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방송통신위원장에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파장이 일고 있다. 검사 출신에 대선 캠프 이력도 있어 논란이 불가피하다. 지난 1일 이동관 전 위원장 사퇴 이후 대통령실은 즉각 후임 인선에 나서면서 방통위에 잠깐의 공백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이동관 체제에 이은 ‘언론장악’ 논란이 예상된다. 

‘검사’ ‘윤석열 캠프’ 출신 김홍일 유력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후임으로 내정됐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지명되기 전 거론됐던 인사 중 한 명이다. 그러나 4일 오후 개각 인사 발표에서 김홍일 위원장이 거론되지 않았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은 “아직 봐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임명될 경우 ‘검사 출신’으로서 전문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김 위원장은 충청남도 예산 출신으로 충남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1982년 사법시험을 합격해 서울지검 특수1부 부부장검사, 춘천지검, 서울고검, 대검찰청 등에서 검사 생활을 했다. 특히 BBK 특검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를 맡았고 대검 중수부장 시절 대장동 의혹과 관련된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대검 중수2과장으로 김홍일 위원장 휘하에서 일했다.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서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고발 사주 의혹’에 대응했다. 

▲ 김홍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지난 2007년 12월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브리핑룸에서 BBK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김홍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지난 2007년 12월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브리핑룸에서 BBK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슨 전문성이 있어 검찰 출신이 거론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법조인으로 경력이 화려했던 분이라고 해서 방통위원장으로 내정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며 “방통위원장의 업무를 중수부장 출신 검사가 수사하듯 해야 한다는 새로운 철학인가”라고 했다. 

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 역시 BBK 특검 당시 특검보 출신이다. 이 부위원장도 거론되지만 고사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 부위원장이 인사청문회를 한다면 YTN의 대주주가 되려는 유진그룹의 변호 이력부터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지난달 24일 이 부위원장에 대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에 대한 특가법 위반 등 사건에서 변호인으로서 유경선 회장의 변호를 맡은 사실이 있다”며 “심의·의결의 공정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방통위까지 검찰이 장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홍일 위원장은 방송통신 전문가도 아니다”라며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적격한 인물이 임명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김홍일 위원장이 적격한지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재고해야 한다”며 “현재 공석인 국회 추천 몫을 임명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방통위원 선임에 있어 여야가 서로 수용할 수 있는 인물로 합의해 정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즉각적인 후임 인선 노림수는

대통령실은 이동관 위원장 사임 직후부터 후임자 인선 단계에 접어들면서 ‘공백’을 주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 교체가 거론된 시점이 세달 가까이 지났고, 김행 후보자가 청문회 후 사퇴한지 두달이 지났다”며 “여성가족부 장관 후임 인선은 소식도 없고, 공석된지 사흘 지난 방통위원장은 급하게 임명해야 한다면 방통위원장을 급하게 임명해서 밀어붙여야 될 일이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동관 방통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연합뉴스
▲ 동관 방통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연합뉴스

이동관 체제의 방통위는 언론과 관련한 적극 대응에 여러 논란을 낳았다. 임기 100일도 채우지 못했지만 △방통위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가짜뉴스 대응 부서 신설 △가짜뉴스 대응 패스트트랙 도입 △뉴스타파 보도 심의 및 원스트라이크 아웃 규제 추진 △포털 뉴스 대상 최초의 사실조사 △보도전문채널 민영화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록 인용보도 관련 언론사 팩트체크 점검 등을 해 논란이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검사출신 인사를 기용하면 더욱 강력한 대응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연말에 예정된 지상파방송사 재허가 심사 의결이 남아 있다. 재허가 심사 결과에 따라 방송 보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허가 조건을 부여할 수 있다. TV수신료 분리징수 이후 단계일 가능성이 있는 KBS 2TV 민영화 등 ‘공영방송 힘빼기’가 본격화 될 수 있다.

비정치권 추천·권력분산형·독립기구형 등 제안

이동관 방통위원장 체제가 ‘합의제 기구’로서 방통위의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방통위 구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관 체제 방통위는 대통령이 정당 추천 임명을 보류한 가운데 대통령 추천 위원장과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돼 독임제 부처와 같은 역할을 했고 제동을 걸기 어려웠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방통위 추천구조와 기구 위상에 대한 개편 논의는 전부터 있었다. 2007년 방통위 출범을 골자로 한 미디어규제기구 개편을 앞둔 가운데 참여정부가 제시한 ‘초안’은 지금과 달랐다. 당시 정부는 국가청렴위원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선거방송위원회 등의 선임 방식을 차용해 방통위 상임위원을 각계각층의 추천을 받아 구성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후 여야가 정치권 주도 선임방식에 합의하면서 지금과 같은 구조(대통령 2인, 여당 1인, 야당 2인 추천)가 됐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9대 대선 때 지역성 구현을 위해 위원 10분의 4 이상을 지방의회의 승인 후 시도지사 추천을 받는 방안을 제안했다. 위원회 구조를 다층으로 나눠 ‘전문성’을 높이고 권력을 분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통위 산하에 각계 추천을 받은 비상임위원회인 ‘방송공공성정책위원회’를 두고 방송공공성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언론노조는 상임위원 수를 늘리고 방송, 통신, 뉴미디어 등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소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2018년 공개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의 보고서는 ‘국회’ ‘정부’ ‘사법부’ 등 3부 체제에 ‘독립기관’을 더하는 ‘분권형 정부제’를 대안으로 발표했다. ‘분권형 정부제’는 미디어통합부처인 언론·통신위원회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관 지위를 부여하고 헌법상 ‘행정권이 정부에 속한다’는 조항을 삭제해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하는 내용이다.

신미희 처장은 “누가 방통위원장이 되느냐보다 방통위를 합의제 기구로 정상화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방통위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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