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독도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이 여권의 정치적 악재로 번지는 것을 막고자 주력하는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독도 발언 논란은 지난 2008년 7월9일 일본에서 열린 G8 정상회의 도중에 당시 후쿠다 일본 수상과 만나 환담(청와대는 정상회담이 아닌 환담이라 주장)을 하는 도중에 나눈 대화와 관련한 의혹이다.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7월15일 브리핑에서 “그날(7월9일) 도야코 G8 확대정상회의 도중에 양국 정상이 가졌던 환담 중에(정확하게 얘기하면 환담이다. 잠시 서서 말씀하신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바로 이것이다. ‘신문 보도를 보니까 독도 문제를 중학교 교과서 해설서에 명기한다는 얘기가 있던데’라는 얘기를 전제로 ‘미래지향의 한·일 신시대를 열어가자는 이 시점에 그런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취지의 말씀을 했다”고 해명했다.

2008년 7월9일 한일 정상의 대화 내용은

   
  ▲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의 공동기자회견. ⓒ연합뉴스  
 
문제의 보도는 요미우리신문이 7월15일자 지면에 한일 정상 대화 내용을 보도하면서 후쿠다 수상이 일본 교과서 해설서에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를 명기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대답했다는 의혹이다.

논란을 다시 정리해보면 청와대는 2008년 당시에도 한일 양국 정상이 독도 문제와 관련해 대화를 나눈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는 발언 내용은 부인했다. 당시 일본 외무성도 부인했다.

청와대는 “이미 오보로 정리된 사안”이라는 견해를 밝혔지만,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법원에 서면답변을 통해 “오보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고, 법정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보도의 당사자인 요미우리는 오보가 아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데 청와대는 “오보로 정리된 사안”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침묵하던 한국 언론, 청와대 해명 나오자 발빠른 대변

중요한(독도 발언이 사실이라면 헌법수호 의무를 위배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사건이 터졌지만 한국 언론은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했다. 국민일보 보도로 요미우리 해명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른 지난 9일 이후 청와대 대변인의 공식 해명이 있던 3월16일과 17일까지 일주일 동안 누리꾼 사이에서는 최대 화제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국민일보와 일부 인터넷신문을 제외한 다른 언론들은 사실상 ‘무관심 보도’로 일관했다.

이후 경향신문이 관련 기사를 내놓았지만 다른 언론들은 청와대 해명이 나올 때까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독도 문제와 관련해 언론이 취재는 해왔다는 점이 다. 언론이 취재는 해놓고 보도는 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청와대가 해명을 내놓자 일부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해명’에 무게를 실어 보도했다. 청와대 해명의 초점은 일본 외무성이 부인했던 사안(2008년에도 부인했었다)이라는 것이고, MB 독도 발언을 쟁점화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동아일보, 독도 소송 주체 '반MB인사' 강조

   
  ▲ 동아일보 3월19일자 3면.  
 
일부 언론은 청와대의 이러한 해명을 충실히 전달하는 모습이었다. 언론이 사실관계를 파헤치라고 요구할 때는 침묵하더니 청와대 해명을 알려야 할 때는 발빠르게 나서는 모습이다.

동아일보는 19일자 3면 <당시 한일 정보 "오보"...반MB인사 뒤늦게 소송 '논란 재점화'>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분석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기사 제목에 담긴 ‘반MB인사’라는 설명처럼 이번 사건에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는 주장이다. 

동아일보는 "요미우리를 상대로 한 소송을 주도한 '국민소송단'의 대표자들은 정치 성향상 현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다"라며 "한나라당에선 이들의 전력을 들어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일본 총리에게 말했을 리 없다고 추측한다"

   
  ▲ 중앙일보 3월19일자 34면.  
 
한나라당이 이번 사건을 주도한 이들의 정치성향을 문제 삼는 것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야 하는 정당의 특성에 따른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은 정치적 유불 리가 아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진실을 쫓아야 하는 사명을 지닌 존재이다. 언론이 왜 특정 정치세력이 정치유불리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노재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19일자 34면 칼럼에서 <‘이게 다 MB 때문이다’>라는 칼럼에서 “나는 MB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래.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실어도 좋다'고 일본 총리에게 말했을 리 없다고 추측한다. 그건 정치적 '사망선고' 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인은 “그건 아닐 거야” 나는 그렇게 추측해라고 말하는 게 역할은 아니다. 국민이 언론에 기대하는 것은 국민을 대신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진실을 알려주는 역할이다. ‘아닐 거야’라는 확신이 강하다면 더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요미우리신문의 문제 보도에 대한 국민적 의문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를 포함한 언론 다수는 침묵했다. 침묵이 답인가. 왜 침묵하는가.

노재현 논설위원은 “마치 'MB가 독도 팔아먹는다'는 식으로 번지니 버선이라도 벗어 발뒤꿈치를 보여주고 싶은 심정 아닐까”라며 “MB가 싫다면 다른 방법으로 공격했어야 했다. 결국 국민 감정에 편승해 선거에서 득 보자는 속셈 아닐까. 일개 외지 보도에 온 대한민국이 놀아나야 하나”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앞 기습시위, 서울역 앞 규탄시위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전하는 메시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논란은 이명박 대통령을 궁지에 몰려는 정치적 목적이 담겨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이번 사건에 때문에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할지 말지가 아니다. 요미우리 보도가 사실인지, 사실이 아니라면 왜 청와대는 미온적 대응을 하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이명박 대통령 ‘독도발언’ 해명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기습시위가 지난 19일 청와대 앞에서 벌어졌다. 시위에 나선 대학생들은 모두 연행됐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경찰에 연행된 대학생들을 만났으며 독도문제로 구속될 경우 사회적으로 불행한 파장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경찰에) 선처를 요구했다.

20일 오후 서울역에서는 ‘독도 수호 범국민대회’가 시민소송단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언론이 왜 MB 독도 발언을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고 사실상 ‘침묵’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언론인다운 시각 보여준 내일신문 칼럼

   
  ▲ 내일신문 3월19일자 23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언론장악’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이번 사건 역시 정권의 언론장악에 따른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시민들의 상식적 의문이 이어지고 있지만, 언론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실상 침묵하거나 청와대 해명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청와대의 대응은, 언론은 모습은 정당한 것일까.

성한표 전 한겨레 논설주간의 내일신문 19일자 23면 칼럼 <요미우리 보도 논란과 '국익'>이라는 칼럼이 언론인다운 시각 아닐까.

“청와대는 요미우리의 보도가 허위라는 사실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요미우리의 보도가 허위임이 요미우리 자신의 정정보도로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우리 쪽이 조용히 있다면 그런 것이야 말로 국익을 해치는 태도라는 점을 청와대가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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