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31일 회의를 진행하는 김홍일 방통위원장. ⓒ방통위
▲ 1월31일 회의를 진행하는 김홍일 방통위원장. ⓒ방통위

방송통신위원회가 21일 발표한 2024년 업무계획에 대대적인 방송 규제완화와 함께 언론 자유 측면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조치들이 포함됐다.

방통위는 21일 오후 7시 브리핑을 열고 2024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정치심의’가 논란이 된 가운데 방통위는 오히려 심의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방통위는 ‘공정성·객관성 등 방송의 공적책임에 대한 평가 강화’를 업무계획에 포함했다. 방통위는 ‘방송평가 제도 개선’ 차원에서 공정성·객관성 등 방송의 공적책임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평가항목을 조정하는 등 평가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심의규정 반복 위반 방송사 제재 강화’ 조치로 ‘허위‧기만‧왜곡 방송으로 심의규정을 반복 위반한 경우 방송평가시 감점 강화’를 추진한다. 방송평가는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에 반영되는 평가다. 

현재 방심위와 선거방송심의위는 정부여당에 비판적 방송에 전례 없는 고강도 법정제재를 연달아 결정하면서 정치 심의 논란이 제기됐다. 허위왜곡 보도에 주로 적용한 ‘공정성’ 심의조항은 주관적 해석의 소지가 커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논의가 잇따랐고 문재인 정부 때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이 관련 조항 적용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는데 오히려 방통위는 관련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관련 감점 기준은 강화된 상태다. 2015년 방통위는 방송사가 공정성·객관성·선거보도 등 심의기준을 각각 3회 이상 위반할 경우 감점을 2배로 늘리고 ‘방송심의 관련 제규정 준수여부 평가’ 감점 역시 1.5배로 늘리는 방송평가 개정을 강행했다. 당시 민주당 추천 방통위원 2인은 반대표를 던지거나 퇴장했고 언론노조는 “방통위가 편파 평가, 정치 평가로 방송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통위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임시조치 대상을 ‘모욕’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임시조치는 게시물로 인해 권리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의 신고가 있으면 해당 게시물을 즉각 30일 동안 차단하고 이후 삭제하는 제도로 일방적 주장에 의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모욕죄의 경우 판단 기준이 주관적이기에 법 자체가 오남용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를 게시글 차단 삭제 제도까지 확대하게 되면 논란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이동관 방통위원장 때 시작된 ‘포털 압박’도 이어진다. 방통위는 네이버와 다음을 겨냥한 ‘뉴스제휴평가기구 공정성 제고’ 정책을 제시했다. 해당 정책에는 △포털사별 뉴스제휴 평가기구 구성 △평가기준·평가결과 등 운영내역 공개 △심사 탈락사에 대한 재평가 기회 제공 등을 담았다. 포털 뉴스제휴 기준이 불투명하고 재평가 기회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전부터 제기됐지만 민간 기업의 언론사 제휴에 정부가 개입하는 건 이례적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시작된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의 불공정 여부 등을 파악하는 사실조사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에 정부가 대응하고 나선 가운데 방통위는 ‘허위조작정보 대응 체계 마련’조치도 냈다. 방통위는 자율규제 활성화, 팩트체크 플랫폼 사업 개선 등을 제시했다.

▲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연합뉴스
▲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연합뉴스

또한 AI 문제 대응 차원에서 AI를 활용해 만든 콘텐츠에 AI의 생성물임을 드러내는 표시 의무화를 추진한다. 지난해 10월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대동소이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페이스북, 구글 등 사업자 차원의 자율규제도 ‘AI가 만든 콘텐츠의 AI 활용 여부 명시’를 골자로 한다. 

방송광고와 소유겸영 등 방송규제를 대폭 완화한 점도 논쟁적이다. 방통위는 ‘타이틀 스폰서십’의 단계별 도입을 공식화했다. ‘타이틀 스폰서십’은 제목에 협찬주(광고주) 이름이 들어가는 것으로 ‘아이다스와 함께하는 쇼미더머니’, ‘교촌치킨과 함께 하는 먹찌빠’ 등의 프로그램 제목이 가능해진다. 방통위는 지역방송의 공기업 협찬에 한해 우선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방통위는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의 허가와 승인 유효기한을 현행보다 확대하는 방안과 방송사 소유겸영 규제 완화도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제한을 완화하고 지상파간,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겸영 규제를 완화한다. 방통위는 소유겸영규제 완화 목적으로 “국내 방송사 글로벌 경쟁력 강화, 투자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는데 소유겸영 규제 완화가 실제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논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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