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펼치면 ‘지상파 중간광고’를 절대 도입해선 안 될 것 같다. 반대로 방송을 보면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언론의 이해관계가 걸린 광고정책을 두고 언론사들이 자사 입맛에 맞는 보도를 쏟아내면서 정작 독자와 시청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신문업계 반발이 거세다. 한국신문협회가 12일 “지상파 중간광고는 특혜 완결판”이라는 성명을 배포하자 12~13일 이틀 동안 종합일간지·경제지·지역지 20곳이 지면 기사를 통해 성명을 받아썼다. 이달 들어 이들 지면에 보도된 중간광고에 비판적인 기사는 44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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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적극적으로 반발하는 매체는 종합편성채널을 겸영하는 신문들이다. 지상파에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경쟁 매체 광고가 줄어드는데, 신문보다는 방송인 종편에 타격이 크다. 조선일보는 방통위가 중간광고 도입 추진을 내부 검토하던 지난 3일 “방만경영 적자에도 자구노력 않는 지상파…방통위, 중간광고까지 내밀며 구출 작전”이란 기사를 냈다. 이어 중앙일보가 지난 6일 “2조 쌓아놓고 방만경영 지상파…방통위, 중간광고 터주나”를 비롯해 관련 기사 4건을 냈고, 7일 매일경제도 “‘방만경영 도덕적 해이’ 지상파에 중간광고 허용 논란”등을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 지상파 광고규제완화 관련 종합편성채널 겸영 신문 보도.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지상파 광고규제완화 관련 종합편성채널 겸영 신문 보도.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이들 신문의 논조는 한결같다. △지상파의 경영이 방만하고 △공적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고 △방통위는 지상파를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해왔고 △중간광고 도입에 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으며 △군소매체 피해가 예상되기에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은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들 보도는 표면적으로 타당해 보이지만 지상파 특혜성 조치만 언급하고 종편 특혜는 한 줄도 다루지 않고, 지상파의 자구노력 등 반론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는 등 일방적인 내용이다.

이들 신문은 중간광고로 지상파가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추가 수익을 내고 신문 산업은 연간 201억~216억 원이 줄어든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이해관계 당사자인 한국신문협회가 발주한 보고서 내용이다. 이들 신문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시뮬레이션 결과 신문협회 통계보다 중간광고 효과가 낮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나 외면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12일 “영국·미국·일본 등 대부분 국가 공영방송들은 중간광고는 물론 광고 자체를 내보내지 않는다”며 반발했는데, 한국 공영방송의 TV수신료가 일본,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는 주요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같은 일방적 ‘자사이기주의’ 보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상파 광고총량제 추진 국면인 2014년 7월31일부터 2015년 4월 말까지 9개월 동안 광고총량제를 비판한 기사는 동아일보 55건, 조선일보 38건, 매일경제 34건, 중앙일보 19건에 달했다.

▲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확정 직전인 11월초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보도.
▲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확정 직전인 11월초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보도.

지상파는 어떨까. 신문보다는 덜하지만 일방적 보도를 내보낸 점은 다르지 않다.

방통위가 중간광고 도입 추진을 발표한 지난 9일 지상파3사 메인뉴스는 일제히 관련 소식을 다뤘다. 공영방송인 KBS의 ‘뉴스9’는 “방통위가 불합리한 방송광고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지상파에만 제한된 대표적인 비대칭규제인 중간광고를 허용하기로 했다”며 지상파의 논리만 내보냈다.

지상파 중간광고가 도입돼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지상파 재정난에 중간광고 허용 추진” “지상파 중간광고 매년 1조원 경제효과” “중간광고 금지로 지역방송 위기”(MBC) “시청자 권익 위해서도 중간광고 해야” “중국 하청기지화 우려... 중간광고 허용해야”(SBS) “공익 프로그램 위한 중간광고 찬성” “제작비 현실화 위해 중간광고 허용해야”(KBS)

앞서 지난 7월 후반기 국회가 시작되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자 지상파는 일제히 중간광고 도입 요구에만 주목했다. “지상파 방송은 비대칭적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런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MBC ‘뉴스데스크’) “중간광고를 유독 지상파 방송사만 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비대칭 규제에 대한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SBS ‘8뉴스’) “대표적인 지상파 방송 차별 규제였던 중간광고 금지에 대해 방송통신위원장이 허용 방침을 밝혔다.”(KBS ‘뉴스광장’) 등이다.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에는 지상파 라디오 지원정책의 타당성, 과학기술계 갑질, 우정국 노동자 노동여건,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등 질의가 쏟아졌다. 지상파는 이 가운데 자신들의 이익에 직결된 ‘중간광고 요구’가 주요하다고 판단해 기사로 만들었다. 지난 10일 MBC 자사 비평 프로그램 ‘탐나는 TV’에 출연한 박성제 MBC 보도국장은 관련 보도를 두고 “(지상파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차별받는다는 인식이 있기에 교정하는 차원에서 관련 뉴스가 발생하면 최소한의 방어를 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 2016~2018년 지상파 중간광고 관련 보도.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2016~2018년 지상파 중간광고 관련 보도.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 아이템으로 선정할 수 있다 해도 중간광고 도입 시 시청권 침해 우려, 방만 경영 문제 등 지상파에 불리한 내용을 찾아보기 힘든 점이 문제다. 이 같은 방송은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해서는 안 된다”는 방송심의규정 9조4항 위반 소지도 있다.

2016년 한국언론학회 ‘방송정책과 관련한 언론의 자사이기주의 보도 실태 분석’ 연구에 따르면 2011년 1월1일부터 2016년 6월30일까지 5년6개월 동안 지상파3사가 광고규제완화, 지상파 UHD 할당을 두고 쏟아낸 보도는 무려 297건에 달한다. 전체 보도의 95%가 자사에 유리한 논조로 나타났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모든 언론이 자신의 입장에 빠져 있다”며 “마치 공정하고 합리적 보도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 잇속이 있는 내용”이라며 “시민이 뉴스를 보고 자신의 입장을 가져야 하는데, 믿을 만한 보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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