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출신으로 본인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5일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공직을 자신을 따르는 정치검사들로 채우려는 심산인가. 마치 모든 요직에 정치군인을 임명했던 신군부를 보는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공정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다시 찾으라”고 촉구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김홍일 위원장은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 BBK 의혹을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했던 정치검사”라면서 “이동관 전 위원장에 이어 방통위원장에 정치검사를 임명하겠다는 것은 방송장악 시즌2를 속행하겠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2023년 7월3일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김홍일 신임 국민권익위원장이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년 7월3일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김홍일 신임 국민권익위원장이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같은 날 “김홍일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동료였고, 대통령 후보 시절 선거캠프에서 활약한 인사이다. 국민의 우려와 반대에 눈 감고 귀 닫으며 윤석열 대통령이 목표하는 방송장악을 이어가겠다고 노골적으로 엄포를 놓는 인선”이라며 인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신 대변인은 “김홍일 후보자는 5개월 동안 국민권익위원장이었다. 임명 당시에도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국민권익위원회를 대통령과의 친분 덕에 임명된 자에게 맡길 수 없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며 “그 비판을 무시하며 국민권익위원장 자리에 앉히더니, 방송 관련 경력도 일절 없는 인사를 방통위원장에 앉히겠다는 돌려막기식 인선을 내정한 것”이라 지적했다.

앞서 전날엔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김홍일 방통위원장 내정설을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 기술자 이동관으로 방송장악, 언론장악에 나섰다가 민심의 제동이 걸리자 이제 검사 출신 친위부대를 통해 방송장악을 직접 지휘하겠다고 나선 것”이라 규정했다.

김희서 대변인은 “괴벨스가 물러난 자리에 SS친위대를 내세우며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패망 직전 독일을 보는 것 같다”며 “방송 통신 전문성도 없고, 오직 친윤 검사출신이라는 것 하나로 우리 사회 기득권 카르텔로 일관해 온 김홍일 위원장 내정자는 ‘전관예우’ 문제부터 시작해 국회의 인사청문회, 국민의 민심 청문회를 결코 버텨낼 수 없을 것”이라 경고했다.

▲ 김홍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지난 2007년 12월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브리핑룸에서 BBK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김홍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지난 2007년 12월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브리핑룸에서 BBK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여권에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SNS를 통해 “대통령이 철학을 공유하는 언론인이나 방송관계자 출신이 이제 단 한명도 없는 것인가. 그래서 검사출신을 쓰셔야 하는 건가. 아니면 방통위원장의 업무를 중수부장 출신 검사가 수사하듯이 해야 한다는 새로운 철학인가”라며 “언론의 오보로 웃고 넘길 수 있는 일이길 바란다”고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일련의 비판을 두고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누구를 임명하든 반대 입장의 비난을 계속할 그런 상황 아니겠나 싶다”면서 “여러 가지 가짜뉴스 문제가 우리 방송에서는 가장 중요한 현안이 아닌가. 이 부분과 관련해서도 결국 관련법에서 치밀하게 다뤄져야 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는 법률가가 필요하다고 하는 부분도 상당 부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은 제24회(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6년 대구지검 검사로 임관한 뒤 서울지검 특수1부 부부장검사, 춘천지청 원주지청장, 서울고검, 수원지검 부장검사, 대검 중수부장 등을 거쳤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의 도곡동 땅 및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 BBK 주가조작 관여 의혹 등을 수사했으나 무혐의 처분했다. 2009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엔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지휘했다. 2013년 부산고검 검사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뒤엔 법무법인 세종의 고문 및 변호사로 일했고,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의 ‘정치공작 진상규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지명되기 전인 올해 초에 방통위원장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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