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는 단 한 차례도 1위를 내주지 않았다. 제주도 첫 경선부터 문 후보는 59%의 압도적인 득표력을 보였다. 이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은 ‘문재인의 50%’에 관심이 모아졌다. 결선투표를 치를 것이냐 아니냐가 선거의 관건이었다.
결국 16일 문재인 후보는 결선투표도 없이 과반이상 득표로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민주당 당원 및 지지자들이 문 후보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보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문 후보는 대선 승부처인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타 지역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문재인 후보로서는 당심을 완전 장악한 셈이고, 민심도 흡수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최근 일련의 여론조사를 봐도, 문 후보는 야권단일후보 적합도에서 종종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원장을 뛰어넘었는데, 심지어 16일 오전 모노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에서 문재인 후보는 48.6%를 득표해, 31.8%의 안철수 원장을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물론 안철수 원장의 출마선언 전인데다. 모노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자 상당수가 문재인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드러나 역선택의 해석도 내릴 수는 있다. 하지만 안철수 원장 하나뿐이었던 야권 대선후보군에 문재인 후보가 파괴력을 갖고 합류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친노와 비노 갈등 사이에서 대선기간 당 운영의 전권이 사실상 문재인 후보 쪽으로 왔다는 점도 문재인 후보의 당 장악력에 도움을 준다. 민주당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당무권한을 대선후보에게 위임키로 했다. 2002년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민주당의 불편한 관계를 돌아보면 문재인 후보에게는 매우 파격적인 대우다.
문재인 후보는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조국 서울대 교수, 박영선 의원 등 당내외 친노 외곽 인사들을 포괄하는 통합선대위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향후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선대위의 폭을 최대한 넓혀야만 한다. 문 후보는 “모든 계파와 시민사회까지 아우르는 ‘용광로 선대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뭔가 불안하다. 우선 ‘안철수’다. 안철수 원장은 민주통합당 경선이 끝난 이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컨벤션효과’는 길어야 일주일 정도만 지속될 수도 있다. 안철수 원장의 출마선언이 있게 되면 야권은 급격하게 다시 단일화 국면으로 넘어가게 된다.
최근 안철수 원장의 행보도 문 후보에게 부담을 준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찾은 것은 시민사회를 향한, 광주를 찾은 것은 민주인사들을 향한 손짓이다. 단일화 국면에 접어들면 당 외 인사들 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안 원장 측으로 이탈하는 세력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경선을 거치면서 지도부와 문 후보에 씌워진 ‘친노 패권주의’ 이미지는 문재인 후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내 불란이 수습될 가능성도 있다. 일단 경선에 참여한 손학규·김두관 후보는 경선승복의 자세를 보였다. 손학규 후보는 이날 정견발표에서 그동안 모습과는 달리 문 후보와 지도부를 비판하지 않았고, 김두관 후보도 “패권주의 세력은 반칙으로 경선을 망쳤지만, 저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깨끗이 승복하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후보는 경선에서도 큰 대립각은 보이지 않았다.
또 하나는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드러난 비역동성과 불안정감이다. 완전국민경선이란 이름으로 민주당 지도부는 200만 선거인단 모집을 목표로 했지만 결과는 그 절반 정도인 100만 선거인단 모집에 그쳤다. 그나마도 투표율은 5~60%대 정도였다. 제1야당의 대선후보 선출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안 원장과의 단일화 예선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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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수습된 것처럼 보이지만 경선 중에 계란이 날아들고 충돌과 욕설이 벌어졌다. 잠재된 내부 갈등이 향후 야권단일화 국면과 대선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하게 될지 알 수 없다. 지도부가 당내 의견을 받아들여 ‘2선 후퇴’했지만, 내막은 현 지도부를 유지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어쨌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이어 민주통합당에서 문재인 후보가 선출됨으로서 여야 주요정당 대선 라인업은 짜여졌다. 향후 안철수 원장이 출마한다면 3자 구도 속에서 안철수 원장과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레이스는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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