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의 역풍에도 국토해양부는 수서발 KTX 민영화를 밀어붙일 태세다. 30일 오후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철도운영 경쟁도입 공개 토론회’에서 국토해양부 관계자들은 “건전한 경쟁을 통한 철도운영 효율화가 절실하다”며 수서발 KTX 운영권의 민간위탁을 강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토론회는 △재벌특혜 논란 △시기 논란 △서비스 개선 현실화 논란으로 쟁점을 나누어 찬성-반대 측으로 패널을 나눈 방식으로 진행했으나 민감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토론은 평이했다. 이에 대해 극명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철도노조 등 KTX민영화 저지와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측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날 경쟁체제 도입의 합리성을 설명했으나 이곳저곳에서 논거가 충돌했다. 고용석 철도운용과장은 “철도공사의 영업적자가 증대되고 부채가 누적되고 있다”면서도 수익이 발생하는 노선을 팔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빚은 계속 늘어나는데 흑자가 나는 노선의 운영권을 민간 기업에 내어 준다는 것이다.

흑자가 발생하는 KTX로 일반열차의 적자를 매우는 교차보조에 대해서도 고용석 과장은 “철도의 경쟁체제를 약화시키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지만, 수서발 운영권 민영화로 산간·벽지지역의 교통권이 제약될 수 있다는 반대진영의 비판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책임지고 지원하겠다”는 모순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국토부 측은 무엇보다 “기업에게 철도 시설 이용에 대한 어떠한 특혜도 제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용료를 납부해야 할 것”과 “이용자들에게 이용 요금을 절감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 공을 들였다. KTX 민영화로 인해 운임이 오를 것이라는 대중의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이들은 “민간 위탁 사업이 ‘민영화’가 아닌 ‘임대’ 개념”이며 “투명한 공개경쟁 공모절차를 통해 실질적으로 운임료를 내리는데 중점을 두고 사업을 맡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의 논거가 빈약하다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한국일보 황영석 논설위원은 “경쟁은 수요자의 선택가능성이 보장되어야 경쟁체제가 되는데 철도는 선택가능성이 없다”며 “서울역이나 수서 열차를 타는 것은 업체의 서비스 문제가 아닌 자기의 사는 곳 기준으로 일방적으로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황희원 동양대 교수도 KT가 민영화 한 이후 통신요금이 급증한 사례를 제시하며 “서비스와 요금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선로에 대한 유지보수는 시설을 가진 국가가 맡고 역사 등 설비에 매몰된 비용들도 빼주면서 수익이 나는 나머지를 민간에게 넘기겠다는 것이 특혜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황 교수는 이와 함께 “대표적으로 공항철도의 경우 민간에 넘겼다가 실패했는데 국토부는 그런 사례는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의 임금 수준을 문제 삼지만 코레일은 공기업 중 임금수준이 27등”이라며 “코레일이 지고 있는 빚도 타 공기업 보다 적고 애초 태어나면서 5조8천억의 빚을 지고 태어났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 측 관계자들은 완강했다. 고용석 과장은 “2015년 수서발 KTX가 개통되는 만큼, 민간기업들이 준비하기 위해 올 상반기 안에 사업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근율 철도기술연구원장도 “준비할 것이 많은 만큼 다음 토론회는 더욱 디테일한 것을 다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의대 박기남 교수 역시 "철도 구조개혁의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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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의 이러한 태도에 KTX민영화 저지와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측은 이러한 토론회가 면피성에 불과하며, 민영화를 졸속추진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토론회가 시작되자 약 30여분 동안 토론회장 내에서 피켓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범대위 측으로 국토해양부가 토론회에 참석해달라는 연락은 왔지만 토론의 절차와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논의가 없었다”며 “토론회를 한다면 내용과 절차를 함께 논의하고 진행해야지 급박하게 참여만 하라는 식이니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민영화 저지 범대위는 오는 2월 1일 따로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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