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재직시절 위키트리의 ‘성희롱 2차가해, 가십성’ 보도 사례를 제시하자 “저도 부끄럽다”고 시인하면서도 “이게 언론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질의한 의원이 부끄러우면 당장 사퇴하라고 성토했다.

김 후보자는 5일 오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주재로 열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위키트리 부회장으로 있을 때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시정권고를 받은 위키트리 보도 사례가 공개되자 이같이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PPT 자료를 통해 위키트리의 <싫어요 207번 외쳤으나 제자에게 몹쓸 짓한 60대 교수>, <30대 남성 집들이 한 후 정말 파렴치한 짓 저질렀다> 등을 들어 “‘몹쓸 짓’, ‘파렴치한 짓’ 같은 표현으로 가해행위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잘못된 보도”라며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모욕감을 안길 수 있는 아주 악의적인 의미지들만 골라 썼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키트리의 <소속사가 여자 연습생에게 속바지 벗고 사진 보내라>, <연인이 성관계 거부하자 목에 배게 놓고 밟아 기절시켰다>, <“XX 빠는 것 아니야” 여자 동기를 집단 성희롱한 남자 생도들> 등의 기사를 들어 용 의원이 “한국기자협회에서 지적했던 불필요한 성적 상상을 유발하는 사례의 전형”이라며 “기사 제목부터 내용까지 피해자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비윤리적인 묘사가 아주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위키트리의 <파주 택시기사 사례본 피해자가 놀랍게도 이 직업이었다> 기사를 두고 용 의원이 “피해자의 직업이 범죄의 원인이 된 것처럼 보도를 하면서 가십거리 삼는 전형적인 2차 가해 보도”라고 했고, ‘서울지하철 조심해야 된다’(<세상 무섭다…지하철 1호선 타는 여성들, 진짜 조심해야 하는 이유>) 기사에 대해 용 의원은 “시정조치 전에는 ‘아가씨 다리 좀 벌려 봐’란 말이 저 기사 제목 앞에 들어가 있었다”며 “성범죄를 자극적으로 묘사해 놓고 피해자가 조심하면 성범죄를 피할 수 있다라는 인식을 명백하게 확산시키고 있는 2차가해 보도”라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용 의원은 위키트리의 성범죄 관련 보도가 대부분 다 이렇다면서 ‘2 대 1로 00을 하자고’, ‘하반신 엉덩이에 비비며 신음하는 여성’ 등의 표현이 들어있는 기사 내용을 소개하면서 “제가 이 질의를 준비하면서 너무 혐오감이 들어가서 입에 다 담지도 못하겠다”며 “이 보도 대부분, 김행 후보자가 경영에 관여한 이후의 기사들이며, 언론중재위의 시정권고를 받았던 기사들이다. 지금까지 위키트리 홈페이지에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행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를 상대로 김 후보자가 위키트리 부회장 재직 시절 언론중재위원회에 시정권고를 받은 문제 보도들을 PPT로 제시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갈무리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행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를 상대로 김 후보자가 위키트리 부회장 재직 시절 언론중재위원회에 시정권고를 받은 문제 보도들을 PPT로 제시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갈무리

용 의원은 사건 보도만이 아니라 여성 유명인에 대한 성희롱적 보도도 악질적으로 양산했다면서 △‘역대급 노출이다’ △‘눈 풀렸다’ △‘갈 때까지 갔다’ △‘ㅗㅜㅑ’ 등의 표현을 두고 “이게 위키트리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였다”고 했다. 용 의원은 “여성 유명인들의 죽음이 연달아 발생했음에도 반성하는 모습이 없이 계속해서 이런 기사들을 양산했고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면서까지 트래픽 수를 올리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며 “생전에도 굉장히 집요한 가십성 보도로 고인을 괴롭혔는데, 사후에도 무분별한 기사화로 죽음마저 논란으로 만들었다. 황색언론이라는 말이 고상하게 느껴질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용 의원은 “김행 후보자께서 이런 기사들로 돈을 벌었다”며 “혐오장사로 주가를 79배를 급등시켜서 100억대의 주식 재벌이 됐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여성인권이든 2차 피해든 크게 개의치 않고, 트래픽 수만 올리면 ‘성공한 기업’이라는 마인드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차별과 혐오에 기생해서 100억이 넘는 자산을 증식시켜 놓고 여성가족부라는 공직까지 맡겠다는 것은 너무 욕심이 과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용 의원은 “악질적인 성차별적인 2차 가해자 보도를 양산했던 언론사 수장이 성폭력피해자를 보호하고 성차별 문화를 개선해나가야 하는 성평등부처의 수장이 될 수 있냐고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김행 후보자는 “저도 부끄럽고 이게 지금 현재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이기도 하다”며 “왜냐하면 이게 언론사에 저도 마찬가지고요”라고 해명했다.

▲김행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김 후보자의 위키트리 부회장 재직 시절 언론중재위원회에 시정권고를 받은 문제 보도들을 제시하며 비판하자 자신도 부끄럽다고 해명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갈무리
▲김행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김 후보자의 위키트리 부회장 재직 시절 언론중재위원회에 시정권고를 받은 문제 보도들을 제시하며 비판하자 자신도 부끄럽다고 해명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갈무리

이에 용혜인 의원이 “본인이 대표이고, 부회장이 기사 하나하나를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언론사의 운영 기조와 방침이라는 게 있다”며 “부끄럽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러면 지금 그 자리에서 저는 사퇴하셔야 된다. 사퇴하라. 부끄럽다고 인정하셨으니까 여성가족부장관 부처의 장으로서 본인이 이런 언론사를 운영했던 대표로서 현직 대표로서 어울린다고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김행 후보자는 “그 지적사항 10위까지 죽 보면, 제가 언론사에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그 10위 순서(시정권고를 많이 받은 언론사 순위)를 쭉 연도별로 보시면 대한민국의 큰 언론사 저희보다 훨씬 큰 언론사 메이저 언론사 1, 2, 3위가 다 들어가 있다”며 “그래서 제가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언론사라고 하고요 저희는 그래서 21년부터 옴부즈맨 제도를 운영을 해서 ‘이렇게 도저히 언론사가 갈 수가 없다’고” 얘기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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