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9일 길환영 KBS 사장은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 “이 아름다운 아들딸들의 희생이 앞으로 대한민국이 안전 사회가 될 계기가 된다면 KBS는 무엇이든지 여러분 입장에서 마음을 헤아리면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10년이 흐른 2024년, 당시 KBS 사장의 약속은 거짓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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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및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 모습. 사진=언론노조

KBS 사측이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를 4월이 아닌 6월 이후에 하라고 했다.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란다. 세월호 참사가 특정 정당에 불리한 사건이라고 치자. 총선이 4월10일, 방송예정일은 8일 뒤인 4월18일이었다. 어떻게 하면 선거 이후 방송이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나. 제작본부장이 ‘총선 전후로 한두 달은 영향권’이라고 했다는데 말문이 막힌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을 파우치로 불렀던 ‘박민의 KBS’가 끝까지 ‘세월호 지우기’에 나선다면 이를 대통령실 의중으로 생각하는 국민도 나올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총선 표심에 영향을 주는 일이다. 10주기가 가까워질수록 불방 사태에 대한 비판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10년 전 KBS 구성원들의 ‘반성문’도 들춰낼 것이고, 누군가는 촛불을 들고 KBS 본관 앞으로 향할 것이다. 감당할 수 있겠나.

KBS PD협회는 “세월호 아이템을 민감한 아이템으로 판단하는 본부장이야말로 정치적 편향성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이번 사태가 “KBS에 대한 시청자들의 외면은 물론, 공영방송의 추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KBS는 원래 계획대로 10주기 다큐를 편성하고 10년 전 참사 수준이던 자사 보도에 대한 성찰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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