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무죄 무전유죄’ 경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수치가 나왔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21일 ‘우리나라 법원의 화이트칼라 범죄 양형분석: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율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화이트칼라 범죄’(white crime)와 ‘일반 범죄’(street crime) 사이에 양형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2000년 1월부터 2007년 6월말 현재까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가법)상의 배임 또는 횡령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기업의 지배주주와 CEO 중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137개 사건을 분석했다.

이들 137개 사건의 1심 피고인 149명 중 106명(71.1%)이 집행 유예된 반면, 43명(28.9%)만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심까지 더하면 모두 125명(83.9%)이 집행 유예됐다.

이는 지난 2000∼2005년 1심 재판에서의 범죄유형별 집행유예 선고율 평균치인 절도·강도 47.6%, 형법상 횡령배임 41.9%, 특경가법 위반 전체 47.5%에 비하면 각각 23.5%p,  29.2%p, 23.6%p가 높다. 범죄로 인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반면 절도는 6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화이트칼라범죄의 법정형이 일반 범죄 법정형보다 높은 것을 고려할때 전과 여부나 피해 변제 등 각 범죄유형별 특성이 있는 것을 감안해도 법원이 일반인에 비해 기업의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관대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고 경제개혁연대는 지적했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 이득액이 50억 원이 넘는 경우에도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1심 61.6%, 항소심 75.0%가 넘었다.

형법상의 작량감경(정상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며 법관 재량으로 형을 깎는 것)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원칙적으로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지 않은 범죄행위인데도 우리 법원이 화이트칼라범죄에 대해 관대하게 처벌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일반 국민 법감정의 현실적 근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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