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발생한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의 현장 방문이 이어지면서 ‘현장에서 정치인이 할 일이 있느냐’며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치인들은 16일 사고 발생 직후 대부분 선거 운동을 중단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새정치연합 안철수를 비롯, 각 당 경기지사 경선 후보 전원을 비롯해 정치인은 국회에서 일정을 중단하고 진도 현장을 방문했다.

이어 17일 박근혜 대통령도 진도 여객선 침몰 현장과 진도 체육관 등을 방문해 실종자 가족과 만났다. 당시 탑승객 가족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단상에 올라 “박근혜 대통령 경호 때문에 구급차가 들어오지 못했다”고 격분하기도 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전남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선박 탑승자 가족이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사고 수습 관계자들에게 수습 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이윤석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은 16일 자정 무렵 사고 해역으로 가는 경비정을 탔다가 정치인 현장 방문 논란을 키웠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류형근 뉴시스 기자는 “탑승객 가족을 뒤로하고 이윤석 대변인이 탑승한 것은 특권”이라고 지적했다.

이윤석 의원은 17일 논란이 있은 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회의원과 행정 기관은 사고 수습과 재발방지 등 사후 역할이 있기 때문에 현장 상황을 보는 게 중요하다”며 “18일 오전 다시 현장에 내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정애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진도 현장지원단은 진도실내체육관 밖에서 24시간 지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전남도당 당직자와 전남 및 안산지역 국회의원이 정당 표시 등 일체 정치색을 배제하고 상주하면서 피해자 가족에게 식음료 제공 및 모포 지원, 차량 이용 수송 지원 등에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같은 정치권 내에서도 현장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16일 “지금 정치인이 앞다투어 내려가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현장 방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관련 뉴시스 기사 화면 캡쳐. 
ⓒ뉴시스
 

노회찬 정의당 전 의원도 17일 트위터에서 “산소통 메고 구조활동 할 계획이 아니라면 정치인, (지방선거) 후보의 현장방문, 경비함 승선은 자제해야 한다”고 자제를 요청했다.

이석현 새정치연합 의원도 18일 트위터에 “세월호 사고 현장에 정치인이 몰려가는 것은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며 “대통령도 현장에서 계속 지휘보다는 대책기구에 맡기고 후방에서 지원만 (하라)”고 글을 올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6일 오후 일정을 취소한 후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진도 사고 현장에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소속 소방헬기 2대, 전문 잠수부 8명, 특수보조인력 2명, 항공요원 6명을 파견하고 심리 치료를 위한 전문 상담사 최대 120명을 파견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정치인, 진도에 가지 말라. 도움 되는게 하나도 없다” “잠수할 거 아니면 특히 정치인, 진도에 가지 마라” “사진 찍기 위한 눈가림식 방문을 중단하라” “국민도 못 지키는 게 정부냐, 정치인은 대체 진도에 뭐하러 가느냐” “진도가 정치인 출석 장소냐 거기 못가는 사람은 짬이 딸리는 건가” 등 비난을 쏟아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탑승객 가족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으면 세비라도 모아서 심리치료사, 상담사를 현장에 보내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삼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 팀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치인의 진도 사고현장 행보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순수성이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며 “현장에서도 실종자 구조보다는 전혀 다른 부분으로 관심을 두고 인력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의 현장 방문은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이어 “현재 각 정당이 지방선거 일정까지 연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6․4 지방선거가 정책 경쟁이 아니라 외부적인 환경에 의해 선거가 좌우될 것 같은 우려도 된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탑승자 가족과 시민 등의 극심한 정치인 기피 현상에 대해서는 “정부가 처음 실종자 파악이나 행정 처리 등에서 미흡했고 구조 활동이 지연되고 있다는 정보가 범람하는 데 책임져야 할 선장이 탈출했다는 부분 등 여러 가지 정보가 기존의 정치권, 위정자에 대한 불신을 기반으로 확대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현 사태를 냉정하게 접근하기 위해서 정치인은 현장 방문보다는 실종자 수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진중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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