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KTX 민영화 잰걸음에 나서면서 반대진영의 보폭도 커지고 있다. 야당과 민주노총, 철도노조 및 시민사회 등이 모여 구성한 ‘KTX 민영화 저지와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KTX 민영화 범국위)’가 1일 오전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KTX 민영화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날 참석한 토론자들은 무엇보다 국민적 동의 없이 빠른 속도로 KTX 민영화에 나서고 있는 국토해양부의 배후에 ‘청와대의 기획’이 있을 것이라며 임기 말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공세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미 1일 청주국제공항이 국내 공항 최초로 민영화 된 상태다.

특히 발제자로 나선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KTX 민영화는 단지 철도에만 국한된 흐름이 아니”라며 “한미FTA가 발효되면 전기, 가스, 수도, 의료까지 민영화 될 위험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이해영 교수는 그 발화점에 KTX 민영화가 있음을 강조하며 “이 투쟁은 전기, 가스, 수도 등과 공동전선을 이루어 총합적 표현으로 ‘한미FTA 폐기’를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석운 KTX 민영화 범국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축사에서 “임기 말, 대통령 친인척에게 특혜를 챙겨 주려는 것이 아니라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KTX 민영화 작업이) 졸속”이라며 “한미FTA가 발효되면 KTX 민영화 역진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을 노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이상하고 요상한 일이 벌어질 땐 틀림없이 비리가 있더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영화’가 아닌 ‘철도 운영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국토해양부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이어졌다. 우선 “독점이 아닌 경쟁이 이루어져야 철도서비스와 가격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박흥수 철도노조 철도정책연구팀장은 “외국에서는 지역 간이나 특수노선 등에 대해서만 민간에 개방했지만 우리처럼 주요 간선에 경쟁체제를 도입한 곳은 없다”고 주장했다.

‘가격 경쟁력’에 대해 김성희 고려대 교수는 “우리와 유사한 형태인 영국의 경우 민영화 이후 요금이 107% 인상되었으며, 국토해양부 주장처럼 가격을 규제한다고 해도 민영 철도회사들은 규제되지 않는 비정기 요금을 대폭 인상하는 방법으로 우회적으로 요금을 인상했다”고 반박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도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교통연구원은 현재까지 운임인하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동안 인천공항철도, 용인경전철, 김해경전철 등 민간운영 철도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엄청난 적자를 불러온 것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특혜가 아니’라는 국토해양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윤순철 경실련 기획실장이 “여러 노선 중 수익이 발생하는 KTX만 민간에 주려한다”며 “철도 서비스 발전에 어떤 기여도 없었던 재벌기업에게 아무런 사업의 리스크 없이 수익이 보장되는 KTX 노선만의 사업권을 허가하는 것은 명백한 기업특혜”라고 반박했다.

토론자들은 현재 철도의 구조적 문제는 내부 제도개선 등으로 충분히 이루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빠른 속도로 KTX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것은 ‘꼼수’라는 주장이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정부는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법적 조치가 구비되었다고 하지만 이는 일방적 곡해이자 관료들의 꼼수”라며 “철도민영화는 노무현 정부 공식적으로 백지화되었으며 대신 건설과 운영 역할을 구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당시 제정된 철도사업법의 ‘면허권 발급 조항’을 근거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는 운영권만 민간에 주기 때문에 이를 ‘민영화’가 아닌 ‘경쟁체제 도입’이라고 부르지만, 민영화는 기존 공공서비스가 민간사업자에 의해 수익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본질은 명백히 ‘민영화’”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국토해양부 고용석 철도운영과장은 “이 문제는 민영화냐 국유화냐가 아니라 시장구조를 독점으로 가져갈 것이냐 국민의 편익을 위해 경쟁체제로 가져갈 것이냐의 문제”라며 “정부 자료가 아닌 왜곡된 자료를 근거로 (반대)주장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은 폐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며 “민간 참여의 가장 큰 목적은 요금 인하”라고 말했다.

아울러 “토론회라고 해놓고 국가 부처인 국토부 관계자를 초청해 놓고 축사부터 국토해양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방이 이어지고 있고 사회자와 토론자도 일방적으로 쏠려있다”며 “진행만큼은 공평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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