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조치 제도는 피해자 권리보호라는 취지와는 달리 기업, 정치인 등에 대한 비판적 게시글을 차단하는 도구로 악용됐다. ⓒiStock
▲임시조치 제도는 피해자 권리보호라는 취지와는 달리 기업, 정치인 등에 대한 비판적 게시글을 차단하는 도구로 악용됐다. ⓒiStock

방송통신위원회가 2024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방통위가 내놓은 첫 연간 업무계획이다. 업무계획에는 방송통신업계 전반에 파장을 미칠 수 있는 논쟁적 사안들이 다수 포함됐다. 업무계획을 유형별로 분류해 문제점을 짚는다. <편집자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2024년 업무계획에는 온라인 공간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정책들이 포함됐다.

방통위는 ‘이용자 피해구제 실효성 제고’ 차원에서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 정보로부터 이용자를 두텁게 보호”하겠다며 인터넷 게시물 삭제·임시조치 대상을 ‘모욕’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분쟁조정과 임시조치 여부를 판단하고 재판상 화해 효력을 갖는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임시조치는 특정인이 인터넷 게시물로 권리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면 사업자가 해당 게시물을 즉각 차단하고 30일 이내에 복원신청이 없으면 삭제하는 조치다. 인터넷 게시물로 인한 피해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게시물을 차단·삭제해 정당한 비판이나 평가까지 입막음하는 역효과가 컸다. 

2018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에 보도된 박기준 전 지검장의 검사 시절 섹스 스폰서 의혹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블로그 게시물이 차단된 전례가 있다. 조용기 목사 사망 소식을 접하고 “지옥갔다에 100만 원 건다”고 쓴 게시글이 조용기 목사 법무대리인측의 신고로 임시조치를 당했다

임시조치 논의는 역행하는 추세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방통위는 업무계획에 임시조치 청구 이후 게시물을 쓴 당사자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권한 신설을 추진했으나 2020년부터 업무계획에서 빠졌고, 2024년 업무계획에는 오히려 임시조치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다.

▲ 방송통신위원회. ⓒ연합뉴스
▲ 방송통신위원회. ⓒ연합뉴스

그동안 임시조치와 관련해 ‘모욕죄’ 적용 논의가 부각된 적 없어 급작스럽고 이례적이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차원에서 대통령과 영부인 명예훼손 영상, 게시물 등에 심의를 하고 나선 점을 고려하면 권력자를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5일 입장을 내고 임시조치 확대 조치를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임시조치 적용이 명예훼손이나 저작권 침해 부문에 거의 한정됐다. 명예훼손은 사람들의 실질적인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주는 표현물에 대한 것일 수 있지만 모욕은 단순 의견이나 감정”이라며 “개입 여지를 넓히면 주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공인에게 유리해진다. 정치인들이 자신에 대한 욕설에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다. 대통령이나 정치인에 대한 공격에 대응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방통위가 설립하겠다고 밝힌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는 과거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시절에도 도입을 논의한 적 있다. 현재 사업자 자율규제 차원에서 이뤄지는 온라인 게시물 임시조치 등에 관한 심의를 별도 기구를 통해 전담하게 하겠다는 발상이다. 피해 구제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기구의 성격과 위원 추천 방식에 따라 유튜브 콘텐츠 등에 대한 과도한 행정심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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