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부가 심상치 않다. 최근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으로 촉발된 공천비리 문제가 점차 당내 갈등으로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유력한 새누리당 대권예비주자인 박근혜 후보가 주장해 온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노선투쟁까지 얽히고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친박대 비박, 친박 일각과 또 다른 친박 일각 간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현기환 전 의원의 공천비리가 터지자, 비박계 대선주자들은 박근혜 후보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정작 박근혜 후보는 이 문제를 철저하게 자신과 분리시켰다. 박 후보는 지난 14일 MBC <백분토론>에 출연해 현기환 전 의원은 최측근이 아니라며 당 차원의 문제가 아닌 현 전 의원 개인 비리혐의라고 범위를 좁혔다.

하지만 정작 새누리당은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현 전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통과시켰다. 박근혜 후보도 당내 반발을 의식한 듯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의 결정에 따라 대국민사과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태와 자신을 철저하게 분리해왔던 그동안의 행보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는 이번 사태에 대한 친박 계열의 위기의식을 또렷이 보여준다. 홍사덕 박근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 “비박 포용론”을 주장하고 나섰고, 친박 계열 사이에서는 ‘친박 2선 후퇴론’까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종인 선대위원장 등 일부 친박진영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캠프 내부에서조차 ‘1층론(기본 지지층인 보수진영을 다질지, 기본 지지층 자체를 바꿀지)’이 나오는 상황에서, 비박계열 주자들은 대체로 ‘경제민주화’에 대해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즉 경제민주화에 비판적인 비박계열이 선거캠프에 합류하면, 박 후보의 그동안 내세웠던 ‘경제민주화’ 공약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김종인 박근혜 캠프 선대위원장은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캠프에 들어와서 특별히 대선에 엄청난 무슨 일을 할 수 있다. 이런 판단을 하는 건 너무 과도한 것”이라며 “대선캠프가 궁궐같이 된다고 대선에 표가 많이 모여드는 건 아니”라고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어 “박근혜 대표가 대권을 지향하면서 발표한 여러 가지 내용들을 국민들에게 신뢰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어떻게 실천하겠다고 하는 모습이 보여야지 사람 수를 잔뜩 모아 놓는다고 해서 선거의 효율을 가져올 수는 없다”며 “(비박주자들 영입)자체가 대통령 선거를 확실하게 담보하는 것이 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관심사는 김무성 전 원내대표다. 지난 14일 유럽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김 전 원내대표는 친박 핵심에서 세종시 문제로 박근혜 후보와 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원래 친박이었던 만큼, 친박진영에서도 비박계 보다 부담이 적은데다, 비박인사들에게도 구미를 맞출 수 있는 만큼, 홍사덕 선대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김 전 원내대표 등판론이 떠오르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 역시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대본부장 역할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박근혜 후보 캠프진영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박근혜 후보 캠프 이상돈 정치발전위원은 14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4.11 총선 막판 김무성 전 의원을 선대부본부장의 지위를 준 적이 있고 김무성 전 의원이 막판에 보수대연합론을 주창했지만 별로 호응 받지 못했다”며 “김무성 전 의원 방식대로 대선을 보수연합방식으로 이끌어간다면 중도층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반대했다.

반면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당 전체가 중심으로 새로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을 하고 대선승리를 위해 가야 되기 때문에 지금 많은 의견을 모아야 한다”며 “박근혜 후보에게 늘 듣는 얘기는 누구만 모이고 또 누구는 배척하고 이렇게 얘기할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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