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이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 피의자 김길태씨에 대한 과도한 보도로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 세종시 논란 등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독자 정철운씨는 18일 한겨레에 기고한 글 <김길태 보도, 연예방송인가 경찰 사내방송인가>에서 “여태껏 김길태보다 잔혹한 성범죄자는 많았다”며 “그런데 유독 언론에서 김길태를 물고 늘어진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주현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변호사)도 지난 15일자 경향신문 옴부즈만 칼럼에서 "방송과 대다수의 신문은 이 모든 이슈(한명숙 전 총리 재판, 천주교 주교회의의 4대강 사업 반대 공식 표명 등)를 뛰어넘어 김길태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초점을 맞춘 듯 보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 3월19일자 한겨레 29면  
 
정씨는 “아동성범죄가 문제라면 언론은 성범죄가 늘어나는 사회를 분석해야” 하지만 “피의자의 얼굴을 떡하니 내놓는가 하면, 김길태의 신변을 연예프로처럼 보도”하는 등 “흡사 경찰청 사내 방송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강력범죄’가 뉴스를 뒤덮었던 과거를 △신창원이나 유영철처럼 유례가 없는 중대 사건인 경우와 △뉴스거리가 ‘없을’ 때로 구분하고 “(지금은) 영향력 있는 방송의 사장 자리는 모두 엠비정권 인사들로 채워져 기자들이 기사의 소재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그러니 엠비가 싫어할 만한 기사는 나오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정씨는 이 대통령이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을 질책한 이후 “모두들 최고 권력자가 주문한 ‘특종’만을 찾아 부산으로 갔다”며 “그러면서 몇몇 특종은 잊혀졌다”고 밝혔다.

정씨가 ‘잊혀진 몇몇 특종’의 사례로 든 것은 김 전 법무팀장의 삼성 관련 책 기사, 이 대통령의 독도 발언, 세종시, 무상급식 논란 등이다.

그는 “청와대 입장에선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여론을 새로 끌고 가야 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겨울올림픽과 김연아, 범죄자 김길태였으며 “글로벌 리더 김연아의 성공과 흉악범 김길태 검거는 모두 현 정부의 성과물이 되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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