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최대주주인 매일경제신문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MBN 업무정지 6개월’ 결정을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칼럼이다. 칼럼을 작성한 전문가는 매경 측에서 칼럼을 의뢰했다면서 “윤리적으로 조금 그렇다”고 밝혔다.

최근 매일경제 칼럼을 통해 업무정지 결정을 비판한 전문가는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전 방통위 상임위원),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주용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등이다.

▲ 서울 중구 충무로 매일경제그룹 건물 앞에 있는 MBN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 서울 중구 충무로 매일경제그룹 건물 앞에 있는 MBN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정치인이기도 한 양문석 이사장은 10일 <‘더 공정한 종편’에서 MBN 해결 실마리 본다> 칼럼을 통해 자신을 민주당원이라고 소개하면서 “MBN이 6개월 동안 방송을 하지 못하면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종편 하나라도 없애고 싶다던 어느 민주당 지지자들의 바람이 이뤄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또 양 이사장은 자신이 언론학자이기도 하다면서 “언론학자로서 말하자면 사회적 제도의 하나로 자리 잡은 언론사를 없애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양문석 이사장은 MBN의 자본금 편법 충당을 “재무적 결함”이라고 칭하면서 “이 결함은 자본시장법과 상법에 따라 이미 사법부의 판단을 받았다. 이와 별도로 행정기관이 재무적 문제로 방송이라는 고유한 영역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부당한 선례로 남을 수 있다”고 했다.

▲양문석 이사장과 지성우 교수가 작성한 매일경제신문 칼럼 갈무리.
▲양문석 이사장과 지성우 교수가 작성한 매일경제신문 칼럼 갈무리.

지성우 교수는 이달 3일 칼럼 <MBN 영업정지, 과도한 언론 자유 침해 아닌가>를 통해 “언론의 자유는 다른 자유권들보다 우월한 지위를 가지므로 이를 제한할 때에는 필요 최소한도의 규제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지 교수는 업무정지 결정이 △기본권 제한 최소침해 원칙 위배 △시청권 박탈 및 언론사 자기검열 야기 △방송규제 신뢰 상실 등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주용 교수가 작성한 매일경제 칼럼 갈무리.
▲하주용 교수가 작성한 매일경제 칼럼 갈무리.

하주용 교수는 지난달 10일 칼럼 <득보다 실이 많을 방송사 영업정지>에서 “(업무정지) 처분이 채널 출범 당시 MBN이 제출한 허위 서류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 처분이 초래할 파장은 MBN에 너무 가혹할 것”이라며 “제작투자 위축, 제작 인력 감축, 고용불안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야기해 6개월의 업무정지가 아니라 사실상 채널이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하 교수는 위법사항이 해소됐고 당시 관련자들도 처벌을 받았다면서 “MBN이 우리 방송 콘텐츠산업 생태계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도 참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MBN 지분 23.8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매일경제가 MBN을 두둔하는 내용의 칼럼을 연이어 게재하는 모양새다.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칼럼이다. 칼럼을 쓴 A씨에 따르면 매경 측이 ‘MBN 업무정지 부당성’을 주제로 글을 써달라고 의뢰했다.

A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알던 기자가 ‘업무정지는 회사에 너무 치명적’이라면서 칼럼을 부탁했고, 써보겠다고 했다. ‘업무정지를 하는 것까지는 과도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내가 먼저 칼럼을 준다고 해서 그걸 실어줄 신문사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했다. A씨는 매일경제가 MBN 관련 칼럼을 게재하는 것에 대해 “윤리적으로 조금 그렇다. 그런데 업무정지를 당하면 너무 다급한 상황인 것 같다”고 밝혔다.

최진봉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칼럼 일부를 할애해 업무정지 결정을 비판했다. 최 교수는 지난달 17일 칼럼 <‘오겜’ ‘피지컬:100’이 더 많이 나오려면>에서 콘텐츠 산업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현재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인 MBN 업무정지 사례에 대해서도 콘텐츠 제작 축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규제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지난달 3일 <미디어 정책 '규제'에서 '진흥'으로> 칼럼에서 “(윤석열 정부가) MBN의 업무정지 문제처럼 방송시장을 위축하고 구성원들의 고용 문제를 흔들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과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최진봉 교수, 성동규 교수가 작성한 매일경제 칼럼.
▲최진봉 교수, 성동규 교수가 작성한 매일경제 칼럼.

최진봉·성동규 교수는 자발적으로 MBN 업무정지에 대한 내용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미디어오늘에 “MBN 비정규직들이 업무정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런 부분을 잘 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관련 내용을 넣은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자신의 칼럼이 MBN 업무정지 결정을 비판하는 칼럼과는 다르다면서 “기본적으로 경영진에 대해선 징계가 내려져야 하지만 프리랜서가 피해를 보면 안 된다는 것이 입장이다. (MBN 업무정지 비판 칼럼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성동규 교수는 미디어오늘에 “방송사 전체가 OTT로 인해 죽어가는 상황인데, 자칫 방송 생태계 자체가 무너지는 상황이 도래한 맥락에서 해법을 찾아봐야 한다는 취지로 쓴 것”이라며 “(매일경제가 MBN 문제를 다뤄달라고 요청한) 그런 부분은 아니었다. 매일경제의 경우 (MBN) 이슈가 있어서 상징적으로 거론한 것”이라고 했다.

과거 매일경제는 <시청자 선택권 외면하는 ‘종편 의무편성 폐지’ 안 된다>(2018년 10월20일), <‘모빌리티 혁명’ 미래 먹거리 비전 제시한 MBN 보고대회>(2021년 11월24일), <MBN 보고대회서 나온 ‘인공지능 마스터’ 육성론>(2020년 11월25일) 등 MBN에 유리한 방향의 사설을 작성해온 바 있다.

매일경제 칼럼과 관련해 방통위 관계자는 10일 문자로 “방통위가 내린 처분에 현재 소송 중이고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관련 사안에 대해 특별한 의견은 없다”고만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은 방통위의 MBN 업무정지 결정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으며,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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