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검증이 사실상 ‘위키트리 검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행 후보자가 위키트리에 있을 당시 보도 윤리적·행정적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위키트리는 김 후보자 재직 당시 언론 자율규제를 수차례 위반했으며, 이 중 여성과 관련된 문제적 보도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행 본인이 저널리즘 윤리 의식이 있었다면 방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위키트리는 2009년 만들어진 인터넷 언론사로, 김행 후보자와 광주일보·머니투데이에서 재직한 공훈의 씨가 공동 창업했다. 위키트리는 ‘기생 언론’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9년 KBS 미디어 비평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나온 말로,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위키트리가 △취재 없이 다른 언론사 취재물 인용 보도 △사안을 단순화하고 왜곡 △다수의 광고성 기사 등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언론 자율규제 결과를 보면 위키트리에서 다수의 문제적 보도가 있었다. 언론 자율규제는 언론사가 윤리적으로 잘못된 보도를 냈을 때 이를 지적하는 제도다. 자율적인 규제이기 때문에 강제성은 없으나, 언론사의 보도 윤리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로 활용된다.

김 후보자가 공식적으로 위키트리에 복귀했다고 밝힌 2019년 이후 여성가족부 소관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과 관련된 문제적 보도가 눈에 띄었다. 김 후보자가 위키트리에서 부회장으로 있었던 만큼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위키트리 CI
▲위키트리 CI

위키트리가 적용받는 자율규제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권고소위원회,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의 기사심의가 있다. 언론중재위에 따르면 위키트리의 시정권고 건수는 △2019년 25건 △2020년 25건 △2021년 28건 △2022년 20건 △2023년 상반기 6건이다. 2019년의 경우 인사이트·국민일보 다음으로 시정권고가 많았으며, 2020년은 인사이트에 이어 두 번째였다.

위키트리의 사생활 침해 위반 사례는 2021년 17건, 2020년 7건, 2019년 6건 등이다. 성 관련 보도 위반 사례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4건을 기록했다. 언론중재위는 구체적인 시정권고 사유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올해 기준 위키트리의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자율심의 위반 건수는 총 78건이다. 위키트리는 올해 회의 때마다 제재를 받았다. 7월 열린 13차 회의 땐 13건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의 2023년 위키트리 자율심의 내역. 자료=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정리=미디어오늘.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의 2023년 위키트리 자율심의 내역. 자료=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정리=미디어오늘.

위키트리는 지난해 12월 <연인이 성관계 거부하자 목에 베개 놓고 밟아 기절시킨 30대 근황> 보도에서 범죄 장면을 상세히 기술해 주의 제재를 받았으며, 올해 1월 <“여친이 헤어지자길래…강제로 반려견 배설물 먹이고 때렸어요”> 보도에선 데이트폭력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했다.

기사에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을 넣는 경우도 있었다. 위키트리는 1월 <살려달라고 간청했는데…경찰, 전여친 폭행한 남성 집으로 돌려보낸 황당한 이유> 기사를 내고 여성이 폭행당하는 사진을 기사에 넣었다. 지난 3월 한 연예인이 자신의 배우자를 폭행한 사건을 다루면서 배우자가 폭행당한 사진을 기사에 넣었으며, 5월 민주당 시의원의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자 관련 사진을 첨부했다. 이에 인터넷신문윤리위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으며, 이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한 선정적 편집”이라고 지적했다.

위키트리에 대한 자율규제가 반복되지만 문제적 보도는 반복되고 있다. 신문사들이 참여하는 신문윤리위원회는 공개경고·과징금 등 규정을 마련했지만, 언론중재위·인터넷신문윤리위는 강제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인터넷신문윤리위의 경우 언론사가 지속·반복적으로 자율심의를 위반한 경우 자격정지·제명 등 조치를 내릴 수 있지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심의 결과’를 이유로 제명된 언론사는 1곳에 불과하다.

▲김행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2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국민의힘 유튜브 화면 갈무리
▲김행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2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국민의힘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에 대해 김수진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장은 미디어오늘에 “위키트리는 대표적 황색 언론이고, 개선이 전혀 안 된다”며 “위키트리 기사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독자 입장에선 기사로 느끼기보다 소문을 퍼뜨리는 식으로 느끼고, 위키트리는 그런 방법으로 클릭 수를 늘려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진 위원장은 “김행 본인이 저널리즘 윤리 의식이 있었다면 방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특히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차별과 약자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보여주는 발언, 위키트리 운영 방식을 보면 공감 능력이 보이지 않는다. 방관한 것도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위키트리가 인터넷 방송인 BJ잼미의 사망과 관련해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면서 “BJ잼미가 남성 혐오 제스처를 취했다고 기사를 유통했다. 사실상 (죽음을) 방조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지난해 초 인터넷 방송인 BJ잼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J잼미는 평소 악성 댓글과 루머에 시달려 왔는데, 위키트리는 BJ잼미가 남성 비하 제스처를 취했다는 보도를 낸 바 있다. 당시 언론인권센터는 <사이버렉카가 만든 죽음: 고 김인혁, 고 잼미를 추모하며> 논평을 내고 “연예 전문 매체들과 ‘유사 언론’ 위키트리, 인사이트 등은 더 무거운 책임을 가져야 한다. 이들은 사이버렉카의 영상을 지속적으로 기사화하며, 사이버렉카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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