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진중권 광운대학교 교수가 자신의 인격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전 위원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가 자신의 과거 발언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일부 단락을 뺐다면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CBS 제작진은 현장에서 김 전 위원의 문제제기가 없었으며, 이후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진 교수와 김 전 위원은 15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고성을 주고받는 등 갈등을 빚었다. 이에 김 전 위원은 16일 보도자료에서 자신을 “시사평론가 진중권 선생(교수)의 세 치 혀에 ‘인격 살해’ 당한 김행”이라고 표현하면서 “진 선생으로부터 시작된 왜곡 발언은 가짜뉴스로 일파만파 퍼졌다. 인격은 산산조각났고, 60세 평생은 송두리째 무너졌다”고 했다.

▲3월15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방송화면 갈무리.
▲3월15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방송화면 갈무리.

김 전 위원은 “단언컨대 ‘강간 당한 여성이 아이를 낳아라’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며 “한글을 모르고 한국말만 알아도 이해할 수 있는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했다. 김 전 위원은 자신이 인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이런 내 인생은 진 선생의 세 치 혀에 송두리째 모멸당했다”고 했다.

문제의 발단은 김 전 위원이 2012년 위키트리 유튜브 방송에서 한 임신중지(낙태) 발언 논란이다. 이 논란은 김 전 위원이 지난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불거졌다. 김 전 위원이 유튜브 방송에서 법적으로 임신중지가 금지된 필리핀 사례를 언급했으며 “너무 가난하거나 남자가 도망갔거나 강간을 당한 경우라도, 여자가 아이를 낳았을 적에 사회적·경제적 지원 이전에 우리 모두가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톨러런스(관용)가 있으면 여자가 얼마든지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당시 진 교수는 라디오에서 “자기 신체에 대한, 여성의 권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분”이라고 김 전 위원을 비판했다. 진 교수 뿐 아니라 다수 언론이 김 전 위원 논란을 보도한 바 있다.

▲김행 후보자 관련 과거 기사 화면 갈무리.
▲김행 후보자 관련 과거 기사 화면 갈무리.

김 전 위원은 15일 방송에서 당시 논란을 언급하면서 “한 번도 ‘낙태, 강간당해도 애를 낳아야 된다’고 이야기한 적 없다. 그런데 진 교수가 그거 가지고 엄청 공격을 했다”고 했다. 김 전 위원은 자신의 발언이 왜곡됐다고 했다. 김 전 위원은 “(발언의 원래 취지는) ‘강간을 당했어도 아이를 낳았다면 그 아이는 사회에서 관용적으로 받아줘야 된다’다. 그런데 진 교수는 ‘강간당해도 애를 낳아야 된다’ 이렇게 얘기한 여자가 여가부 후보가 되는 게 맞냐(고 했다). 그래서 가짜뉴스들을 전부 리스트업 해놓고 있다”고 했다.

이에 진 교수는 “그 말이 그 말 아닌가”라며 자신의 발언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으며, 이후 두 사람은 진행자(박재홍 앵커) 만류에도 불구하고 설전을 이어갔다. 김 전 위원이 “총선 끝나고 고소할 리스트에 진 교수도 포함돼 있다”고 하자 진 교수가 “하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이에 박재홍 앵커는 방송사고를 막기 위해 마이크를 끄고 방송을 종료했다.

미디어오늘은 SNS를 통해 진 교수에게 김 전 위원 보도자료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홈페이지 갈무리.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홈페이지 갈무리.

김 전 위원은 보도자료에서 CBS 제작진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은 진행자인 박재홍 앵커가 15일 방송에서 과거 발언을 소개하면서 ‘여자가 아이를 낳을 때’라는 부분을 뺐다면서 “책임자인 PD에 해당 발언 동영상 원본을 전달했다. CBS는 ‘여자가 아이를 낳았을 때’라는 발언을 쏙 빼고 편집 보도한 경위를 밝혀야 한다. 그 책임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진 교수와 김 전 위원의 설전이 이어지자 박재홍 앵커는 이를 진화하기 위해 과거 발언을 소개했다. 당시 제작진은 출연진들이 볼 수 있는 모니터를 통해 관련 발언을 전했는데, 여기에서 ‘여자가 아이를 낳을 때’라는 대목이 빠졌다. 박 앵커가 과거 발언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김 전 위원의 문제제기는 없었다.

CBS 제작진은 미디어오늘에 “격렬한 생방송 토론 진행 도중 정신없는 와중에 전달을 놓친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해당 부분을 뺄 이유는 없다. 앵커가 말하는 과정에서도 김 전 위원은 듣고 있었고,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했다. 제작진은 김 전 위원의 문제제기 후 유튜브 댓글·홈페이지에서 관련 발언 전문을 실었으며, 이후 김 전 위원이 “감사드린다”는 답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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