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이래 아마추어같이”

용산 대통령실 출입기자에게 윤석열 대통령은 왜 기자회견을 하지 않을까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 행위에 이유를 붙여서 설명된 게 없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역시 하지 않은 이유도 설명이 안된다라는 건데 하면 뭐하냐는 냉소에 가깝다.

일부 기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16일자 아침신문 칼럼에서 확인된다. 오만, 불통, 독선의 단어가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자회견도 안 하고 있다. 일방통행의 독주만 있었다”는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는 분석은 적확하다.

수직적인 당정 관계는 이번 재보궐 선거 참패 요인으로 꼽힌다. 진영을 가릴 것 없이 김태우 후보 공천에 대해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지만 용산 대통령실의 뜻이 관철됐다. 언론의 비판이나 제언이 통하지 않으니 기자회견을 하면 뭐하냐는 냉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 지난해 5월12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인사했다. ⓒ연합뉴스
▲ 지난해 5월12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인사했다. ⓒ연합뉴스

용산 대통령실은 청와대에서 이름만 바뀐 게 아니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상징적인 이유는 국민과의 소통이었고, 언론과의 접촉면을 늘리기 위한 것이었다. 집무실 이전 비용 문제를 포함해 절차적인 흠결이 발견됐음에도 용산 대통령실에 기대를 갖게 만든 것도 소통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청사 1층 기자실에 들러 김치찌개를 끓여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언급한 것도 소통의 일환이었다. 기자실에 직접 나와 현안 브리핑을 하겠다고 한 것도 기억한다.

불편한 질문을 직접 듣겠다는 취지의 도어스테핑(대통령 출근길 문답)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기자 앞에 서는 기자회견은 1년을 넘겼다. 대통령의 언어는 국무회의나 정부 행사 인사말에서나 확인되는 일방향의 말일 뿐이다.

▲ 2022년 11월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출근길에 기자들과 출근길 질의응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뒷모습(가운데)과, 질의 내용을 듣거나 받아적고 있는 출입기자들 모습.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서는 자리를 높이기 위한 단상까지 설치했지만 이날 출입기자의 질문이 무례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질의응답을 기약 없이 중단했다. 사진=대통령실
▲ 2022년 11월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출근길에 기자들과 출근길 질의응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뒷모습(가운데)과, 질의 내용을 듣거나 받아적고 있는 출입기자들 모습.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서는 자리를 높이기 위한 단상까지 설치했지만 이날 출입기자의 질문이 무례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질의응답을 기약 없이 중단했다. 사진=대통령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불통의 극치를 보여줬지만 재보궐 참패의 민심 이반을 수습하는 차원에서 자진 사퇴 모양새를 취했을 뿐이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면서 사퇴 타이밍 힌트까지 건넸지만 소용없었다.

특히 김 후보자는 언론을 비하하는 언행이 도마에 오르면서 반감을 샀다. 검증 보도에 무턱대고 ‘가짜뉴스’ 낙인을 찍는 모습을 반복하고 형사 소송으로 겁박하는 후보자가 있었던가. 강도 높은 검증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일방 매도한 것에 대한 언론의 반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자신이 운영했던 매체의 저질 보도에 대해 해명하면서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이라며 유체이탈 화법의 책임 회피성 발언을 내놓고 메이저 언론사까지 탓하면서 일을 키웠다. 끝내 청문회장을 떠나면서 “황당 사태”라고 비판하는 사설까지 나왔다. 김 후보자가 내각에 참여할 인물로서 함량미달이라는 신호를 언론은 끊임없이 내보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권은 아랑곳하지 않다가 재보궐 참패 이후 사퇴 카드를 뒤늦게 낸 것이다.

▲ 9월14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 9월14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언론도 이 같은 불통의 상황에 익숙해져버린 게 아닐까 싶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하자 언론의 질타가 거셌다. 어떤 신문은 “끝까지 비겁”한다며 “모든 국정 상황이 내세울 것이 없고 변명마저 곤궁한 때문일 것”이라고 비판했는데 1년째 없는 기자회견없는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요청은 적극적이지 않다. 도돌이표로 기자회견을 하면 뭐하냐는 기류가 읽힌다.

그럼에도 기자회견은 필요하다. 당장 머리 속에 떠오른, 국민을 대신해 물어야 할 질문이 수십가지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개입 의혹 수사에 대한 입장을 물을 수 있다. 대통령이 말한 공산전체주의 세력에 대한 설명을 요청할 수도 있고, 대통령이 꼽는 ‘가짜뉴스’는 무엇인지 물을 수 있을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도 궁금하다.

다시 말하지만 기자회견하면 뭐하냐는 냉소로는 얻을 게 없다. 그게 정권이 바라는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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