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및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태광그룹이 자사 소유 방송의 소유지분 제한 규정에 걸리자 4개 회사에 지분을 나눠 매각했다가 규정이 완화된 뒤 다시 되사들이는 계획을 세웠다는 문건이 폭로됐다.

MBC는 19일 밤 <뉴스데스크> 톱뉴스 '태광, 편법 인수 직접 관여'에서 이 같은 문건을 입수했다며 "사전 각본에 따라 지분 매매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 이호진 회장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MBC에 따르면 지난 2001년 태광산업이 천안방송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었으나 그해 4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소유지분 제한규정에 걸려 자사가 보유한 천안방송 지분의 67%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 19일 밤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톱뉴스  
 
   
  ▲ 19일 밤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MBC는 최근 입수한 당시 태광 그룹의 '내부 기안서'를 들어 "천안방송의 지분 67%를 4개 회사(LG홈쇼핑, CJ홈쇼핑, 우리홈쇼핑 등)에 나누는 방안이 담겨 있다"며 "어쩐 일인지 4개 회사가 살 주식의 지분률을 팔 회사가 미리 정해 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3개 홈쇼핑 각각 20%, 다른 한 회사 7%.

이 문건에는 사는 회사들이 주식구입 대금을 마련하는 방법까지 제시하는 등 태광산업이 진짜로 지분을 팔았던 게 아니었음을 시사했다. 문건에는 "본 계약은 TK(태광산업)가 원하는 시기에 원상태로 정리한다"고 기재돼있어 이면계약임을 보여준다고 MBC는 전했다.

MBC는 이어 실제로 4년 뒤 규제가 완화되자 홈쇼핑 3사는 갖고 있던 천안방송 지분을 이호진 회장부자가 소유하고 있는 전주방송에, 살 때와 같은 가격에 되팔았으며, 이 회장 부자는 1000억 원 대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 서류에 따르면 '3차 SO 승인 관련 천안유선방송 지분매각'(안)에 "이호진 사장까지 보고 결재"로 쓰여 있어 이 회장이 이면계약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고 MBC는 전했다.

   
  ▲ 19일 밤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 19일 밤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이와 관련해 MBC는 검찰이 지난 2008년 이런 사실을 인지해 수사를 벌여놓고도 무혐의 처리해 서부지검의 재수사 여부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MBC는 이 과정에서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이 자금을 댄 정황도 드러나 고객의 보험료가 방송사업의 종잣돈으로 사용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MBC는 이어진 리포트 '태광산업, 고객 돈으로 사업'에서 태광그룹이 천안방송의 주식을 홈쇼핑 회사 3사에 넘기는 계획이 담긴 문건을 보면 우리홈쇼핑의 경우 흥국생명이 19억 여 원을 대출한다고 적혀 있다고 보도했다.

문건대로라면 태광그룹이 홈쇼핑 업체에 천안방송 지분을 넘기면서 계열사인 흥국생명을 통해 인수 자금까지 빌려준 셈이다. 보험업법은 계약자들이 낸 보험료와 운용 수익을 다른 그룹 계열사의 사업 확장에 쓰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불법이라고 MBC는 전했다.

   
  ▲ 19일 밤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흥국생명은 지난 2004년에도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케이블TV업체를 인수할 수 있도록 125억원을 빌려줬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 8억2000여 만 원을 추징당했다.

MBC는 "흥국생명이 이호진 회장과 조카가 70%가 넘는 지분을 소유해 절대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비상장 업체여서 자산을 빼돌려도 감시가 어렵다"며 "검찰은 이호진 회장 일가가 흥국생명과 고려상호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불법 대출로 계열사를 확장한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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