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요미우리신문이 한국의 법원에 '당시 보도는 허위사실이 아니다'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제출하면서 2년여가 지난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발언이 쟁점화 되고 있다.

그러나 주요언론은 하나같이 침묵하고 있다. 2년여 전 '사실무근'이라는 청와대의 입장과 요미우리신문이 인터넷 판에서 삭제했다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소송으로 이어질 정도로 국민들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 언론이 국민의 우려와 궁금증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08년 7월15일 요미우리신문은 "G8확대정상회의에 참석한 후쿠다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표기하겠다'고 통보했고,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의 국민소송단 1800여명은 요미우리신문을 상대로 손해배상과 정정 보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요미우리신문의 보도내용을 조금만 살펴보면 심각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오보여부와 상관없이 일본 해상보안청의 독도해역조사, 시마네현의 '죽도의 날' 제정,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독도명기 등 일본의 독도침탈 시도 이상의 폭발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요미우리신문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는 한마디말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요미우리신문 보도의 진위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첫째 발언당사자인 총리와 대통령이 한일양국정부의 대표이고, 극명하게 비교되는 발언 때문이다. 후쿠다 총리는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상대는 독도영유권 문제의 상대국인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이 대통령은 독도의 주권국인 대한민국의 통치권자로서 독도영유권에 대해 일관되고 명료한 우리의 입장을 밝혀야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악용될 소지가 있는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후쿠다 총리의 발언을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않았으므로 일부를 수용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영토문제에서 당사국의 분명한 영유의사와 영유의사를 유지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입법·사법·행정 등 실효적 지배조치가 갖는 국제법적 의미를 볼 때 이 대통령의 독도발언은 더욱 심각해진다.

둘째 오보였다면 요미우리신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만약 오보라면 의도적인 허위보도일 수도 있다. 이는 한국에 비해 떨어지는 일본국민들의 관심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일본정부가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의심의 원인이기도 하다.

일본정부와 시마네현은 한국과 달리 독도에 별로 관심 없는 일본인들의 인식을 문제로 지적해왔다. 쿠릴열도(북방4도)와 조어도(일본명 센카쿠제도)와 같은 인식확대가 필요했다. 시마네현이 죽도의 날을 제정하고, 교과서에 독도문제를 명기한 이유가 독도문제의 대중화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이기도 하다.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후쿠다 총리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대해 한국의 대통령이 반박하지 않았다"라는 보도는 교과서를 통해 일본영토라고 배운 학생들의 학습효과를 배가시키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요미우리신문 보도는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심각한 문제이고 어떤 식으로라도 해결되어야 한다. 오보이거나 사실이거나 상관없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일본정부나 언론이 나설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요언론은 침묵이다. 그동안 침묵했던 언론은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요미우리신문 보도와 함께 이명박 정부 하에서 독도가 어떻게 취급돼 왔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8년 4월 이 대통령 방일직전 주일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서 독도 문제가 삭제되었다. 요미우리신문 보도가 있었던 8월에 동북아역사재단(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이사장 정재정)은 『동북아역사문제-주요현안분석』에서 한국의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일본이 유리한 '자연지형설'을 제시했다. 2009년 4월에는 동북아역사재단이 예산을 지원하여 설립된 세계NGO역사포럼(대표 박원철)은 창립기념 국제심포지엄에 일본인 발표자를 초청하여 '독도공동영유론'을 발표하게 하였다. 현재는 1950년대 대한민국 정부의 독도경비사를 부정하고 있다.

   
  ▲ 김점구 독도수호대 대표.  
 
그러나 언론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 보도는 우리가 자초한 일이 아닌지 냉철한 자기비판의 계기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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