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들이대면 가만히 안 둡니다."

진도 세월호 침몰 사건 현장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와 언론을 향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사고 초기 16일 오전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로 시작해 무리한 실종자 가족 인터뷰를 시도한 것이 문제가 되더니 실종자 집계에서도 오차가 나오면서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한 모습이다.

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현장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 관계자와 통화를 하면서 고성을 지르는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팽목항 현장은 항구 입구부터 길 양 옆으로 200미터 가량 천막이 세워져 구호 물품을 나눠주는 곳과 현장 중계 장소, 가족 대책 회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진도 소방서'라고 쓰여진 천막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요구 사항을 논의하면서 정부의 대한 성토를 쏟아냈다. 한 가족은 "정부가 해주기를 기대하면 안된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지원이 되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종자인 안산 단원고 최수빈 학생의 외할아버지인 안종해(71)는 "피가 솟아오른다. 저 컴컴한 바다 속에 어린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안씨는 “팽목항에 현장 지휘실이 어디 있느냐고 해서 진도 체육관에 있다고 해서 갔더니 진도 군청에 있다고 하더라. 상황판도 없고 동네 반상회도 이렇게 안한다”며 “진도 군청에 갔더니 해양수산부장관이 있어 불러달라고 했더니 급한 일이 있다고 나가는데 여기 급한 일이 어디 있느냐. 대통령의 장관인지 국민의 장관인지 모르겠다. 내가 무슨 장관을 잡아먹느냐"라고 울분을 토했다.

안씨는 "잠수대원이 물에 들어가서 산소를 공급받고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이 20분이라고 하는데 외국에서는 1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고 들었다"며 "천안함 폭침 때도 그러더니 국민 생명을 위해 몇 천억을 들이더라도 준비를 해놨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서 팽목항 현장에 온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은 "지금 현재 핵심은 구조에 있고 가족들은 잠수대원과 산소를 투입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의 골도 깊다. 한 가족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기자들을 향해 "카메라 들이대면 가만히 안 둡니다"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천막 10여동을 연결해 마련한 실종자 가족 숙소에는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을 통해 구조 현장 중계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기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 미디어오늘도 실종자 가족을 상대로 십여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모두 인터뷰를 거부했다.

한 가족은 "가족들이 구조 현장에 조명탄을 쏘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는데 하지 않더니 방송사에서 뉴스 특보를 내보낼 때는 조명탄 한발을 쐈다. 정부가 방송과 짜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장 취재기자에 따르면 16일 밤 10시경 실종자 가족들이 해양경찰에 요청해 경비정을 타고 구조 현장으로 출발했다가 기자 한 명이 포함돼 있어 5분 만에 회항해 기자가 쫓겨나는 일도 벌어졌다. 다른 한 기자도 16일 밤 9시 30분 30명으로 인원수가 제한된 해양경찰 경비정에 탔다가 출발하기 전 가족들의 항의를 받고 쫓겨났다.
 

   
▲ 진도 팽목항에 마련된 한 천막에서 가족들이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
 

카메라 기자들은 플레쉬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한 카메라 기자는 17일 밤 8시경 선박이 입항할 수 있는 곳에서 침몰된 세월호가 있는 쪽을 향해 쭈그려 앉아 있는 실종자 가족의 뒷모습을 찍고 있었다. 카메라에는 플레쉬가 달려 있지 않았다.

이 카메라 기자는 "안 좋은 상황을 취재할 때는 플레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카메라 기자들 사이의 암묵적인 룰"이라며 "이번 사고 역시 되도록 플레쉬를 터뜨리지 않는다. 플레쉬를 터뜨리면 가족들에게 자극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한 일간지 기자는 "실종자 가족들이 기자들의 취재 모습을 보면서 취재소스처럼 느끼면 반감으로 작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기자라는 직업상 감정을 상하지 않으면서 정보전달에 충실한 질문을 하는 것이 참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기자는 "인터넷에서 이번 침몰 사건 언론 취재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저희 같은 경우 현장에 오기 전부터 데스크에서 실종자 인터뷰와 같은 취재는 자제하고 시신 인양 등 정확한 정보 전달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 기자는 "가족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무차별적으로 언론을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안타깝다"며 "결과적으로 가족들이 원하는 보도가 나오지 않을 수 있어 가족들 사이에서도 언론을 대응할 수 있는 담당자를 선정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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