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미디어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KBS·SBS·MBN 등 주요 방송사들은 자사와 관련된 현안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KBS·SBS는 지상파 방송사의 현안인 IPTV ‘콘텐츠사용료 산정방안’과 관련된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MBN과 MBN 대주주 매일경제는 재승인 기간이 확대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 방송에선 ‘공공성 대책 부족’에 대한 우려는 담기지 않았다.

국무총리실 산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는 지난 13일 미디어 진흥·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율 최대 30%까지 확대 △1조 원대 ‘K-콘텐츠·미디어 전략 펀드’ 신규 조성 △지상파·종편·보도채널의 최대 유효기간을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확대 △대기업의 방송소유 기준을 기존 10조 원에서 GDP에 연동하도록 개편 등 내용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3일 성명에서 “지난 정부 때부터 미뤄둔 미디어 사업자의 규제 완화 요구만을 정리한 민원 처리 절차에 불과하다”며 미디어 공공성 확보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3월13일 SBS 방송화면 갈무리.
▲3월13일 SBS 방송화면 갈무리.

SBS 숙원과제 해결, 쏟아지는 우려 언급 없어

SBS ‘8뉴스’는 <낡은 방송 규제 푼다… “K콘텐츠·미디어, 성장 엔진”> 보도를 통해 SBS의 숙원 과제인 대기업 방송사 지분 소유규제 완화 방안을 비판 없이 전했다. SBS는 리포트에서 “대기업 소유규제도 GDP 연동 등을 통해 완화하기로 했다”며  “(방송법이) 2008년 작성된 이후로 국가 경제 성장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고 있다. 대기업 기준을 상향하는 정책을 발표했다”는 배중섭 방통위 기획조정관의 발언을 전했다.

태영그룹은 2022년 4월 대기업으로 지정됐는데, SBS 대주주 TY홀딩스는 태영그룹의 지주사다. SBS 지분을 해소해야 할 위기에 처한 태영그룹은 이번 규제 완화로 인해 SBS 지분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대기업 소유규제 완화에는 전부터 우려가 제기됐지만 SBS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언론노조는 성명에서 대기업 방송사 지분 소유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가장 어처구니 없는 정책안”이라고 했다. 태영그룹은 현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를 밟고 있으며, 채권단은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을 담보로 잡았다. 언론노조는 “태영이 SBS까지 채권단에게 담보로 내놓는 상황을 보고도 이런 안을 내놓을 수 있는가”라며 “모기업의 리스크를 떠넘길 수단으로 공적 자산을 쓰는 지상파 방송사의 재정과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는 대기업 규제 완화는 한국의 콘텐츠 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KBS(좌측), SBS(우측) 3월13일 방송화면 갈무리.
▲KBS(좌측), SBS(우측) 3월13일 방송화면 갈무리.

KBS·SBS, 지상파 갈등 중인 사안에 집중

KBS·SBS·MBN은 여러 미디어 진흥·규제 방안 중 자사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사항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공공성 대책 부족 등 문제는 보도에 담기지 않았다.

KBS·SBS는 메인뉴스에서 IPTV 콘텐츠사용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전문가 인터뷰까지 담았다. KBS ‘뉴스9’의 박장범 앵커는 <“K-콘텐츠 육성”… “‘독과점 IPTV’ 대책 시급”> 보도를 전하며 “문제는 정작 안방인 국내에서 대기업의 독점 구조로 인해 한국 콘텐츠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기자는 정부 발표 내용을 소개하고 “정작 방송사업자들이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을 방안은 유료방송 시장의 86%를 차지하는 거대 통신 3사 IPTV 업체들의 독과점적 지위에 휘둘려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KBS와 인터뷰에서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SBS ‘8뉴스’ 역시 <낡은 방송 규제 푼다… “K콘텐츠·미디어, 성장 엔진”>보도를 통해 “IPTV 결합상품을 통해 방송콘텐츠를 경쟁적으로 저가화하는 거대 통신사업자 등에 대한 대책이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했다. 변상규 호서대 문화영상학부 교수는 SBS와 인터뷰에서 “방송콘텐츠가 제값을 받도록 해 K 콘텐츠 제작비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3월13일 MBN 보도, 3월14일 매일경제 사설 갈무리.
▲3월13일 MBN 보도, 3월14일 매일경제 사설 갈무리.

매일경제, ‘재승인 기간 확대’에 “방송언론 자유의 첫 출발점”

방통위 재승인 제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MBN과 모회사 매일경제는 재승인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MBN은 지난해 재승인 심사에서 1000점 만점에 720.77점을 받아 기준점수인 650점을 훌쩍 넘었지만, 5년 재승인이 아닌 3년 재승인 결정을 받았다. MBN은 자본금 편법 충당으로 2020년 ‘6개월 방송 전부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받아 소송을 진행 중인데, 이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MBN ‘뉴스7’은 <낡은 방송 규제 없앤다… 펀드도 조성>에서 지상파·종합편성채널 재허가·재승인 기간 확대를 처음으로 전했다. MBN 기자는 “(종편은) 2020년까지 10년 동안 3년마다 재승인을 받아왔다”며 “(정부는) 짧은 유효기간 탓에 사업자가 장기 투자 전략을 세우기 어려워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이에 따라 방송사의 허가나 승인 유효기간을 최대 7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MBN의 최대주주인 매일경제는 14일 사설 <지상파·종편 승인 유효기간 확대, 언론 자유 더 늘리는 계기로>에서 재승인 기간 확대를 “방송언론 자유의 첫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매일경제는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을 거론하며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방통위가 ‘재승인권’을 무기로 정치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한 셈”이라고 했다. 

매일경제가 자사 이기주의 보도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매일경제는 <시청자 선택권 외면하는 ‘종편 의무편성 폐지’ 안 된다>(2018년 10월20일),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방통위의 언론자유 침해 사례들>(2022년 10월7일) 등 MBN에 유리한 방향의 사설을 작성했다. 매일경제는 지난해 방통위의 MBN 업무정지 6개월 결정을 비판하는 전문가 칼럼을 연속 게재했다.

TV조선의 대주주 조선일보는 14일 B2면 <지상파·종편 재승인 기간, 최대 7년으로 확대한다는데…> 보도에서 재승인 기간 연장이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추가적인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조선일보는 “업계에선 재허가·재승인 유효기간은 심사 점수에 달린 만큼 심사용 기본 계획부터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3월14일 한겨레 6면 갈무리.
▲3월14일 한겨레 6면 갈무리.

비판적 관점 담은 신문사는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뿐

주요 신문사 가운데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만 미디어 공공성 측면에서 이번 방안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14일 6면 <지상파·종편 재허가 기간 최대 7년 확대 추진> 기사에서 “특정 사업자의 독과점 방지 등 미디어 공공성 및 방송 다양성 유지·확보를 위한 제도적 대안은 빠져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며 언론노조·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의 우려를 전했다.

경향신문은 14일 6면 <“최소 규제 정책 미디어·콘텐츠 공공성 해칠 것”> 보도에서 “규제 완화로 방송의 공공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시민단체 등의 우려가 나왔다”며 “규제 완화에 비해 공공성 강화 관련 내용은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14일 10면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 문턱 낮춘다> 보도를 내고 “미디어 업계는 정부의 미디어 규제 완화 조치로 특정 사업자와 기업에 수혜가 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했다. 또 한국일보는 광고규제 완화 조치와 관련해 “광고 규제를 풀어주는 게 매체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시청자 보호’보다 ‘방송사 보호’를 생각한 정책 방향”이라는 한석현 YMCA 시민중계실장 인터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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