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YTN 사옥. 사진=정철운 기자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사진=정철운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 추천 위원장과 대통령 추천 위원 2명만으로 YTN 민영화를 승인한 가운데 방통위가 법적으로 구성되지 않은 것으로 봐야 다는 학계의 주장이 나왔다. 2인 체제 방통위가 YTN 매각을 결정하는 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한국언론정보학회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옥 리영희홀에서 ‘침묵의 봄, YTN을 말하다’ 세미나를 열었다. 최우정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 자리에서 “방통위는 합의제행정청 임에도 불구하고 야당 측 위원 추천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아 그 구성이 이뤄지지 못한 것, 즉 부작위에 의해 합의제 행정청을 구성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처분의 주체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존재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한국언론정보학회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옥 리영희홀에서 ‘침묵의 봄, YTN을 말하다’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한국언론정보학회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사옥 리영희홀에서 ‘침묵의 봄, YTN을 말하다’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최 교수는 “방통위법에 따르면 방통위원 5명 중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은 국회가 추천한다. 국회 몫 3명 가운데 1명은 여당, 나머지 2명은 야당 추천 몫”이라며 “누가 보더라도 정치적 입김이 세며, 오히려 정치적 역학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구조가 “3대2 결정이 되더라도 합의를 통해 논의를 해보라고 만든 소위 최후의 보루”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현재 방통위는 대통령 지명(2명)만으로 이뤄졌고, 야당이 지명한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는 불임명이 이뤄졌다. 대통령이 부작위에 의해 방통위를 만들어놓지 않았다”며 “구성되지 않은 방통위에서 (YTN 최대주주를 유진그룹으로 변경하는) 승인 처분을 내렸고, 처분 주체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으므로 무효”라고 했다. 다만 법원이 이 같은 논리를 인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최우정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사진=김예리 기자
▲최우정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와 YTN 우리사주조합은 방통위의 최대주주 변경승인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YTN지부와 우리사주조합은 곧바로 항고한 가운데 YTN은 오는 29일 유진이엔티가 정식 최대주주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될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이날 YTN 이사회도 예정돼 있어, 주주총회 의결 뒤 김백 전 YTN 상무를 YTN 새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유진이 지명한 이사들로 물갈이가 이뤄질 전망이다. 

최 교수는 “이 사건 처분 효력이 본안 소송을 통해 부인된다 해도 유진이엔티가 가진 주식을 다시 공기업이 인수해 YTN을 공영방송으로 재구성하는 일을 사실상 불가능하다. 처분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하고 다른 구제수단도 없다”고 강조하며 법원이 방통위의 YTN 민영화 처분 효력정지 여부를 판단할 때, 방통위 처분으로 YTN이 보는 손해의 ‘회복 불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미디어정책을 “원초적이고 급진적 퇴행”이라고 규정한 뒤 그 방식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와도 다르다고 했다. “훨씬 더 광범위한 총체적 동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채 교수는 “방통위 장악이 11개월 걸렸고, YTN 지배구조 바꾸기도 (2022년 11월 정부의 YTN 민영화 결정부터 이듬해 10월 유진그룹 최대주주 낙찰까지) 11개월 걸렸다”며 “모두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다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 사진=김예리 기자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 사진=김예리 기자

채 교수는 “이 과정에서 사회적 자원과 기구가 모두 동원되고 있다”며 “보수단체, 보수노조들이 동원되면서 국민의힘이 반응하고, 정권이 이에 다시 반응하는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전 사회적으로 총체적으로 개입한 언론장악”이라고 주장했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유진이엔티가 김백 전 상무와 같이 “YTN 장악과 통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경영진에 포진시킨 것을 두고 “갑자기 새로 등장한 유진기업만의 의도겠느냐”며 “큰 그림을 그리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YTN은 시작일 뿐이고 (언론 장악이) 공영언론 전체의 구조 변화와 해체라는 거대한 기획 속에서 벌어지는 것 같은 씁쓸함이 있다. TBS 구성원들도 돈줄이 끊기니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 나앉을 판이고, KBS도 90명 가까이 회사를 떠나지 않았느냐”고 했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YTN우리사주조합장은 “YTN은 어느 해보다 잔인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입사한 지 20년이 됐는데 기자 6명이 해직될 때에도 이렇게 잔인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들이 언젠간 다시 (회사로) 돌아올 것이란 확인이 있었는데, 회사의 지배구조가 바뀌어버리면 상황이 불가역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 지부장은 “애초부터 우리는 YTN 민영화를 언론장악의 외주화로 규정했다”며 “그러나 침묵하지는 않겠다. 공정방송은 노동조건을 넘어 생존조건이라는 걸, YTN 사람들은 뼈에 새기고 있다”며 향후 공정방송을 위한 투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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