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언론·미디어 연구 속 언론은 변화가 더딘 혁신의 대상이다. 업계 종사자들은 학계 진단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말한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노력은 그 차이를 확인하고 간극을 좁히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미디어오늘은 현업인들에게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는 연구 사례를 소개하며 언론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3줄 요약:
- 위키트리·인사이트와 같은 큐레이팅 뉴스서비스, 독창성·공정성·심층성이 부족하다.
- 연성화된 SNS 큐레이팅이 저널리즘 가치 하락, ‘약탈적 뉴스’ 등 퇴행 불러올 수 있다.
- 취재·보도 관행 등을 비롯한 콘텐츠 변화와 멀티 플랫폼 전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위키트리, 인사이트, 허핑턴포스트 등 다른 언론사의 뉴스를 재가공하는 매체의 기사 형태를 ‘큐레이션 저널리즘’이라 부른다. 소셜미디어 성장과 함께 등장한 이들 매체를 통해 SNS를 통한 뉴스 소비가 확장되는 한편, 자극적 보도·베껴 쓰기 문제가 대두됐다. ‘유사 언론’이라는 멸칭도 따라붙고 있다.

고려대 미디어학과 박채림(박사수료)·윤영민(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10월 한국언론학회 학술지(한국언론학보)에 게재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큐레이팅 저널리즘의 뉴스 양식 및 품질 연구> 논문을 통해 위키트리·인사이트의 기사 품질과 문제점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두 매체의 2022년 기사 9068개(인사이트 5783개·위키트리3285개) 중 8주치(1051개)를 무작위로 선별해 뉴스가치, 주제, 공정성, 심층성 등을 살펴봤다.

▲위키트리, 인사이트 CI. 디자인=이우림 기자.
▲위키트리, 인사이트 CI. 디자인=이우림 기자.

그 결과 위키트리·인사이트는 △연성뉴스 중심 △독창성·공정성·심층성 부족 등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 언론에서 중시되는 뉴스가치로는 ‘시의성’이 86.4%로 나타났다. 이어 근접성 80.9%, 흥미성 77.2% 순이다. 갈등성·유용성 등은 20%대에 그쳤다. 뉴스 주제 비중은 연예·방송·스포츠 등 문화 이슈 42.9%, 생활정보·인간적 흥미 관련 19.5%, 정치 8.7%, 경제 1.1% 순이다. 연구진은 “1051건 뉴스 가운데 78.4%가 연성뉴스이고, 경성 뉴스는 소수에 그쳤다”고 했다.

위키트리·인사이트에서 독창성을 가진 자체 기사를 찾기는 어려웠다. 이미 공개된 정보를 활용한 뉴스가 84.3%, 재가공 정보가 13.8%였다. 기획·탐사 등 단독 개발 정보를 활용한 뉴스는 1.9%, 20건에 불과했다. 단독 입수한 정보를 활용해 제작한 뉴스는 한 건도 없었다.

뉴스에 활용된 평균 취재원 수는 1.22개였다. 취재원 중 57.7%는 자료 취재원이었고, 뒤이어 정부가 14.4%였다. 시민사회단체를 취재원으로 활용한 경우는 1.4%였다. 기사 관점의 경우 80.5%가 단일한 관점만 있었고, 복합적 관점이 있는 기사는 5.2%였다.

사건의 과정과 결과, 원인과 전망이 포함된 뉴스는 3.6%에 그쳐 심층성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과정과 결과만 있는 뉴스가 82.1%였다. 인터뷰·보도자료·간담회 등 사건의 과정과 결과만 보도한 이벤트 중심 기사가 83.8%였다.

▲한국언론학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큐레이팅 저널리즘의 뉴스 양식 및 품질 연구' 논문 갈무리.
▲한국언론학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큐레이팅 저널리즘의 뉴스 양식 및 품질 연구' 논문 갈무리.

“큐레이팅 뉴스, 저널리즘 가치 하락 우려”

연구진은 독자의 흥미나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기 위해 가벼운 주제의 뉴스를 다루는 큐레이팅 뉴스의 연성화 경향이 “큐레이팅 뉴스가 유통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특성에서 파생된 결과”라고 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연구진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사회적 문제들이 간과되고, 공공적 성격의 뉴스가 사람들의 관심 영역에서 사라질 우려가 있다”라며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젊은 층에게 중요한 현안들과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저해시킬 수 있으며, 식견 있는 미래세대를 양성하는 데에도 위협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위키트리·인사이트가 기성 뉴스에서 나온 정보를 재가공한 것을 두고 “정보 발굴을 통해 독창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온라인에 게시된 뉴스를 약탈해 그대로 옮겨 놓는 것은 새로운 뉴스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상품을 새로운 플랫폼에 ‘공급’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적은 취재원 수와 관련해선 “사실 검증 과정이 생략될 가능성이 높아 뉴스의 품질이 낮아지고, 여러 매체가 동일한 뉴스를 동시에 보도하게 하는 문제를 야기한다”고 했다.

이어 연구진은 “SNS상 큐레이팅 뉴스가 연성화되고 흥미 위주의 보도로 이용자들을 자극해 클릭을 유도하는 것은 더 큰 자극이라는 악순환 고리로 이어지게 만들어 저널리즘 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복제를 통해 큐레이팅 뉴스의 생산이 이루어진다면 결국 국내 언론 환경 전반에 ‘약탈적 뉴스’라는 퇴행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연성화한 큐레이팅 뉴스 문제의 해결책으로 연구진이 제안한 방안은 △취재·보도 관행 변화 △멀티 플랫폼 전략 등이다. 연구진은 “큐레이팅 서비스 업체가 뉴스의 생산과 유통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활발히 하여,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현실적 여력과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뉴스 콘텐츠 변화 없이 플랫폼만 다각화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다양한 매체나 플랫폼과 제휴를 통해 대안적 뉴스 플랫폼을 만들어 독자의 욕구와 필요 사이에서 가벼운 연성뉴스와 공공적 성격의 뉴스 간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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