의 근거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2학년 7반 곽수인 학생 엄마 김명임씨 인터뷰도 있다. 세월호 참사는 현재진행형이기에 ‘한 명의 부모만 살아있더라도 부모 세대에서 다 밝혀지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게 다음 세대 참사를 막는 길이라는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 취재 과정에서 재확인하거나 발굴한 세월호 참사의 의미가 있다면.

“릴레이 추천을 받다보니 처음에 만들었던 섭외 리스트를 많이 수정했다. 언론은 그동안 재난 참사 이후에 각자의 위치에서 변화를 위해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들을 조명하지 못했다. 이 기획을 통해서 세월호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모두가 10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슬퍼하고 머물러 있진 않았다는 걸 알게 되면 좋겠다.”

“당사자들로부터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은 끝이 아니라 전환점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지금껏 언론이 비추는 유가족의 표정은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는 이미지였다. 실제로 가족들의 표정은 다양하다. 이번 취재에서 언론에서 다루는 유가족의 얼굴이 어둡고 슬픈 느낌에만 갇혀있어선 안 된다고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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