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공포’를 부추기는 감염병 보도가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일부 언론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뉴스1은 지난 18일 <UAE발 여객기 타고온 어린이 5명 메르스의심증세…당국 조사중> 기사를 냈다. UAE에서 여객기를 타고 귀국한 어린이 5명이 메르스 의심증세를 보여 방역당국이 검사에 나선다는 보도다. 19일 검사 대상자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공포’ 부추긴 한국경제·위키트리 

뉴스1 첫 보도 이후 이를 인용한 언론사들은 과장된 제목의 기사를 냈다. 한국경제는 18일 <메르스 공포 덮치나…UAE발 여객기 어린이 5명 의심 증세> 기사를 통해 제목에 ‘공포’라는 표현을 썼다. 

같은 날 위키트리는 <“초비상” 코로나도 골치 아픈데 새로운 공포…한국인 5명 메르스 의심> 기사를 통해 ‘공포’ ‘초비상’ 등 긴박한 표현을 썼다. 특히 위키트리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해당 기사를 링크하며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아 ㅏㅏㅏㅏ 제발요!!!!’라는 소개글을 썼다. 감염정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혼란을 부추기고 기사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 제목과 설명이다. 

▲ 위키트리 페이스북 공식 계정 갈무리
▲ 위키트리 페이스북 공식 계정 갈무리

이 같은 보도는 감염병 보도준칙을 위반하고 있다. 2020년 언론단체들이 제정한 감염병 보도준칙은 감염병 관련 기사 제목에 불안감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는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이 같은 준칙이 제정됐지만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원숭이두창 확산 당시에도 이데일리는 <코로나 끝나지도 않았는데 원숭이두창 창궐...12개국 100명 감염> 기사를 통해 제목에 ‘창궐’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투데이 등 언론은 ‘원숭이두창 공포’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해 6월 인터넷신문 자율규제 기구인 인터넷신문위원회는 ‘공포’ ‘창궐’ 등을 언급한 보도에 과장된 표현을 썼다며 ‘권고’조치를 했다. 

메르스 의심증세 일일이 보도해야 할까

뉴스1의 첫 보도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뉴스1의 첫 보도 댓글에는 ‘안돼!!! 제발 메르스까지 보태지마ㅜㅠ코로나도 지겨워 병 자체가 지겹단 말야’ ‘메르스 공포 으으 ~ 으’ 등의 댓글이 달렸다. 보도를 통해 메르스 확산에 따른 우려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메르스 의심증세를 다룬 보도가 뉴스 가치가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2019∼2021년 국내 메르스 의심환자 감시 및 대응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1년 동안 메르스 감시체계를 통해 메르스 증상 의심 관련 신고·보고된 건수는 3294건에 달한다. 그때마다 언론이 일일이 메르스 검사를 받게 된 사람들을 보도하지는 않는다. 

▲ 뉴스1 기사 갈무리
▲ 뉴스1 기사 갈무리

이처럼 신고·보고 건수가 많은 이유는 메르스 의심 증상이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메르스는 ‘발열과 호흡기 증상(기침, 가래, 호흡곤란, 인후염 등)’이 주된 증상이고 오한, 근육통, 두통, 구토, 설사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질병관리청은 ‘유행지역 의료기관 방문’ ‘낙타 접촉자’ 뿐 아니라 ‘발열과 호흡기 증상을 동반하면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 14일 이내 중동지역을 방문한 자’도 메르스 의심 환자로 분류한다. 즉, 중동 지역 방문자가 방문 직후 열이 나거나 코가 막히는 등 감기 증상만 보이면 메르스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 증상과 구분하기도 힘들다. 지난 18일과 26일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였다고 보도된 이들은 메르스 검사 뿐 아니라 코로나19 검사도 받았다. 

뉴스1의 보도 행태가 변화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뉴스1은 첫 보도 당시 <UAE발 여객기 타고온 어린이 5명 메르스의심증세…당국 조사중> 제목의 기사를 썼다. 이후 종합 기사에선 <UAE발 여객기서 어린이 5명 ‘호흡기 이상’ 증세…메르스 등 조사중(종합)>제목을 통해 ‘메르스 의심증세’를 ‘호흡기 이상’으로 바꿔 보도했다. 지난 26일엔 40대 여성이 호흡기 이상 증세를 보였는데 뉴스1은 <UAE발 여객기서 40대 여성 ‘호흡기 이상’ 증세…메르스 등 조사>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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