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불방 사태 관련해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요청한 박민 사장 면담을 “적절하지 않다”며 거부했다.

KBS는 26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에 <KBS사장 면담 요청 건에 대한 회신> 공문을 보내 “27일 편성 제작 책임자와 실무자 대표가 동수로 참여하는 TV편성위원회에서 ‘다큐인사이트’ 관련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 KBS 제작본부 책임자인 제작본부장은 ‘다큐인사이트’ 방송 편성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며 실무자 대표와도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게 됨을 설명 드린다”고 했다.

이어 “‘다큐인사이트’ 편성 등 관련 사항은 편성책임자가 최종 결정할 사안으로 방송법 제4조 제2항에 의하여 ‘방송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수 없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귀 협의회에서 요청하신 KBS 사장과의 면담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KBS는 또한 “귀 협의회가 앞서 2월22일 목요일 방문 당시 KBS 측과의 면담에서 ‘다큐인사이트’편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한 바 있고 해당 의견은 주관부서와 경영진에게 모두 전달되었음을 밝힌다”고 했다.

지난 21일 KBS 사측에 면담을 요청하고 22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을 찾았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 10여명은 윤수희 시청자센터장으로부터 ‘연락을 늦게 받아 사장 일정을 조율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 2024년 2월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등이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사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사진=노지민 기자
▲ 2024년 2월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등이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사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사진=노지민 기자

한편 KBS 사측은 27일 오후 예정된 TV편성위원회 안건 제목에서 ‘세월호 10주기’라는 표현을 삭제하자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이 4·16가족협의회에 회신한 공문에도 ‘세월호 10주기’를 언급한 대목은 없었다.

앞서 KBS 사측은 4·16 세월호참사 10주기 주간인 4월18일 ‘다큐인사이트’ 팀이 제작한 <바람과 함께 살아낼게(가제)> 방영을 ‘총선 영향’ 등을 이유로 무산시켰다. 이에 KBS 안팎에서 해당 다큐는 총선 8일 뒤에 방영 예정이었으며, 공영방송이 사회적 참사를 정쟁화시켜선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준비위원회) 등은 해당 다큐가 방영될 때까지 매주 수요일 KBS 본관 앞 촛불집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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