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당시 국민권익위원장)과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국무회의에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당시 국민권익위원장)과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국무회의에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가 2024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방통위가 내놓은 첫 연간 업무계획이다. 업무계획에는 방송통신업계 전반에 파장을 미칠 수 있는 논쟁적 사안들이 다수 포함됐다. 업무계획을 유형별로 분류해 문제점을 짚는다. <편집자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2024년 업무계획에는 방송 보도에 관한 제재조치 강화 방안들을 담았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방통위는 방송평가 개선 및 제재 실효성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방송평가 제도 개선’ 차원에서 공정성·객관성 등 방송의 공적책임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공정성 평가항목을 추가 발굴하는 등 평가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허위‧기만‧왜곡 방송으로 심의규정을 반복 위반한 경우 방송평가시 감점 강화를 추진한다.

방송평가는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심사에 반영되는 평가다. 방송사 심사에 오보나 왜곡보도 등에 관한 제재를 강화하고 공정성과 객관성 등의 평가항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 2024년 방통위 업무계획 자료 갈무리
▲ 2024년 방통위 업무계획 자료 갈무리

정부여당 입김 닿는 심의·평가기구
MBC 등 정부비판 언론 압박 우려

방통위는 방송의 신뢰성을 위해 관련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치적이고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우선 심의 관련 감점 강화 방안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현행보다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인데 두 기구 모두 ‘정치심의’ 논란이 심각하다. 방심위는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 주도의 일방적 의결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 심각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이번 총선 선거방송심의위는 방심위 내 정부·여당·야당추천 상임위원이 협의를 통해 추천단체를 정한 관행을 깨고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이 독단적으로 구성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제실.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제실.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공정성 객관성 관련 심사 항목을 확대하겠다는 방침 역시 자의적 평가를 배제할 수 없다.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심사에 포함되는 방송평가를 실시하는 방송평가위원회와 재허가 재승인 심사위원회 모두 방통위 내 다수파인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된다. 더구나 현재 방통위는 대통령 추천 위원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표적을 노린 대응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단순히 재허가 점수 하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압력을 넣을 방송사에 재허가 기준 이하로 점수를 주고 그에 따른 강력한 재허가 조건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당장 올해 말로 (재허가 기간 만료가) 닥친 KBS2TV와 MBC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역시 “MBC 등 특정 언론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

방송평가 심의감점 이미 확대
당시에도 언론자유 침해 논란

방통위는 이미 방송 보도에 관한 감점이 확대된 상태라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방통위는 방송사가 공정성·객관성·선거보도 등 심의기준을 각각 3회 이상 위반할 경우 감점을 2배로 늘리고 방송심의 관련 제규정 준수여부 평가 감점 역시 1.5배로 늘리는 방송평가 개정을 강행했다. 개정안에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의한 정정보도와 법원의 정정보도 또는 명예훼손 판결에도 벌점을 주는 방안을 담았다. 

당초 더욱 강한 방안을 논의했으나 민주당 추천 방통위원들이 반발해 다소 완화된 수정안을 냈다. 이 역시 논란의 소지가 크다며 민주당 추천 방통위원들은 반대표를 던지거나 퇴장했다.

당시 민주당 추천 김재홍 부위원장은 “객관성, 공정성, 선거보도에 대한 심의결과를 2배 강화하는 건 위헌적이다. 민주주의 기본가치인 언론자유를 침해한다”고 했다. 민주당 추천 고삼석 위원은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다른 기관의 조치들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며 반대표를 냈다. 당시 언론노조는 “방통위가 편파 평가, 정치 평가로 방송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방송사가 허위보도로 정정보도·명예훼손 판결을 받은 경우 방송평가 감점을 기존 6점에서 8점으로 확대하는 방송평가 개정을 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여야 추천 위원의 충돌 속에 일부 조정안이 마련된 것과 달리 현 방통위는 대통령 추천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방송평가 규칙 개정안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허가 기간 늘린다더니 오히려 줄인다?
방송 규제완화 기조에 배치

방통위의 이번 조치는 윤석열 정부에서 여러차례 강조해온 방송 재허가 재승인 규제완화 조치에 반하는 면도 있다.

방통위는 업무보고를 통해 “방송사의 안정적인 사업 운영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상파‧종편·보도PP의 허가‧승인 유효기간 범위 확대 추진”을 한다고 밝히면서도 “긴급하고 심각한 위반 있을시 최소 유효기간을 축소하는 방안도 병행 검토”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심사 등 방송 규제완화를 주요 과제로 강조해왔다. 

▲ 2024년 방통위 업무계획 자료 갈무리
▲ 2024년 방통위 업무계획 자료 갈무리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방송 허가 승인제를 완화한다는 정책에 반하는 것”이라며 “방통위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규제를 차별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고 했다.

방통위는 구체적 ‘단축’ 기준은 밝히지 않았다. 김영관 방송정책국장은 지난 21일 브리핑 자리에서 “작년 9월 가짜뉴스 관련 대책에 이 부분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단계는 아니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자연스럽게 기자분들께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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