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 MBC 논설위원이 이번 선거에서 여론조사 결과와 투표 결과의 격차를 두고 민주주의 위기 사태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김종화 논설위원은 지난 9일 논평 <여론조사와 민주주의>에서 "독재국가에서는 여론조사를 하지도 않고, 설령 한다고 해도 그 결과는 신뢰를 얻지 못한다"며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면, 그 사회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논설위원은 "보통사람들은 오히려 그동안 우리 정치판을 좌지우지했던 여론조사가 과연 제대로 민심을 반영했는지를 의심"한다고 밝혀 여론조사 불신 실태를 전했다.
이에 대해 김종화 논설위원은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와 크게 다르다는 것은 여론조사를 하는 회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표현의 자유와 곧바로 연결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논설위원은 "정부여당을 지지하는 경우에는 여론조사에 부담 없이 응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속내를 털어놓기가 겁난다는 것"이라며 "미네르바와 PD 수첩을 재판에 넘기는 걸 보면서 보통사람들이 말조심과 입조심에 들어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 논설위원의 논평 전문이다.
여론조사와 민주주의
지난 주에 끝난 6.2 지방선거 결과는 우리가 다시 생각해볼 몇 가지 문제를 내놓았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여론조사입니다. 여론조사는 그동안 '과학'으로 통했습니다. 투표를 수시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제와 아주 비슷한 결과를 미리 알려준다는 뜻일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정치판은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몇 차례에 걸친 당내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또 당대당 후보 단일화에서도 여론조사를 반영했습니다.
정부는 논란이 되는 정책을 추진할 때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자료로 썼습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와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여론조사 회사들은 휴대전화 시대에 집전화로 여론을 수집했기 때문이라며, 마치 그동안에는 그런 사정을 전혀 몰랐던 것처럼 말합니다. 보통사람들은 오히려 그 동안 우리 정치판을 좌지우지했던 여론조사가 과연 제대로 민심을 반영했는지를 의심하는 걸로 보입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와 크게 다르다는 것은 여론조사를 하는 회사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표현의 자유와 곧바로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정부여당을 지지하는 경우에는 여론조사에 부담 없이 응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속내를 털어놓기가 겁난다는 것입니다. 미네르바와 PD 수첩을 재판에 넘기는 걸 보면서 보통사람들이 말조심과 입조심에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수시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하는 일은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에서만 이뤄집니다. 투표를 통해 민심을 확인하는 절차가 번거로운 만큼, 여론조사로 대신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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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국가에서는 여론조사를 하지도 않고, 설령 한다고 해도 그 결과는 신뢰를 얻지 못합니다.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면, 그 사회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놓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가 민심의 실체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면, 그 나라는 엉뚱한 곳에 힘을 쏟게 돼, 국제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확하고 믿을 만한 여론조사는 민주주의의 기본이고 국가 경쟁력의 기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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