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이 SB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힌 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결정되면서 “지상파 방송의 공적 책임과 독립성, 공공성은 어느 누구에게도 담보가 될 수 없다”는 우려 섞인 경고가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2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는 대주주 입장에선 눈 앞의 위기 모면일지 몰라도 대한민국 지상파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나아가 방송독립, 언론자유와 직결되는 중요한 분수령”이라며 “이 과정이 대주주의 사익을 앞세운 불순한 의도로 왜곡되거나, 권력의 방송통제 언론장악 도구로 악용된다면 언론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엄중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담보로 잡힌 것은 당신들의 사유재산일 뿐 지상파 방송 SBS의 공적 책임, 공공성, 그리고 언론자유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언론노조는 “국민들에게 이름조차 생소하던 태영그룹이 30여년만에 자산 11조원 대의 재벌로 성장하고 대주주 일가는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다. 지상파 SBS의 영향력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방송과 공익에 쓰여야 할 이익 빼돌리기에 맞서 십수년 간 끈질기게 전개한 수익구조 정상화 투쟁, 부당한 방송개입과 공정성 훼손에 맞서 쟁취한 방송사 최초 사장 및 보도, 시사부문 최고 책임자 임명동의제도 등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을 제도화하고 방송독립과 공공성을 지키려 싸워온 노동조합과 방송노동자들의 역할이 방파제 노릇을 한 것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언론노조는 “태영이 SBS에 투자한 자본금은 창업 당시 300억과 2008년 지주회사 전환 당시 80억이 전부로, 방송을 등에 업고 이룬 막대한 사적 이익은 거의 재투자되지 않았다. SBS의 세전이익 15%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설립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가 2004년 재허가 탈락 위기를 겪기도 했다”며 “지난 2017년 윤세영 창업회장과 아들 윤석민 회장은 SBS 불개입을 선언하며, 방송 관련 직위에서 영구히 물러난 바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명박 정권 4대강 보도 통제와 태영건설 4대강 공사 수주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의사를 무시하고 체결된 한일합의 당시 박근혜 정부를 도우라며 내려진 대주주발 보도지침 사건 △건설 경영난 해소를 위한 SBS 방송 사유화 등을 대주주 일가의 전횡 사례로 규정했다.

이어 “그러나 태영은 윤석민 회장의 2세 승계와 그룹지주사인 TY 홀딩스 설립 이후 SBS 노사단체협약까지 파기해 가며 사장 임명동의제도를 폐기시켰다. 특히 태영건설의 경영위기가 가중되는 와중에도 윤석민 회장이 직접 각서까지 제출해 방송통신위원회에 확약한 SBS 소유경영 분리와 방송 공공성 이행 약속을 SBS 재허가 조건에서 삭제하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전개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SBS를 태영건설처럼 망칠 요량이 아니라면 소유경영 분리의 원칙을 다시 대내외에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재허가 조건 완화를 노린 부도덕한 행동을 중단하라. 또한 대주주의 경영전횡과 방송독립성 침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사장임명동의제도를 즉각 복원하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의 선배 검사 출신 김홍일 위원장의 불법적 2인 체제 아래 대주주발 부실 경영과 지상파 방송 공공성 파괴를 확산시킬 의도가 아니라면 지금 상황에서는 더 강력한 소유경영 분리 조건을 부가하는 게 정상”이라며 “(정부가) 태영 건설의 위기 해소를 볼모삼아 민영방송 SBS까지 길들이거나, 장악하려 한다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12일 대의원회 명의로 “어떠한 경우에도 SBS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한다”며 SBS에 대한 소유 경영 분리, 독립 경영과 책임 경영 등의 원칙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BS본부는 관련 결의 내용으로 △윤세영 창업회장의 사회적 약속이자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조건인 SBS에 대한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은 철저히 지켜져야 △TY홀딩스 등 최대주주는 SBS 미래와 구성원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노동조합과 사전에 협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정권과 자본의 개입 일체 배격 △ 자기검열 강화와 정권·대주주 눈치 보기 등 보도기능의 위축을 경계하며, 권력에 대한 비판, 감시라는 언론 본령에 충실할 것을 다짐 등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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