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노동조합이 류희림 위원장 ‘민원신청 사주’ 의혹 제보자를 공익제보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세계일보 보도에 정정보도 요구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그간 반복됐던 방통심의위 직원들과 세계일보 간 갈등이 구체화되고 있다. 노조 측은 “악의적 의도를 가진 취재원으로부터 비롯된 기사”라고 했고 세계일보 측은 “일방적 주장들에 대해선 중재위원회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지부는 지난 23일 세계일보 <방심위 셀프민원 의혹 개인정보유출, 공익신고자로 보호될까>(2024년 1월17일자)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조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한경주 전진한국 대표를 인용해 “현재 야당을 비롯해 언론노조는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셀프심의, 즉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을 신고하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명시된 공익침해행위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류 위원장의 셀프민원 의혹을 제기한 직원이 공익신고자보호법으로 보호를 받을 경우 재판에서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이 큰데, 이해충돌방지법의 경우 공익신고자보호법이 보호하는 법에 해당하지 않아 개인정보유출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 대표의 이야기”라고 했다.

▲ 지난 17일 나온 세계일보 기사.
▲ 지난 17일 나온 세계일보 기사.

이에 방심위지부는 “해당 기사는 명백한 오보”라며 “이해충돌방지법 제20조 4항은 이해충돌방지법상의 ‘신고자’, ‘신고’, ‘이 법의 위반행위’를 각각 공익신고자법상의 ‘공익신고자’, ‘공익신고’, ‘공익침해행위’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어, 법에 따라 류 위원장 의혹에 대한 신고는 공익신고이고, 이를 신고한 신고자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방통심의위지부가 방통심의위 관련 기사를 놓고 세계일보와 공식적인 갈등을 빚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방통심의위지부는 지난달 21일 ‘반복되는 위원회 관련 오보, 익명의 취재원은 누구인가’ 성명을 내고 세계일보의 <방심위, JTBC 김건희 여사 명품백 보도 긴급심의 안건으로>(2023년 11월30일자) 기사를 비판했다.

당시 방통심의위지부는 세계일보가 “JTBC 뉴스룸에 대한 심의신고가 잇따랐으며, 방심위는 신고내용과 신고 건수 등 중대성을 고려해 신속심의에 착수한다”고 한 것을 놓고 “명백한 오보였다. JTBC에 대한 심의신고는 세계일보 보도 당시 방심위 홈페이지에 단 한 건 등록되었을 뿐, 해당 민원은 민원상담팀과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에 접수조차 되지 않았었다”고 반박한 바 있다.

▲ 지난해 11월30일자 세계일보 기사.
▲ 지난해 11월30일자 세계일보 기사.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관련 JTBC 보도가 긴급심의에 상정됐다는 세계일보 기사는 야권 추천 방통심의위원들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4일 전체회의에서 김유진 위원은 “보도 나온 게 오후 2시경이다. 그 시점에 나는 JTBC 보도가 민원으로 접수됐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위원이 민원이 들어왔는지조차도 보고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식의 보도가 나간 건 큰 문제”라고 했다. 윤성옥 위원은 “우리는 긴급 심의 여부를 결정한 바 없다. 위원장도 사실 확인을 했다”며 홍보팀장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후 방통심의위 측의 정정보도 요청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회의에선 류희림 위원장이 세계일보를 두둔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류 위원장이 “취재기자가 취재해서 쓴 건데 어떻게 정정보도를 요청하나. 결정 안 된 사항인데 언론에서 그런 식으로 보도했다고 정정보도를 요청하나”라고 하자 윤 위원은 “위원장이 세계일보 기사를 두둔하는 발언에 대해 유감”이라며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보도를 긴급 심의한다고 먼저 언론에 흘렸고, 방송사들은 (김건희 명품백 이슈를)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런 식의 방송사 위축효과를 우려해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를 운영하면 안된다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와 방통심의위 구성원들 간의 갈등은 반복되고 있다. 노동조합 기자회견 등 방통심의위 현장에선 노조 간부나 직원들이 세계일보 기자가 왔는지 확인하는 일도 벌어진다. 지난달 30일 세계일보 <“X맨 처벌하라”…방심위 근간 흔든 개인정보유출 사건> 기사가 나오자 익명 사내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또 세계일보 기자다. 기사 사주”, “계속 이러면 반감만 커지는 걸 모르나”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방통심의위지부는 “(세계일보) 기자는 공교롭게도 지난해 8월 이후부터 방심위 관련 단독 보도 10건을 작성하였으며, 최근 방심위 압수수색과 야권 위원 해촉을 속보로 내보냈다. 이외에도 방심위 내부에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익명의 관계자를 근거로 보도한 바 있다. 노조는 반복되는 오보가 악의적 의도를 가진 취재원으로부터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 지난달 21일 나온 언론노조 방심위지부 성명.
▲ 지난달 21일 나온 언론노조 방심위지부 성명.

세계일보에서 방통심의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는 A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회사 쪽에 연락해달라”고 답했다. 세계일보 측은 “방심위 내외부 취재원 및 현직 변호인을 상대로 취재한 내용을 보도한 기사로, 공익신고에 해당하기 어렵다는 변호사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에서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 조정 절차가 있기 때문에 중재위원회에서 충분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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