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사태’가 벌어진 KBS에서 제작 자율성 보장을 위한 제도들이 거듭 무력화되고 있다.

KBS 사측은 이번 불방 사태를 다루기로 했던 27일 TV편성위원회에 이어, 교섭대표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요청한 임시 공정방송위원회(공방위)도 불참했다. KBS 단체협약은 긴급한 현안이 있을 경우 KBS나 교섭대표노조가 요청하면 24시간 이내 임시 공방위를 열도록 규정한다. 전날 편성위의 경우 안건명에 ‘세월호 10주기’를 명시할 수 없다는 제작 책임자 측이 불참해 무산됐다고 알려진 바 있다.

앞서 KBS 사측이 세월호 유족(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박민 사장 면담 요구를 거절하며, “편성 제작 책임자와 실무자 대표가 동수로 참여하는 TV편성위원회에서 ‘다큐인사이트’ 관련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입장도 지켜지지 않았다.

▲2024년 2월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KBS의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불방을 비판하는 4·16연대, 4·16재단,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준비위원회 주최 촛불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2024년 2월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KBS의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불방을 비판하는 4·16연대, 4·16재단,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준비위원회 주최 촛불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언론노조 KBS본부는 29일 “이 본부장은 ‘다큐인사이트’ 세월호 10주기 건이 긴급을 요하는 건이 아니며, 자신이 편성권을 행사한 것은 공방위 안건이 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임시 공방위 개최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며 “제작진은 당장 이번주라도 제작 재개를 하지 않으면 4월18일 방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씨가 긴급하지 않다며 누구도 납득 불가능한 논리로 공방위를 거부하는 것은 시간을 끌어 제작이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것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했다.

KBS본부는 “취재 및 제작 책임자의 권한과 의무를 규정하는 편성규약 제6조를 보면 책임자는 제작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아야 하며(6조2항), 실무자의 취재 및 제작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정하거나 실무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선 안 된다(6조4항)고 명시하고 있다”며 “이씨가 이번 세월호 10주기 건과 관련해 하고 있는 행위 하나하나가 편성규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4월18일 방영 예정이었던 ‘다큐인사이트’ 팀의 <바람과 함께 살아낼게(가제)>를 ‘총선 영향’ 등 이유로 무산시킨 KBS 제작1본부 측은 “불방이 아니고 연기”, “제작 중단이 아니고 확대 제작”, “세월호 10주기 특집이 아니라 정규방송” “세월호 10주기 방송이 아니라 대형재난사고 생존자 PTSD 극복기 방송” 등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작1본부는 TV편성위 무산 직후 “세월호 참사 뿐만 아니라 대구지하철참사, 씨랜드화재, 삼풍백화점 참사 등 다른 참사 생존자 PTSD극복기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것이 필요하며 전체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6월 이후에 방송함이 타당하다”며 “정규 방송의 기본계획ㆍ세부지침 수립ㆍ세부실시 내용과 방송시기에 관한 사항은 방송법과 위임규정에 따라 방송사업자, 즉 사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본부장ㆍ국장ㆍ부장이 결정할 사항으로 TV편성위원회 안건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구역 조합원들은 “이제원 제작본부장은 4월18일로 예정된 이 방송을 4월에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즉 4월 불방 지시다. 그 이유로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총선은 4월10일이고 방송은 4월18일”이라며 “제작본부장 논리는 ‘12월 크리스마스 방송을 5월에 부처님오신날 방송과 같이 하라’ 말하면서 이건 확대 제작이라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정규방송 계획과 방송시기 등은 방송법과 위임규정에 따라 본부장·국장·부장 등이 결정할 사안’이기에 편성위 안건이 될 수 없다는 제작본부 입장을 두고 이들은 “방송법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해야 한다’며 실무진 의견을 존중하고 협의해야 함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위 법에 의해 제정된 KBS 편성규약은 매월 1회 편성위 개최를 의무로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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