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큐인사이트’ 제작진이 최근 임명된 KBS 제작본부장의 지시로 4·16 세월호참사 10주기 관련 다큐멘터리를 4월에 방영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KBS ‘다큐인사이트’의 이인건 PD는 15일 KBS PD협회 시사교양 구역 협회원들이 속한 대화방에 “이제원 제작본부장께서 4월18일로 방송 예정이었던 ‘세월호 10주기 방송-바람과 함께 살아낼게(가제)를 6월 이후에 다른 재난과 엮어서 PTSD 시리즈로 만들라고 지시했다”며 “4월에 방송을 낼 수 없는 이유는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이다. 총선은 4월10일이고 방송은 8일 뒤인 4월18일이니 무슨 영향을 줄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자신은 총선 전후로 한두 달은 영향권이라고 본다고 한다”고 전했다. 해당 다큐 제작은 촬영 40% 정도, 섭외나 세팅을 포함하면 80% 정도 진행이 됐다고 이 PD는 설명했다.

이 PD는 “이 방송은 전임 본부장때 승인된 것으로 발주도 팀 차원에서 한 것이다. 저는 연출을 제안 받았고 굳이 피할 이유가 없으니 제작에 들어갔다. 세월호 10주기 방송은 방송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내릴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 과정 끝에 나온 기획”이라면서 “하지만 이제원 본부장은 부임한 지 일주일 뒤 이 소식을 알게 되었고 토요일 밤 간부들을 소집해 급하게 제작 일정을 변경하라 지시했다. 이것의 부당함에 대해 팀장, 부장, 국장과 함께 본부장에 여러차례 이야기했으나 오늘 오전 4월에 방송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불가능하단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옥. 사진=KBS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옥. 사진=KBS

이 PD는 “모든 방송은 시의성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보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최대 목표이기 때문이다. 4월16일은 세월호 10주기이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방송사가 이를 다룰 것이나 KBS 제작본부는 이 시기에 방송을 내보낼수 없게 되었다”면서 “4월이 아닌 다른 달에 할 경우 다른 기획과 다른 구성으로 만드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된다. 4월18일로 제작된 방송을 그냥 8월에 방송할 수는 없다. 이는 저와 같이 일선에서 제작하는 작가와 카메라 감독도 일치한 의견”이라고 했다.

이어서 그는 “이제 저는 이와 같은 소식을 두 달여 동안 저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세월호 생존자와 현장에서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설명을 해야 한다. 이분들은 이와 같은 KBS의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분들에게 ‘우리 방송이 끝난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제작하지 못한답니다’라고 설명하는 저를 어떤 표정으로 바라볼까”라고 물으며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그래도 설명하기 위해 이분들을 마주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원 본부장은 이날 미디어오늘에 “당초 기획이 대형 참사 생존자 PTSD 극복기 기획이어서 천안함 생존자, 대구지하철 참사, 씨랜드화재, 삼풍백화점 참사, 고성산불 등 다른 참사 생존자 PTSD 극복기와 함께 다루라는 취지가 우선”이라며 ‘총선 영향’을 언급한 취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또한 “6~8월로 연기하는 건 본부노조 공추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인 담당 PD를 제외하고 팀장, 부장, 국장이 모두 이해 동의한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큐인사이트’ 팀장은 이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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