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협찬'(타이틀스폰서십) 예시 화면
▲ '제목협찬'(타이틀스폰서십) 예시 화면

방송통신위원회가 2024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방통위가 내놓은 첫 연간 업무계획이다. 업무계획에는 방송통신업계 전반에 파장을 미칠 수 있는 논쟁적 사안들이 다수 포함됐다. 업무계획을 유형별로 분류해 문제점을 짚는다. <편집자주>

‘○○편의점과 함께하는 편스토랑’, ‘○○스포츠와 함께 달리는 골 때리는 그녀들’. 앞으로 TV프로그램 제목에도 협찬이 들어올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2024년 업무계획에는 대대적인 광고·협찬 규제 완화 방안이 담겼다.

방통위는 업무계획 자료를 통해 타이틀스폰서십 등 협찬규제 완화와 함께 광고유형 간소화 및 형식규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은 타이틀스폰서십이다. 타이틀스폰서십은 프로그램 제목에 광고주(협찬주)의 이름을 쓰는 것으로 ‘제목광고’(제목협찬)로 불린다. 방송사들은 그간 타이틀스폰서십 도입을 적극 요구해왔다.

방통위는 전면 도입 대신 단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지역·라디오 프로그램에 정부·공공기관이 협찬한 경우 우선 허용한 다음 전체 방송사 및 민간기업 대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타이틀스폰서십이 본격 도입되면 과도한 광고라는 점에서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특히 프로그램 제목에 광고가 들어오게 되면 프로그램 내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광고가 프로그램을 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2년 ‘방송광고 네거티브 규제체계 도입을 위한 협의체’의 각계 의견수렴 자료에 따르면 시민단체는 광고주가 방송내용이나 포맷 구성 등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냈다.

타이틀스폰서십을 ‘광고’로 볼지 ‘협찬’으로 볼지도 쟁점인데 방통위는 방송사들이 선호해온 ‘협찬’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협찬은 광고와 달리 법 개정 절차 없이 규칙만 개정하면 되고, 방송사와 광고주 간 직접거래를 할 수 있다. 또한  협찬은 광고와 달리 규제가 미비한 상황이라 여러 제약에서 자유롭다.

타이틀스폰서십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행정예고를 했다가 시청권 침해 논란이 제기되자 철회했다. 당시 방통위가 규제완화를 추진한 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규정 위반으로 보고 심의하겠다고 밝혀 두 기관이 충돌했다. 

이 외의 광고규제완화 조치들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방통위는 “산업 활성화를 위해 최신 방송기술을 반영한 새로운 광고 유형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겠다며 광고 전반의 규제를 ‘경직된 규제’로 규정하고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 제목광고와 제목협찬의 차이. 방통위는 규제가 비교적 덜 까다롭고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협찬'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 제목광고와 제목협찬의 차이. 방통위는 규제가 비교적 덜 까다롭고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협찬'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25일 논평을 통해 “최소규제를 지향하되 이에 따라 희생되는 시청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며 “사후약방문 같은 사후규제 강화가 아니라 최소규제 영역에서 시청자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이익 균형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광고 관련 고지 의무화 등 투명성 조치 △TV로 침투하는 타깃광고 규제 방안 △어린이청소년 보호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업무계획에는 협찬규제 정비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초 방통위는 협찬 문제 개선 방안을 추진했으나 문재인 정부 말에는 비중을 두지 않았다. 협찬은 광고와 달리 규제가 미비해 협찬 사실을 알리지 않아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표시광고법에 따라 유튜브나 SNS에서도 대가성 여부를 표기해야 하지만 정작 방송에선 가능한 것이다. 

방통위는 2020년 협찬제도 개선을 위해 △협찬의 법적 근거를 만들고 △협찬과 협찬고지의 허용 범위 및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협찬 고지를 명시하고 △방송사에 관련 자료 제출 의무를 부여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