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을 소유하고 있는 종합일간지의 자사 이기주의 보도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조선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 등 종편 겸영 신문사들은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세미나를 보도했는데, 기사에는 종편에 유리한 주장이 담겨 있었다. 종편 역시 직접적으로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내용을 기사화했다.

한국방송학회는 지난달 21일 열린 정기학술대회에서 ‘종편채널 기획세션’을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인 유성진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종편이 납부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 감면율을 확대해 납부액을 줄이고, OTT·포털 등에도 방발기금을 징수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종편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주장이다.

▲종합편성채널 4사 CI.
▲종합편성채널 4사 CI.

이후 종편을 겸영하는 조선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는 세미나 소식을 기사화했다. 기사 제목은 조선일보 <“방송통신발전기금 합리적 부과기준 마련해야”>, 동아일보 <“포털-OTT도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해야”>, 매일경제 <불공정 논란 방송발전기금 ‘대수술’ 하나> 등이다. 동아일보는 “종편과 보도 채널은 지상파 방송의 직접 수신 비율이 떨어지면 감면율도 줄어 방발기금을 더 내야 하는 구조”라며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매일경제는 방통위가 최근 방발기금 제도 개선 정책연구 용역을 발주했다면서 “최근 한국방송학회가 개최한 '2023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는 사업자별로 차별적 기준이 적용되는 방발기금 제도의 불합리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KBS·EBS 등 공영방송이 방발기금 3분의 1을 고정 감면받지만, ‘지상파와 비슷한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종편이 이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종편도 자사에 유리한 내용을 기사화하고 나섰다. TV조선은 4월21일 <"미디어 환경변화 못따라가는 방발기금 징수 제도 바꿔야"> 보도에서 종편이 방발기금 산정에서 불리한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는 주장을 전했고, MBN도 같은날 <"현행 방발기금, 산업 변화 못따라가"…개선 촉구 한목소리> 보도에서 “(전문가들은) 방발기금의 용처와 관련해선 납부 주체인 종편PP, 유료방송플랫폼을 위한 지원사업 내역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고 했다.

종편사들이 이번 세미나에 후원사로 참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방송학회가 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학회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기획세션은 자체적으로 기획한 것”이라면서도 “(종편이 세미나 후원을 했는지 등) 상세한 내용을 밝힐 의무는 없다. 각 세션마다 어떤 후원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여부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은 방송통신의 공익성·공공성 보장과 진흥을 위한 기금으로, 지상파·종편·보도채널은 매년 광고 매출액 6% 이내를 방통위에 납부한다. 일종의 면허세다. 하지만 종편이 광고 매출액 6%를 방발기금으로 납부한 적은 없다. 2011년 개국 후 2015년까진 ‘방발기금 면제’라는 특혜를 받았고, 2016년에는 광고 매출액 0.5%만을 납부했다. 2022년 징수율은 최저 1.5694%(JTBC)에서 최대 3.5699%(TV조선)다. 징수액은 TV조선 49억448만 원, MBN 20억1285만 원, 채널A 14억4428만 원, JTBC 5041만 원 순이다.

방발기금 징수에 대해 논란이 불거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방발기금 부과에 형평성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도 논의해볼 영역이다. 다만 종편이 아무런 혜택을 받지 않은 건 아니다. KBS·EBS 등 공영방송이 ‘방발기금 감면’ 혜택을 받는 것처럼, 종편 역시 지난해 주파수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고려돼 기본징수율의 11.67%를 감경받았다. MBC·SBS의 방발기금 징수율은 4%대다.

무엇보다 종편과 신문사들의 보도는 ‘이해충돌’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해관계가 걸린 상황에서 종편에 유리한 내용을 보도하는 건 ‘자사 이기주의’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

실제 종편 겸영 신문은 종편과 관련된 사건이 불거졌을 때 이 같은 보도를 내놓은 바 있다. 대표적으로 매일경제신문은 최근까지 방송통신위원회의 MBN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비판하는 외부 기고문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조작 의혹에 대한 보도와 사설을 연이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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