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연합뉴스
▲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연합뉴스

SBS가 자회사인 ‘스튜디오프리즘’을 통해 태영그룹 지주사이자 SBS의 대주주인 TY홀딩스의 자회사 ‘SBS미디어넷’을 인수한다. SBS미디어넷 구성원들은 인수를 통해 담보 대출과 외부 매각 우려에서 벗어났다며 다행이라는 입장을 보인 반면, SBS 구성원들은 태영의 위기를 대신해 SBS가 빚보증을 서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지난해 12월 SBS 예능본부 분사로 출범한 ‘스튜디오프리즘’은 지난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SBS미디어넷’ 인수안을 의결했다. 스튜디오프리즘은 SBS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SBS미디어넷은 TY홀딩스가 지분 91.7%를 보유한 곳으로 스포츠, 골프, 경제, 예능 등 다양한 장르의 7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에 따르면, SBS 미디어넷 인수가는 1627억 원이다. SBS본부는 SBS가 유보금과 계열사 차입을 통해 327억 원을 우선 마련하고 부족한 1300억 원은 연리 6.5%에 빌려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SBS는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위 대출에 대한 조건부 채무 인수 협약 체결에 대한 이사들 동의를 얻었다. 지난달 31일에도 SBS 자회사인 SBS콘텐츠허브는 TY홀딩스 자회사인 SBS인터내셔널을 231억 원에 인수했다.

▲ SBS가 사내 게시판에 올린 스튜디오프리즘의 SBS미디어넷 인수 전후 구조도.
▲ SBS가 사내 게시판에 올린 스튜디오프리즘의 SBS미디어넷 인수 전후 구조도.

SBS는 이사회 직후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이번 인수 목적을 “SBS 미디어그룹 경쟁력 강화”라고 밝혔다. SBS는 △MPP(Multi Program Provider) 전략을 통한 시너지 △스튜디오프리즘 사업영역 확대 및 가치 극대화 △SBS 미디어그룹의 보유자산 활용도 강화 등으로 인수 목적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분산돼 있던 채널 운영을 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유료 방송 사업자와의 수신료 협상력 강화를 통한 콘텐츠 수익 증대, 채널 확대에 기반해 통합마케팅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스튜디오프리즘을 예능제작·PP채널 운영을 통합 수행하는 회사로 지정해 오리지널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고, 현재 SBS·SBS콘텐츠허브·SBS미디어넷이 공동소유 중인 프리즘타워(서울 마포구 상암동 위치) 관련 부동산 활용 통합의사결정을 용이하게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BS미디어넷 노조 “인수 결정 다행”, SBS 노조 “태영 리스크로 빚보증” 우려

TY홀딩스의 760억 원 담보 대출이 걸려 있는 SBS미디어넷 구성원들은 인수 결정에 우호적 입장을 보였다. 언론노조 SBS미디어넷지부는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금번 인수를 통해 SBS미디어넷이 760억 주식 담보 대출 문제 및 외부 매각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고, SBS 미디어 계열로 통합된 안정적인 구조 속에서 미디어 사업을 지속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인수 결정을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 SBS 미디어넷이 위치한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 사옥. 사진=윤유경 기자.
▲ SBS 미디어넷이 위치한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 사옥. 사진=윤유경 기자.

반면, 언론노조 SBS본부 구성원들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가 SBS 경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지난 23일 입장문에서 “SBS 유보금이 직접 동원되지 않았을 뿐,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통한 인수는 결국 우리 자본이 투입되는 것과 다름없다”며 “SBS는 빚보증까지 서게 됐다. 태영 사태가 SBS 경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SBS본부에 따르면 SBS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두 명은 인수 가격과 사업 전망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표를 의결했다.

SBS본부는 “SBS 사측은 MPP 사업 전략 확대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하지만, 그 필요가 하필 태영 발 위기로 TY홀딩스에 자금이 필요한 시기와 때를 같이 하는지 공교롭다”며 “그간 미디어넷 인수는 자회사 지배구조 개편 계획 등을 협의해 온 노사 미래발전협의체를 포함, 사측의 경영 계획 설명에서 단 한 차례도 언급된 적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TY홀딩스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난 1월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 블루원 대표에게 SBS 주식 117만2000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330억 원을 빌려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태영건설 채권단은 지난 23일 제2차 채권단협의회에서 윤석민 TY홀딩스 회장의 TY홀딩스 주식과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주식 등을 담보로 태영건설에 4000억 원 신규 지원을 결정하기도 했다. 

▲ 윤세영 태영건설 창업주와 SBS. 사진=연합뉴스. 그래픽=이우림
▲ 윤세영 태영건설 창업주와 SBS. 사진=연합뉴스. 그래픽=이우림

관련해 SBS본부는 “태영 사태가 SBS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던 최초 사측의 약속은 워크아웃 개시 시점엔 윤재연씨에게 담보 제공으로, 2차 채권단협의회에선 4000억 원 신규 지원을 위한 나머지 지분 전량 담보 제공으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앞으로 또 어떤 형태로 위기가 SBS로 전이될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SBS본부는 사측에 “연이은 TY홀딩스 자회사 인수가 SBS의 미래와 구성원을 위한 합리적 결정이었는지 책임 있게 설명하라”며 “소유 경영 분리와 독립 경영을 약속한 사측은 구체적인 인수 목적과 향후 사업 계획을 명확히 밝혀라”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SBS의 공정성과 독립성은 절대 지켜져야 한다는 요구는 여전하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는 결의 역시 유효하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26일 SBS 사측에 SBS미디어넷 인수 관련 태영 리스크를 우려하는 SBS 구성원들 입장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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